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대기업 임직원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직장 건강보험조합의 재정 상태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전체 조합의 절반 가까이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공적 의료보험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건강보험조합연합회가 지난달 25일 공개한 '2024년 전국 건강보험조합 결산'에 따르면, 임금 인상과 보험료율 인상 효과로 전체 수지는 2년 만에 45억엔 흑자로 전환됐다. 그러나 전국 1378개 조합 가운데 47.9%인 660개 조합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상수입은 9조2677억엔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으며, 147개 조합이 보험료율을 올리면서 평균 보험료율은 9.31%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령화가 재정 압박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강보험 수입보험료 중 가입자 의료비 지출은 4조7925억엔으로 전년보다 1.3%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고령자 의료 지원을 위한 출연금은 3조8591억엔으로 5.7%나 급증했다. 전체 수입보험료의 41%가 고령층 의료 보조에 쓰인 셈이다. 2024년 기준 일본 건강보험조합에는 대기업 임직원과 가족 약 2800만명이 가입해 있다.
건강보험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현행 공적 의료보험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현역 세대가 내는 보험료로 고령층 의료비를 충당하는 방식은 초저출생 기조 속에서 젊은 층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장기적인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이 관계자는 "70~74세 본인부담률을 현재 20%에서 30%로 올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일본 사례는 한국 보험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도 빠른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험은 적기에 보험료율 조정과 급여 구조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국민 건강보험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