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임박하면서 자동차보험 체계를 운전자 중심에서 시스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보험 제도와 상품 개발이 뒤처져 있어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온라인 보험사 레모네이드가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활성화한 차량의 보험료를 약 50% 할인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자율주행 중 사고 위험이 낮다는 데이터를 보험료 산정에 반영한 사례다.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0부터 레벨5까지 6단계로 구분된다. 레벨2는 조향과 가감속을 시스템이 보조하지만 운전자가 상시 감시하고 개입해야 한다. 레벨3은 조건부 자동화로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주변 인지와 제어를 담당하며, 시스템 요청 시 운전자가 운행을 넘겨받는다. 레벨4는 정해진 운행영역 안에서 무인 주행이 가능하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레벨2에서 레벨3 단계로 평가된다. 테슬라의 감독형 FSD도 일부 모델에 옵션으로 도입됐으나 가격과 규제 여건으로 대중화가 제한적이다. 정부는 2027년 레벨4 상용화를 목표로 자율주행차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도시 단위 실증 확대, 촬영사실 표시 차량의 원본 영상데이터 활용 허용, 개인차량 영상데이터의 익명·가명처리 후 활용 등 데이터 확보 규제도 손질할 계획이다. 사고 책임 기준 정리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와 이해관계자 협의체 구성도 예고됐다. 교통취약지역 자율주행 버스 지원을 확대하고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참여하는 K-자율주행 협력모델 기반 실증 사업을 키운다는 구상도 밝혀졌다.
국토교통부는 광주광역시 전역을 자율주행 실증도시로 지정해 200대 규모 실증 모델을 3단계로 진행하며 대규모 주행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엔디비아 출신 박민우 박사를 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전환과 자율주행 고도화를 위한 인력·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자율주행 시대에 사고책임 배분제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자율주행 기능의 역할이 커질수록 해당 기능을 만든 제작사가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감독형 FSD 주행 중 사고를 전제로 한 개인용 전용 보험 상품이 마련되지 않아 사고 발생 시 책임이 기본적으로 운전자에게 귀속되는 구조다. 레벨3 이상에서는 시스템이 차량을 통제하는 상황이 늘어 제조사, 시스템 운영사, 통신사업자, 관제서비스 사업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힐 가능성이 커 운전자 과실 여부를 기존처럼 단순 판단하기 어렵다.
보험업계는 자율주행 시스템 도입으로 사고 가능성이 낮아질 경우 개인 자동차보험료가 낮아질 여지가 있지만, 제조물 책임보험 등 제조사 측 책임을 담보하는 보험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차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록, 센서 정확도, 주행 데이터 등이 향후 보험료 산정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업무용 영역에는 자율주행차 위험담보 특약과 자율주행차 유상운송 위험담보 특약이 판매 중이지만 개인용 상품은 요율을 만들 만큼 데이터가 부족해 아직 구체적으로 준비된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국토부 주관으로 업계가 협업해 자율주행차량 관련 논의를 시작한 단계이며, 광주시 실증 데이터를 통해 추후 상품 개발 등에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