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머니' 154조 시대…공공신탁 한계 드러나자 민간 역할론 부상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 이른바 '치매머니' 규모가 올해 15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분석 결과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6.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2050년이 되면 488조원, GDP 대비 15.0%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에 대한 체계적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치매 환자 재산 보호를 위해 공공신탁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2일 국민연금공단이 치매 환자의 자산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치매공공신탁제도(치매안심재산서비스)'를 내년부터 시범 운용하겠다고 발표했다. 2년간 시범 사업을 거친 후 2028년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기초연금 수급권자 등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재산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공공신탁이 안고 있는 한계도 적지 않다. 우선 가입 대상이 기초연금 수급권자와 차상위 계층, 기초생활수급자 등으로 제한돼 보편적 서비스로 기능하기 어렵다. 또 판단 능력이 크게 저하된 이후에야 작동하는 구조여서 환자 본인의 의사가 자산 운용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치매머니의 약 74%가 부동산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신탁이 취급하는 자산은 현금과 지명채권 등 현금성 자산으로 한정돼 있으며, 위탁 한도도 10억원으로 제한돼 있다.

이러한 공공신탁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민간 신탁의 역할 확대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민간 신탁 시장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치매 신탁 상품을 본격 판매하는 보험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며, 은행들도 예·적금 성격의 금전 신탁 형태로만 운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탁법과 자본시장법 간 괴리가 민간 신탁 시장 위축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신탁법상 재신탁이 허용돼 있지만 자본시장법에 구체적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실제 업무 위탁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금전 비율이 40%를 초과하는 종합재산신탁에 대해서는 공동 운용이 금지돼 있어 예금 비중이 높은 고령층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채무나 세금 같은 소극 재산을 신탁 재산에 포함할 수 없는 점도 생애 주기 맞춤형 자산 관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신탁과 민간 신탁 간 유기적 역할 분담이 치매머니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민간 신탁의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부의 공공신탁 도입을 계기로 민간 신탁 시장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