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금융지주계열 생명보험사 최고경영자들이 최근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신용공여 규제 완화를 공식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요양사업 등 공공성이 높은 분야에 한해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 제2항은 같은 금융지주 내 자회사 간 신용공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는 한 계열사의 부실이 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보험업법 제2조 제13호와 시행령 제2조 제1항은 신용공여를 대출, 어음매입, 보증 등 신용위험이 따르는 거래로 정의하며, 보험업감독규정 별표1의2는 예치금도 신용공여에 포함된다고 명시한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요양사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생명보험사가 요양시설 운영 자회사를 설립해 부지를 확보하고 건물을 짓더라도, 같은 그룹 은행으로부터 담보 없는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생보사는 외부 금융기관에서 고금리 자금을 조달하거나, 완공 후 담보를 제공해 계열은행 대출로 전환하는 우회 구조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복된 금융비용과 행정 절차 부담이 투자 유인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 보험회사는 K-ICS 등 지급여력제도를 통해 위험자산 평가와 내부통제 요건이 이미 강화돼 있어 대주주나 계열사와의 자산거래를 일괄적으로 금지할 필요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선진국에서는 일괄적 금지를 완화하고 내부통제를 통한 책임 규제 체계로 전환하는 추세다. 영국은 2016년 SolvencyⅡ 도입 이후 특정 자산 비율 제한을 없애고 선관주의원칙 아래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위험을 관리하도록 했다. 독일도 SolvencyⅡ 이후 담보자산 한도규제를 해제하고 지배구조와 위험관리 요건을 강화했다. 일본은 2012년부터 대부분의 자산별 비율규제를 없애고 동일인 및 주요주주 거래만 제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으며, 2026년에는 경제적 가치 기반 지급여력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국제적 흐름에 맞춰 생명보험사의 요양사업을 계열 리스크가 아닌 보험사의 사회적 역할 확대라는 정책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용공여 금지 원칙은 유지하되, 요양시설과 시니어케어 등 복지 목적 사업에 한해 담보요건을 완화하거나 내부 한도 특례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K-ICS와 ORSA 체계 내에서 리스크를 별도로 관리하고, 이해상충 방지와 내부거래 투명 공시를 위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