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소·벤처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소액공모 범위를 기존 10억원 미만에서 3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벤처투자조합(VC펀드)에 대한 공모규제도 완화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절차를 전반적으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소액공모 제도는 기업이 증권을 공모할 때 원칙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증권신고서 대신 상대적으로 간소한 소액공모 서류만 제출·공시하면 되도록 한 제도다. 증권신고서는 분량이 소액공모 서류의 약 2배에 달하고, 금융당국의 정정요청과 수리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소액공모 서류는 별도 수리가 필요 없어 절차가 훨씬 간편하다. 그동안 소액공모 기준은 2009년 10억원 미만으로 설정된 이후 17년 동안 유지돼 왔는데, 같은 기간 공모시장 규모는 127조원에서 274조원으로 2.2배, 건당 유상증자 규모는 298억원에서 1,140억원으로 3.8배 각각 성장했다. 이에 따라 실물경제와 자본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소액공모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업무보고를 통해 소액공모 범위를 3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이번에 관련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JOBS Act를 통해 2015년에 완화된 공모(RegA) 한도를 5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Tier1)와 5000만 달러(Tier2)로 상향 조정했으며, 2021년에는 Tier2를 7500만 달러로 추가 확대한 바 있다.
소액공모 범위 확대와 함께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됐다. 소액공모 서류에 투자위험이 보다 잘 표시될 수 있도록 공시서식을 개선할 예정이다. 특히 관리종목 등 투자자 주의가 필요한 기업이 소액공모를 할 경우 관련 내용이 명확히 공시되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조각투자증권(비금전신탁 수익 증권)의 경우 30억원 미만 공모이더라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는 샌드박스를 거쳐 제도화된 조각투자증권이 도입 초기이고 기초자산의 다양성 등 비정형적 특성을 갖는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기초자산의 가치평가와 운영방법, 수익흐름, 투자위험 등이 충실히 공시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유사한 신종·비정형 증권인 투자계약증권도 이미 조달금액과 관계없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
벤처투자조합 등에 대한 공모규제 완화도 이번 개정의 핵심 내용이다. 현행 법규는 증권신고서 공시의무 등 공모규제를 적용받는 공모의 기준을 전문가나 연고자가 아닌 일반투자자 50인 이상에게 청약을 권유하는 경우로 정하고 있다. 은행, 보험회사, 증권사, 집합투자기구(펀드) 등 금융회사는 전문가에 해당해 투자자 수 산정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벤처투자조합과 신기술사업투자조합 같은 VC펀드는 집합투자기구와 성격이 유사함에도 일반투자자로 분류돼 투자자 수 산정 예외가 적용되지 않았다. 특히 조합 형태의 경우 전체 조합을 1명의 투자자로 계산하지 않고 조합원 각각을 투자자 수로 계산해야 하는 복잡성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들이 의도치 않게 공모규제를 위반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예를 들어 벤처투자조합 3개로부터 투자를 받는 경우, 각 조합이 전문가인 금융회사 10개사와 일반투자자 20명으로 구성돼 있다면 공모 판단을 위한 투자자 수는 펀드 개수인 3명이 아니라 일반투자자 조합원 수인 60명이 된다. 이 경우 50인 이상이므로 공모에 해당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 위반이 된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VC펀드의 운용주체(GP)가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집합투자기구와 마찬가지로 공모규제 투자자 수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의 대상이 되는 VC펀드는 벤처투자법에 따른 벤처투자조합,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소재부품장비산업법에 따른 전문투자조합, 농수산식품투자조합법에 따른 투자조합 등이다. 다만 개인투자조합이나 민법상 조합 등은 운용주체 요건이 완화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투자자 수 산정 제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개정을 통해 VC는 조합원 구성 등 펀드 구조 설계를 보다 유연하게 할 수 있고, 벤처기업도 VC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의도치 않은 공모규제 위반 우려가 완화돼 보다 원활한 자금조달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자본시장 혁신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주인 7월 28일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도 지난 7월 1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의결됐으며, 같은 날 고시·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