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외 풍수해보험, ‘국가 회복 인프라’로 진화…한국 시사점은
기후위기가 일상화되면서 세계 주요국들은 풍수해보험을 단순한 보상 수단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재해 회복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본, 미국, 중국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분담해 자연재해 위험을 사회 전체가 분담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들 국가의 운영 사례는 최근 잦아진 국내 집중호우와 태풍 피해에 대응하는 한국 보험업계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민간 화재보험을 기반으로 한 선택적 특약 구조가 특징이다. 기본 화재보험에 풍재(바람 피해), 우박재, 설재, 수재(홍수·범람·토사) 등을 부가하는 방식인데, 특히 풍재 담보는 사실상 자동 포함되는 관행이 오래돼 태풍 피해 보장이 거의 전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지진보험은 별도 체계로 운영되며 가입률이 30%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민간 손보사들이 판매하는 이 구조는 도쿄해상, 손보재팬, 미쓰이스미토모 등 주요 보험사가 주도하며, 보장 한도는 화재보험 금액의 30~50% 수준으로 설정된다.
미국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운영하는 국가홍수보험(NFIP)이 핵심축이다. 1968년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현재 약 470만 건의 계약이 유지되고 있으며, 2022년 ‘리스크 레이팅 2.0’ 개혁을 통해 주택별 실제 위험 수준을 반영한 요율 체계로 전환됐다. 특히 민간 보험사가 정부를 대신해 계약과 보험금 지급을 수행하는 ‘Write-Your-Own(WYO)’ 프로그램은 정부 보증과 민간 참여가 병행되는 독특한 공공·민간 협력 구조다. 다만 NFIP의 정치적 리스크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 ‘프라이빗 플러드(Private Flood)’ 보험이 빠르게 성장하며 지하실 손해, 사업 중단 손실 등 공공보험의 사각지대를 흡수하고 있다.
중국은 ‘도농주민주택 재해보험 공동체’를 중심으로 전국 단위 체계를 강화 중이다. 인민재산보험(PICC)을 주축으로 40여 개 보험사가 공동 참여하며, 보장 범위를 기존 지진에서 태풍·홍수·폭우·산사태 등으로 확대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약 6,400만 세대가 총 22조3,600억 위안 규모의 보장을 받았다. 주목할 점은 중국이 풍수해보험을 단순 보상에서 ‘보험+위험감축+기술’ 중심의 리스크 관리형 모델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드론 3D 모델링, 위성 원격탐사, IoT 기반 수침 감시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재해 전 예방부터 사후 정밀 보상까지 전주기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보험업계도 일본의 선택적 특약 체계, 미국의 공공·민간 협력 모델, 중국의 기술 기반 리스크 관리 방식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풍수해보험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국가 재해 대응 인프라의 일부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