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재난이 예측하기 어려운 일상적인 위험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2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SK미래관에서 한국보험교육연구원과 한국화재보험협회가 공동으로 연 ‘재난안전 및 보험교육’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강사로 나선 이승우 한국화재보험협회 부이사장은 재난 양상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진단했다.
이 부이사장은 과거에는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예외적 사건으로 여겨졌던 재난이 이제는 계절과 지역의 경계를 넘는 극한 호우, 폭염, 대형 산불이 일상화된 새로운 위기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관리 패러다임을 사후 복구 중심에서 사전 예방과 회복력 강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위험 예측과 보험을 통한 위험 전가, 민관 협력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산불의 경우 계절성 재난에서 연중·대형화 재난으로 바뀌었다고 이 부이사장은 진단했다. 건조한 기후와 강풍이 맞물리면서 한번 발생하면 빠르게 확산하고 피해 규모도 커지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산불 위험이 주거지와 산업시설이 밀집한 도시·산림 경계(WUI)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UI는 인간의 개발 지역이 자연 산림과 만나는 접점을 의미하며,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을 가리키는 국제적 용어다.
이 부이사장은 행정안전부에서 특수재난협력관, 사회재난대응정책관, 재난협력실장,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느낀 어려움으로 부처 간 칸막이와 사전 예방 투자 부족을 꼽았다. 재난 정보가 기상청, 산림청, 소방, 각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기관에 흩어져 통합적인 상황 판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예산 편성이나 정책 평가가 대부분 사고 후 복구에 집중돼 있어 선제적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개선 과제로는 데이터 기반의 통합 위험관리 시스템 구축이 제시됐다. 각 기관이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기상, 산림, 소방, 지자체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로 융합해 재난 위험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현장 담당자들이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더 안전하게 복구’ 원칙의 제도화도 언급됐다. 이 부이사장은 재난 피해 발생 시 단순히 이전 상태로 원상 복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지역이 미래 재난에 더 강하게 견딜 수 있도록 예방적 투자를 의무화하고 인센티브를 연동하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