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소·벤처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절차가 한층 간편해진다. 정부는 7월 21일 국무회의를 열어 소액공모 범위를 기존 10억원 미만에서 3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와 함께 벤처투자조합 등이 투자할 때 공모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감독규정 개정안도 함께 마련했다.
소액공모 제도는 기업이 소액의 자금을 공모 방식으로 조달할 때 증권신고서 대신 간소한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증권신고서는 금융당국의 정정요청과 수리를 거쳐야 하지만, 소액공모 서류는 별도 수리가 필요 없어 절차가 훨씬 간단하다. 통상 소액공모 서류의 분량이 증권신고서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번 개정으로 소액공모 범위가 1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더 많은 중소·벤처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소액공모 제도는 2009년 처음 도입될 당시 기준이 10억원 미만으로 설정된 이후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 그동안 실물경제와 자본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하면서 제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공모시장 규모는 2009년 127조원에서 최근 3년 평균 274조원으로 2배 이상 커졌고, 건당 유상증자 규모도 298억원에서 1140억원으로 3.8배 증가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이번 개정 방안을 예고한 바 있다.
소액공모 범위가 확대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함께 강화된다. 금융위는 소액공모 서류에 투자 위험이 더 잘 드러나도록 공시 서식을 개선할 예정이다. 특히 관리종목 등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기업이 소액공모를 할 때 관련 내용이 명확히 표시되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조각투자증권, 즉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경우 30억원 미만의 공모라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조각투자증권이 도입 초기 단계이고 기초자산의 다양성 등 비정형적 특성이 있어 더 엄격한 공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투자계약증권도 유사한 이유로 조달 금액과 관계없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유지된다.
벤처투자조합과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 벤처캐피털(VC) 펀드에 대한 공모규제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VC 펀드가 투자할 때 일반투자자 수가 50인 이상이면 공모로 간주돼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시 의무가 발생했다. 문제는 VC 펀드의 조합원 한 명 한 명을 모두 투자자 수로 계산해야 했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이 여러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다 보면 의도치 않게 공모 규제를 위반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예를 들어 벤처투자조합 3개가 각각 금융회사 10개사와 일반투자자 20명으로 구성된 경우, 이 조합들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투자자 수는 펀드 개수 3개가 아니라 일반투자자 조합원 수 60명으로 계산됐다. 일반투자자가 50명이 넘으므로 공모에 해당해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법 위반이 되는 구조였다. 이번 개정으로 VC 펀드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 집합투자기구 등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투자자 수 산정에서 제외된다. 다만 개인투자조합이나 민법상 조합 등은 운용 주체의 전문성 요건이 완화되어 있어 이번 제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VC는 펀드 구조 설계를 더 유연하게 할 수 있게 됐고, 벤처기업도 여러 VC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규제 위반 우려 없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벤처투자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오는 7월 28일 공포·고시와 동시에 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금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으며,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은 지난 7월 1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이미 의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