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유통사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납품업체와 입점 소상공인들의 자금난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KB국민은행이 지난 7일 이들 협력업체를 겨냥한 긴급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원 대상은 홈플러스와 직·간접적으로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으로 한정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신규 자금 수요가 있는 업체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운전자금을 긴급 대출해주고 별도의 할인금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미 기존 대출을 사용 중인 업체들에 대해서도 금융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마련됐다. 만기가 돌아온 대출은 원금 일부를 갚지 않아도 최대 1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며, 해당 기간 동안 금리 우대 혜택이 제공된다. 분할상환 중인 대출의 경우 1년 동안 원금 상환을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권의 협력업체 지원 실적도 눈에 띈다. 작년 3월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개시한 이후 지금까지 은행권은 총 7546건, 약 5조원 규모의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를 시행했다. 긴급 자금이 절실했던 93건에 대해서는 158억원이 신규로 공급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상태다. 이 결정은 14일 이내 이의제기나 법원의 재검토 절차에 따라 번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협력업체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금융감독원, 전국은행연합회, 5대 시중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관계 기관과 함께 대응 점검회의를 열어 향후 금융지원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사태는 대기업의 회생절차가 협력 생태계 전체에 연쇄적 충격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은행권이 단기 유동성 공급에 집중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거래선 재편 없이는 자금난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추가 지원책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