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해 통화정책에 미칠 불확실성 등을 우려하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달 말 발간된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 방안’ 보고서의 연장선에서 나온 발언이다.
노진영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팀장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따른 통화정책 불확실성 확대를 지적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파악하기 어려운 유동성이 비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늘어날 가능성을 언급하며 통화정책 전달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전환 과정에서 은행 예금과 대출이 함께 줄어들면 우리나라 간접금융 중심 구조에서 신용창출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또한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리스크를 중앙은행이 흡수하는 방안에 대해 중앙은행 재무제표의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은행 중심 구조로 설계할 경우 이중 통화 시스템 유지 차원에서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준비자산과 관련해 3개월 미만 단기 국채 흡수 규모가 통화채를 포함해 최대 50조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시장이 10조원 이상 성장하면 채권시장 규모와 연계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통화정책 영향, 신용창출 구조, 준비자산 수급 등 핵심 리스크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준홍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팀장은 스테이블코인 도입 과정에서 유동성 리스크와 플랫폼 종속 위험을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기술적 확장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유동성 리스크와 시장 구조, 플랫폼 종속 문제는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반복되는 대규모 환매 사태와 관련해 투자자들이 원하는 시점에 현금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발생하면 안전자산 구성 여부와 관계없이 환매 런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2023년 USDC 가격이 0.88달러까지 떨어졌던 사례를 언급하며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당시 투자 비중은 8%였지만 환매 요구는 18%인 78억 달러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통량 부족 시 불안정성도 주요 리스크로 지목됐다. 일정 수준 이상의 유통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가치 불안정성이 급격히 커져 그 위험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국채 100%로 구성하더라도 환매 런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USDT와 USDC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유통량의 99.7%를 차지하는 상황에 대해 스테이블코인이 기초통화 수요를 잠식하는 구조이자 네트워크 효과가 극단적으로 강하게 작동함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USDT와 USDC 모두 법정통화 대비 변동성이 적지 않고,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페깅 이탈 빈도가 더 잦고 폭도 크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이나 빅테크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해당 플랫폼에 소속된 소상공인과 하청업자들에게 코인 결제를 강요할 위험도 제기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행과의 의견 차이와 관련해 특정 부문의 위험을 크게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혁신을 더 중요하게 보는 사람도 있다며 지속적으로 협의해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국제적 정합성, 생산성·부가가치 창출, 안전장치 마련 등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구체적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