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업계가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객과의 관계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심리학자 존 테스키는 2002년 기고문을 통해 온라인 공간이 제공하는 연결의 편리함과 정서적 교류의 공백을 동시에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언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만으로는 인간 관계에서 중요한 감정의 결이나 신체적 경험을 온전히 나눌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확산이 사회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긍정론과 부정론이 엇갈렸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두 전망 모두 현실화된 모습이다. 보험업계 역시 모바일 플랫폼과 AI 상담 시스템을 도입하며 접근성은 크게 높아졌지만, 이면에서는 정서적 교감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테스키가 2001년 “새로운 소통 기술이 상호작용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예견한 대로 보험 가입과 유지 과정에서 대면 접촉이 줄어든 것이다.
테스키는 이듬해인 2002년 “정보의 질 문제 외에도 정보 과잉으로 인한 주의력 제한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오늘날 보험 소비자 환경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각종 보험 상품과 비교 서비스가 넘쳐나면서 오히려 소비자가 핵심 정보를 걸러내지 못하고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정한 니즈를 파악하기가 더 까다로워진 셈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보험사들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출간된 전문서적에서도 디지털 시대의 관계 단절을 경고하며 인간적 공감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는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보험업계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적 편의성과 인간적 소통 사이의 균형을 찾는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