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연구원이 현행 보험 소비자보호 평가지표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2일 발간한 CEO Report에서 공시 항목이 지나치게 많고 복잡해 소비자가 핵심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불완전판매비율 중심의 평가 체계가 한계에 부딪혔다고 분석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정책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였지만, 현재는 회사 간 편차가 줄고 과소추정 가능성이 커져 비교·활용 가치가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해지·무효 처리된 계약만 반영해 실제 피해 수준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원인과 책임 주체도 구분되지 않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 연구위원은 부정적 표현을 전면에 내세운 지표가 소비자 태도 형성과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직관적이면서도 수용 가능한 균형 잡힌 표현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 제공 방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협회 통합공시에는 민원 건수, 소송 현황, 실태평가, 불완전판매비율, 보험금 지급 관련 공시 등 방대한 항목이 포함돼 있지만, 소비자가 이해·비교·활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정보 범위를 무작정 넓히면 소비자가 부차적 정보에 주의를 빼앗기거나 판단을 미루게 된다고 분석했다.
판매자 정보 확인 제도의 인지도와 활용도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 설계사 이력정보 확인 제도를 아는 소비자는 전체의 40% 수준에 그쳤다. 불완전판매비율이나 계약유지율을 조회해본 소비자 비율도 30% 안팎에 머물렀으며, 고령층에서 제도 인지율이 더 낮아 별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보고서는 해외 사례를 들어 성과 중심 지표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민원 처리속도, 분쟁 해결률, 보험금 지급 경험 등을 핵심 소비자보호지표로 삼고 있으며, EU·호주·싱가포르 등도 결과 지표를 중심으로 시장을 감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보험계약유지율, 청구 처리 신속성, 보험금 지급 이력, 분쟁 발생률 등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성과지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평가지표 공시가 소비자의 이해와 활용으로 이어지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감독·정책에 반영하는 환류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소비자·업계·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통해 공시 항목과 표현, 전달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