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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시장 호황 속 펫보험은 왜 부진할까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 명을 돌파하며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NH농협은행이 2700만 건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간 50만 원 이상 반려동물 서비스에 지출하는 소비자가 4년 전 대비 41% 증가한 16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10회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도 12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25% 늘었다.
하지만 펫보험 시장은 이 같은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가입률은 1.7%에 불과해 스웨덴(40%), 영국(25%) 등 선진국과 큰 격차를 보인다. 2018년 도입 이후 원수보험료는 582억 원, 신계약 건수는 6만3184건으로 전년 대비 60% 증가했지만, 전체 반려인 대비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높은 보험료와 제한적인 보장 범위가 주요 걸림돌로 지적한다. KB금융그룹 조사에 따르면 보험료 부담(48.4%)과 좁은 보장범위(44.2%)가 미가입 주된 이유로 혔다. 특히 반려동물이 5세 이상이면 월 보험료가 5만 원대까지 상승해 진입 장벽이 높아진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동물병원 진료비에 표준화된 가격 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병원마다 진료비 차이가 크고 예측이 어려워 보험료 산정이 복잡해진다. 이에 정부는 '공익형 표준수가제'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수의사 단체의 반발로 과거 두 차례 시도가 무산된 바 있어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다.
보험사들은 동물병원 네트워크 구축과 상품 다양화로 시장 확대를 모색 중이다. 올해 출범한 펫 전문 보험사 '마이브라운'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등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표준수가제 도입 없이는 보험료 구조 개선에 한계가 있다"며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문화가 더 확산돼야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