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보험사의 해외투자가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2019년 정점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이 23일 발표한 보고서에는 저금리 환경과 제도적 지원이 강화될 경우 확대 가능성이 있으나, 지급여력제도(K-ICS) 아래 자산·부채 종합관리(ALM) 구조가 제약 요인으로 남아 실질적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해외투자 비중은 2010년대 초반 빠르게 확대돼 2019년 정점을 기록했다. 생명보험사는 2014년 말 32조원에서 2019년 말 109조원으로 증가하며 전체 운용자산 비중이 6%에서 15%로 상승했다. 손해보험사도 같은 기간 해외투자 규모가 13조원에서 36조원으로 확대되며 운용자산 비중이 8%에서 14%로 올랐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감소세로 전환돼 2023년 말에는 생명보험사 87조원(비중 11%), 손해보험사 34조원(비중 11%)으로 축소됐다. 2024년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였으나 정점 회복에는 이르지 못했다.
보고서는 2010년대 보험사 해외투자 확대 요인으로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대체투자 수요 확대, 신제도 도입에 따른 ALM 관리 필요성 증대, 금융당국의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 추진을 꼽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보험사의 투자수익률 제고를 위한 고수익 해외투자 수요가 확대됐고, 환헤지 비용이 큰 폭의 마이너스 구간에 머물면서 환헤지 후 미국 국채 수익률이 한국 국채보다 유리하게 나타났다. 2023년 부채시가평가 기반 회계제도(IFRS17)와 자본규제(K-ICS) 도입으로 보험사는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 축소를 통한 자본관리 필요성이 커졌으며, 국내 장기채 시장이 협소해 해외 장기채와 대체투자로 눈을 돌렸다. 금융당국은 해외투자 한도 상향, 투자대상 범위 확대, 환위험관리 유연성 제고 등 규제 개선을 통해 해외투자를 촉진했다.
반면 2020년대 해외투자가 위축된 핵심 요인으로는 환헤지 비용 증가로 인한 기대수익률 하락, 해외투자 자산의 평가손실 확대, 보험수지차 악화 및 국채 매입 확대로 인한 해외투자 여력 감소 등이 지목됐다. 팬데믹 이후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과 달리 우리나라는 경기 둔화 우려로 동일 수준의 인상을 단행하지 못해 양국 금리차가 약 150~200bp 수준으로 벌어졌고, 이에 따라 환헤지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며 해외투자 기대수익률의 매력도가 떨어졌다. 금리 상승과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해외채권과 상업용 부동산의 평가손실을 키웠고, 보험수지차 악화로 신규 투자재원이 부족해지면서 보험사는 기존 보유자산 만기도래 자금을 중심으로 국채 매입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의 해외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투자매력도를 꼽았다. 그는 향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경우 해외투자 유인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해외투자 매력도와 별개로 K-ICS 아래 부채평가 할인율이 하락할수록 ALM 관리를 위해 장기국채 매입을 확대할 유인이 커지는 구조적 제약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금리 하락기 장기국채 매입이 확대되면 장기금리가 추가로 하락하고 보험산업 전체 투자수익률도 낮아져 변동성 조정까지 하락하게 되며, 이는 다시 장기국채 매입 유인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황 연구위원은 개별 보험사의 투자수익률이 보험부채 할인율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한, 보험사의 해외투자 여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제도적 한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