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업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5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시를 앞두고 보장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은 단순히 새로운 상품이 나온 수준이 아니라, 기존의 급여·비급여 중심 보장 구조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세분화한 것이 골자다. 2021년 7월 도입된 4세대 실손보험의 재계약 시기가 임박하면서 업계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번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보험금 지급 구조의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분석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의 약 65%는 한 번도 보험금을 받지 않은 반면, 상위 10%의 가입자가 전체 지급액의 74%를 가져가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는 다수의 가입자가 소수 고액 청구자의 의료비를 떠안는 결과를 낳았고, 자연스럽게 보험료 상승 압력으로 이어졌다. 5세대 상품은 이런 왜곡을 시정하기 위해 도수치료나 비급여 MRI 같은 비중증 비급여 항목의 본인부담률을 대폭 높였다.
반대로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은 오히려 강화됐다. 암이나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 건강보험 산정특례 대상과 관련된 비급여 치료는 별도 특약으로 운영되며 연간 50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발생한 중증 비급여 의료비에 대해서는 연간 본인부담 한도 500만원이 새롭게 적용됐다.
보험료 인하 폭도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당국은 5세대 실손보험료가 현행 4세대보다 약 30%, 1~2세대와 비교하면 50% 이상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주계약과 특약이 분리돼 소비자 스스로 급여 보장만 선택하거나 중증 비급여 특약만 골라 가입하는 맞춤형 설계가 가능해졌다. 오는 11월부터는 초기 실손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선택형 할인특약과 계약전환 할인제도도 도입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보험 시장의 지속 가능성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증 질환에 대한 필수 보장을 유지하면서도 과잉 진료 우려가 있는 비급여 항목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료 이용 패턴과 건강 상태를 고려해 보장 범위를 결정하는 새로운 선택 방식이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