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AI 악용 보험사기, 'AI 대 AI' 경쟁 본격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보험사기의 새로운 도구로 악용되면서 보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기존 위·변조 방식과 달리 AI가 이미지 픽셀 자체를 새롭게 생성하는 방식으로 서류를 조작하기 때문에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부산의 20대 남성은 입·통원 확인서를 촬영한 후 생성형 AI로 날짜를 조작해 1년간 11개 보험사로부터 1억5000만원을 편취했다. 지난해 12월 징역 2년이 확정됐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편취 금액 이상의 충격을 업계에 안겼다. 과거 포토샵 편집 시 남던 폰트 차이 같은 물리적 흔적이 생성형 AI에서는 원천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액은 1조1571억원으로, 2022년 1조818억원 이후 4년 연속 1조원을 넘어서며 매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적발 사기까지 포함하면 연간 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유형별로는 실손의료·장기손해보험이 44.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자동차보험 22.4%, 생명보험 21.8%가 뒤를 이었다. 특히 진단서 등 증빙서류 의존도가 높은 장기보험 특성상 생성형 AI 변조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AI 기반 탐지 시스템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사들은 과거 적발 이력과 청구 패턴을 머신러닝으로 학습해 의심 사례를 선제적으로 걸러내는 시스템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AI 기업과의 기술 제휴를 추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달 경찰청, 금융감독원, 신용정보원, 보험개발원이 참여하는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TF는 오는 9월까지 방지체계 구축 방안을 마련하고, 10월부터 법령 개정과 플랫폼 고도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당국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민원과 사기 의심 건이 급증하면서 내부 처리에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건은 개별 보험사로 이관돼 조사와 심사를 거치는 구조여서 처리 지연이 보험사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사기 적발 비용은 일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전가돼 선량한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생성형 AI가 누구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되면서 보험사기와 탐지 기술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AI 대 AI' 대결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창이 날카로워질수록 방패도 두꺼워져야 하지만, 기술의 진화 속도가 규제와 탐지 체계를 앞서고 있는 현실이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