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시장의 근간을 흔들었던 두 번의 신용 위기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72년 8·3 사채동결조치와 2000년대 초반 카드대란은 비록 30년 시차를 두고 정반대 방향으로 진행됐지만, 공통적으로 신용의 ‘양’만 통제하려 한 정책의 한계를 드러냈다. 보험업계는 이 역사적 사례를 통해 자산 건전성 관리와 리스크 평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있다.

1972년 8월 3일, 정부는 헌법상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기업의 모든 사채를 일괄 동결하고 연 16% 금리로 전환했다. 동결 규모는 약 3500억원으로 당시 국내 신용의 30%에 달했다. 이 조치로 기업 부채비율은 급속히 개선됐지만, 사채권자 중에는 평생 저축을 한 서민들도 포함돼 있었다. 국가는 빌린 쪽(기업)을 살리고 빌려준 쪽을 희생시키는 선택을 했다. 이러한 접근은 이후 보험사 등 제도권 금융기관의 신용 평가 방식에 구조적 결함을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약 30년 후인 2002년, 정부는 내수 부양을 위해 신용카드 발급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사용액 소득공제, 현금서비스 한도 확대, 길거리 모집 허용 등의 조치가 잇따랐다. 그 결과 카드 발급 장수는 1억장을 넘었고 이용 실적은 3년 만에 7배로 급증했다. 그러나 상환 능력 검증 없는 대출은 돌려막기 사슬이 끊기자 대규모 신용불량 사태로 이어졌다. LG카드는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고, 신용불량자는 372만명에 달했다. 보험업계에서도 유사한 대출 확대 정책이 도입될 경우 리스크 관리 실패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누구에게 신용이 흘러가는지’에 대한 근본적 설계 없이 단순히 총량만 조절했다는 점이다. 8·3은 사채를 강제로 눌렀고, 카드대란은 둑이 터지도록 풀었다. 그 대가는 서민 채권자와 신용불량자 같은 가장 약한 계층이 짊어졌다. 보험업계는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보험 가입자 보호와 리스크 분산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고 그 흐름을 설계하는 일이다. 과거 두 번의 실패는 ‘누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신용을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여전히 남기고 있다. 보험업계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소비자 신용 평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정책 당국과 협력해 체계적인 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