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판매 채널 구조 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보험 상품 제조와 판매 기능을 분리하는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 필요성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 것이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광화문에 위치한 GA인재개발센터에서는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한국손해사정사회가 공동으로 세미나와 업무협약 체결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소비자 권익을 높이기 위한 판매 체계 개편 방향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류성경 동서대학교 교수는 보험업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소비자 민원의 근본 원인으로 '책임 분산 구조'를 꼽았다. 상품 개발은 보험사, 판매는 대리점과 설계사, 보험금 지급은 다시 보험사가 맡으면서 정작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지적이다. 류 교수는 "보험은 가입할 때보다 보험금을 받을 때 평가받는 상품"이라며 제조와 판매를 분리해 판매와 유지관리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판매전문회사의 주요 역할로 상품 비교 설명, 계약 유지 서비스, 지속적 정보 제공, 보험금 청구 지원 등을 제시했다. 특히 고령층이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김용태 보험GA협회장은 "보험대리점 업권은 소비자 편에 설 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올해 안에 보험판매전문회사 관련 입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해외 사례도 언급됐다. 일본은 2016년 대형 판매 채널을 금융회사 수준으로 관리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미국은 브로커 중심 시장 구조가 발달해 독립 채널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영국 역시 독립재무자문업자(IFA) 채널을 통해 자산관리와 보험 판매 자문을 병행하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 지원이나 유지관리 업무는 현재도 현장에서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보험판매전문회사가 도입된다고 해서 소비자 편익이 본질적으로 달라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논의 당시에는 보험료 인하와 소비자 혜택 확대 논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수수료 협상권을 강화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 논의는 2008년 이후 약 17년간 이어져 왔지만 제도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보험개혁회의에서 도입 방안을 검토했으나, 현재는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논의가 과연 입법으로 이어질지, 혹은 또다시 공론화 단계에 머물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