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건조 평원에서 자라는 바오밥나무는 술통처럼 굵은 줄기에 물을 저장하고 거꾸로 뿌리를 뻗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평균 수명은 3000년에서 5000년, 길게는 6000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조한 환경에서 홀로 살아남기 위해 깊은 뿌리로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생존 방식 덕분이다.
한때는 주변에 나무가 많을수록 숲이 풍요롭고 아름답다고 여겨졌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여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 관계를 촘촘히 할수록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울창한 숲 속에는 그늘이 많고, 관계가 늘어날수록 숨 쉴 공간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너무 가까이 선 나무들은 서로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나무 한 그루로 서는 용기의 가치를 배우게 됐다. 관계는 꼭 붙어 있다고 깊어지는 것이 아니며, 부모 자식 사이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각자의 세계에서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 30년 동안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 능력이자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했고, 캘린더에 약속이 빽빽할수록 인정받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다는 것이 꼭 풍요를 뜻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을 소모시키기도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요즘은 간격과 여백을 배우고 있다. 너무 가까워 상처 나지 않고, 너무 멀어 잊히지 않으며, 서로의 삶이 부담되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사람 사이의 거리는 계절과 같아서, 너무 덥지도 차갑지도 않을 때 마음이 머문다는 생각이다.
나무들은 서로를 향해 경쟁하지 않고 각자의 속도로 햇빛을 향해 자란다. 누군가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사람이고, 누군가는 그 그늘 덕분에 쉼을 얻는 사람이다. 더 이상 울창한 숲을 원하지 않고, 바람이 잘 드나드는 숲을 그리고 있다. 그 속에서 나무들은 서로에게 기댐이 되면서도 각자의 뿌리로 단단히 서 있을 것이라는 관점이다.
바오밥나무는 홀로 서 있지만 깊은 뿌리로 지하수를 스스로 끌어올려 생명을 이어간다. 비가 오지 않아도 버티고 혼자 서는 힘이 있는 나무다. 세상이 점점 빽빽해지고 관계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숨이 막히는 순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간격과 여백 속에서 각자의 뿌리를 깊이 내리는 것이 꽤 괜찮은 삶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