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관측되고 있다. 평년 대비 현저히 높거나 낮은 기상 요소가 나타나는 극한 현상으로, 농작물 피해뿐만 아니라 인명 피해도 초래한다. 국내에서는 2025년 7월 중순과 8월 초순에 기록적인 폭염과 호우가 반복됐고, 지역별로 폭염·집중호우·가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큰 피해가 났다.
기존 실손형 재물보험은 자연재난 피해를 보통 면책사항으로 두고 있으며, 보상을 받으려면 특별약관에 가입해야 한다. 또 손해사정이 복잡하고 보험금 지급이 지체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국가에서 신속한 보상이 가능한 지수형 보험(Parametric Insurance)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대표 사례로는 미국 플러드플래시의 파라메트릭 홍수보험, 프랑스 데카르트 언더라이팅과 스위스리의 파라메트릭보험, 뉴욕시 지역단체의 파라메트릭보험, 태국과 필리핀의 기후인덱스보험 등이 있다.
플러드플래시의 파라메트릭 홍수보험은 폭우나 눈 녹음으로 인한 홍수, 하수구 및 강둑 파열, 폭풍 해일 등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홍수를 보장한다. 데카르트의 홍수지수보험은 현장 수심 측정 센서가 측정한 수심이 사전 합의된 홍수 임계값에 도달하면 홍수 트리거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해 정해진 보험금을 신속히 지급한다. 태국에서는 손보재팬일본연합과 농업협동조합은행(BAAC)이 계약을 맺고 농민에게 기후인덱스보험을 제공한다. BAAC는 농가와 대출계약 시 이 보험을 소개하고,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보험회사에 납입한다.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BAAC에 지급하고 BAAC가 각 농가에 전달한다. 관측기간 누적강수량이 기준치를 하회할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며, 7월은 ‘초기 가뭄’, 8∼9월은 ‘가뭄’ 또는 ‘심각한 가뭄’ 기준이 적용된다. 기준에 따라 대출원금의 10%(초기 가뭄), 15%(가뭄), 40%(심각한 가뭄)가 보험금으로 지급된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손실 관련 객관적 지표를 이용해 사전에 합의된 보험금을 정액으로 지급하는 구조를 갖는다는 점이다. 지수형 보험은 사전에 정한 기준 지표를 초과하거나 미달하는 경우 보험금 지급 절차를 개시하고, 피보험자가 청구하면 즉시 약정된 보험금을 지급한다.
국내에서도 일부 보험회사가 기후변화에 대비한 틈새시장 성격의 지수형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여행자보험 특별약관 중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에 따른 비용을 정액으로 보장하는 상품, 폭염·폭우 등 날씨 피해로 전통시장 매출액을 정액으로 보상하는 날씨피해보상보험, 경기도 기후보험처럼 온열질환·한랭질환 진단비나 특정 질병 감염 진단비, 기후재해 사고 위로금을 정액으로 지급하는 상품 등이 있다. 정부는 이상기후로 근로소득을 상실한 공공 건설근로자의 소득 보장을 위해, 폭염 시 공공 공사 야외근무 강제 중지를 의무화한 지자체를 계약자로 하는 지수형 날씨보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양성문 RMI보험경영연구소 부소장(건국대학교 응용통계학과 겸임교수)은 기후위험이 더욱 다양해지는 가운데, 이에 대비하는 다양한 보험상품, 특히 지수형 보험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