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이 한동안 주력했던 건강보험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종신보험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 새 보험회계제도(IFRS17) 시행 이후 치열해진 건강보험 시장 경쟁과 수익성 압박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시장에 등장한 종신보험은 과거 단순 사망보장 상품과 확연히 다르다. 암 치료, 생활자금, 노후 대비, 연금 전환 등 다양한 기능을 결합한 복합형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교보생명은 적립금을 생활자금이나 노후자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을, 삼성생명은 암 치료 보장을 더한 종신보험을 각각 선보였다. 동양생명도 사망보험금이 일정 비율로 오르는 체증 구조에 연금 전환 기능을 추가하는 등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건강보험 시장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IFRS17 도입 이후 건강보험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에게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했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상품 차별화가 어려워졌고 사업비 및 손해율 관리 부담도 가중됐다. 여기에 계리적 가정 변화에 따른 손익 변동성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건강보험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한 의존도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한때 5~7년의 짧은 납입 기간과 높은 환급률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했지만, 유지율 변동과 해지 증가에 따른 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장기적인 자본효율 측면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도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7년 본격 시행 예정인 새로운 지급여력(K-ICS·킥스) 제도를 앞두고 보험사들이 단기 실적보다 유지율과 자본효율을 우선시하는 장기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종신보험에 대한 시장의 낮아진 관심을 고려할 때, 1인 가구 증가와 노후 준비 수요를 반영한 생전 활용성 강화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순 사망 보장이 아니라 생활자금, 노후자금, 치료비 지원 등 고객이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활용할 수 있는 상품 구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현하느냐가 향후 생명보험사의 성패를 가를 변수라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