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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보험사의 ‘조용한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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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한 거래는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생명보험사를 합리적인 가격에 사들였고 인수 과정에서 제기된 주요 변수들이 큰 충돌 없이 정리됐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외국계 보험사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사 갈등과 비용, 책임 귀속 문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단순한 인수합병 성과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전 주인인 다자보험은 2019년 중국 안방보험그룹 해체 이후 설립된 보험그룹이다. 지분 약 98%를 중국 보험보장기금이 보유한 사실상 국유 관리 체제로, 출범 당시부터 신규 성장이나 해외 확장보다는 안방보험이 보유한 자산을 정상화한 뒤 정리·매각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같은 가교형 보험사 구조 속에서 두 회사는 전략 자산보다 관리 대상 자산에 가까웠으며, 중국 본토의 보험 전략과 직접적 연계성이 낮고 해외 규제·노사 관계 등 관리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자산이었다.

이러한 판단은 중국계 보험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영업해 온 다수 외국계 보험사 역시 장기 보유보다 정리와 출구 전략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반복적으로 보여 왔다. 생명보험 부문에서는 프루덴셜생명이 KB금융에 인수되며 철수했고, 메트라이프생명은 안정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방카슈랑스 중심의 제한적 영업 구조 속에서 성장성 한계 논란을 안고 있다. 이들 회사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도 본사의 글로벌 전략 변화에 따라 언제든 매각 또는 축소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라는 공통점이 있다.

손해보험 부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AXA손해보험은 과거 카카오페이 등과 매각 협상이 진행됐으나 최종 결렬됐으며, 이후에도 시장에서 잠재적 매물로 거론된다. 일부 글로벌 손보사들 또한 기업보험 등 특정 수익 영역에만 집중할 뿐 소비자 대상의 장기적 투자나 영업 확장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철수나 매각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갈등의 상당 부분이 국내 금융 생태계에 남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계 보험사의 대주주는 지분 매각을 통해 비교적 깔끔하게 출구를 확보하지만, 고용 안정 문제나 조직 재편 비용, 노사 갈등은 인수 이후 회사나 국내 금융시장 전반이 떠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제도적으로는 책임 공백을 낳는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동양생명·ABL생명 사례에서 불거진 합병 격려금 논란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수 이후 두 회사 노조는 고용 안정과 처우 보전을 이유로 매각 위로금을 요구해 왔고, 다자보험이 별도 조치 없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장기적인 노사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우리금융 측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자체 재원으로 직원들에게 합병격려금을 지급하며 관련 사안을 정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는 이 같은 처리 방식에 대해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노사 문제나 비용 부담 처리에 대한 감독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매번 조용한 타협으로 귀결되며, 매각 주체의 책임은 흐려지고 갈등 해소 비용과 부담만 국내에 남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체계 역시 한계를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계 보험사의 대주주 변경이나 철수는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중요한 사안임에도 실제 감독은 인수 승인 여부와 재무 건전성 심사에 집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한국이 규제와 관행 측면에서 외국 보험사가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아 장기적으로 영업 전략을 세우기 쉽지 않으며, 외국 자본은 조용히 떠나고 논란은 한국 내부에서만 남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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