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지난 4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대형사고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의 피해자가 제때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현행 제도가 충분하지 않아 피해자들이 보상 지연으로 이중 고통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2024년 8월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를 예로 들었다. 이 사고로 차량 약 40대가 전소되고 100대 이상이 피해를 입었지만, 수사가 4개월 넘게 진행되는 동안 손해배상 책임 주체가 확정되지 않아 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2006년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에서는 12명이 숨지고 약 4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자배원 정책연구센터의 강남석 연구원은 대형사고의 경우 원인 규명과 과실 비율 협의, 적정 손해액 확정까지 장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피해자가 보상 사각지대에 놓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교통사고 피해자를 신속히 보호하는 직접청구권이나 가불금청구권은 물적 손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거나 조사가 지연되면 적시 보호도 어렵다. 정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은 뺑소니나 무보험차 사고 피해자 구제에 중점을 두고 있어 대규모 재산 피해가 발생하는 대형사고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강 연구원은 정부의 교통사고 피해자 보호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의 보상 대상에 대형사고와 원인불명 사고 피해자를 포함하고, 의무보험 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물적 손해에도 보상이 이뤄지도록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행 의무보험 가입금액은 2014년 개정 이후 사망 1억5000만원, 부상 3000만원, 후유장애 1억5000만원, 대물배상 2000만원으로 1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보험개발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사망 피해자의 39.7%, 부상 피해자의 66.9%가 의무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손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 물가상승과 실제 손해액 증가를 고려한 증액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 연구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