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보험사기 의심 사례가 늘면서 사고 원인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경미한 접촉 사고에서 발생하는 보험금 분쟁과 고의 사고 의심 건을 데이터로 분석해 대응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보험개발원은 지난 7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관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경찰, 보험사, 대학병원 관계자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보험개발원과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 경기남부경찰청이 각각 경미 사고에 따른 상해 위험 분석, 고의 사고 판단 기법, 사고기록장치(EDR) 활용 사례, 수사 현장 적용 방안을 발표했다. 세미나의 핵심은 단순한 진술이나 접수 내용에 의존하지 않고 차량 움직임과 충격 데이터, 탑승자 상해 가능성 등 과학적 근거를 사고 판단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데 있다.
보험개발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는 90만1000원으로, 2015년 39만2000원과 비교해 91.1%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상자 평균 진료비는 25.1% 늘어나는 데 그쳐, 경상환자 진료비 증가 속도가 유독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개발원은 2015년부터 경미 사고 재현 충돌시험을 진행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제공한 상해위험분석서가 활용된 316건의 소송 중 96%에서 사고와 상해 간 인과관계가 없다거나 보험금이 조정되는 결과가 나왔다.
고의 사고 판단에는 블랙박스 영상과 현장 자료 분석이 동원됐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같은 운전자가 낸 12건의 사고를 분석한 사례를 설명했다. 블랙박스에서 차량 위치와 시간 데이터를 추출하고, 위성사진·현장 사진·도로 구조를 대조해 사고 당시 진행 경로를 재구성한 결과, 감속 여부와 제동 시 충돌 회피 가능성 등이 객관적으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판결의 핵심 증거로 활용됐다.
사고기록장치(EDR)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관련 규정 개정으로 기록 항목이 기존 45개에서 67개로 늘었으며, 필수 항목은 15개에서 55개로 대폭 확대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상해위험분석서가 경미 사고에서 탑승자의 실제 부상 가능성을 가늠하는 자료로 수사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자가 부상을 주장해 가해 운전자에게 벌점이 부과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분석 결과 상해 가능성이 낮으면 억울한 처분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허창언 보험개발원장은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사고분석이 분석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