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5차 국제경쟁네트워크(ICN) 연차총회를 맞아 필리핀 경쟁당국과의 협력을 공식화하고, 현지 한국 기업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등 다각적인 국제 활동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필리핀 경쟁위원회(PCC)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유럽연합(EU) 경쟁총국(DG COMP) 및 케냐 경쟁당국(CAK)과 양자협의를 진행했다. 호주와 이탈리아 경쟁당국과의 협의도 이어졌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신흥 시장 경쟁당국과의 제도적 협력 강화와 한국 기업의 해외 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주병기 위원장은 5월 8일 필리핀 경쟁위원회(PCC)의 마이클 아기날도(Michael G. Aguinaldo) 위원장과 경쟁법 집행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PCC는 2016년 설립 이후 공정위의 사건 처리 시스템 구축 지원 등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파트너다. 이번 MOU는 기존 기술 지원을 넘어 정보·경험 공유, 인력 교류, 상호 관심 사안 통지·협의 등을 구체화한 것으로, 양국 간 실질적 공조 체계를 마련했다.
MOU의 주요 내용은 양 기관 간 협력 발전을 통해 각국 경쟁법의 효과적 집행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협력 범위로는 경쟁정책 및 법 집행 관련 정보와 모범 사례 공유가 포함되며, 한쪽의 법 집행이 상대국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칠 경우 통지와 협의를 의무화한다. 또한 교환된 정보의 비밀 유지는 철저히 지키되, 각국 법령에 위배되는 정보 교환은 요구하지 않는 조항도 명시됐다. 이는 동남아 지역 경쟁당국과의 협력 확대를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날 공정위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HJ중공업, 현대건설, 한국전력공사, 대한항공, KT SAT, 하나은행, 한국콜마헬스케어 등 건설·에너지·항공·통신·금융 분야 주요 기업 대표와 KOTRA 마닐라 무역관이 참석했다. 주 위원장은 지난 3월 한-필리핀 정상회담 성과를 사업 기회로 연결하기 위해 현장 소통에 나섰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 공정위는 PCC 설립 10주년을 맞아 강화된 법 집행 기조를 설명했다. 대규모 공공 인프라 사업의 입찰 담합 제재, 에너지 분야 집중 모니터링, 기업결합 신고 기준 상향 등을 한국 기업들이 유의할 점으로 짚었다. 기업들은 각 산업 현황을 공유하며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주 위원장은 "양국 협력이 에너지·인프라 분야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겠다"며, MOU 체결 성과를 통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간담회 의견을 바탕으로 필리핀 당국과의 채널을 활용해 애로 해소에 나설 계획이다. 한-아세안 FTA 개선 협상 등에서도 관계 부처와 협력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5월 8일 EU 경쟁총국(DG COMP)과의 양자협의에서는 주 위원장과 올해 4월 임명된 앤서니 웰런(Anthony Whelan) 총국장이 참석했다. 공정위는 반복적 법 위반 과징금 가중 비율 상향, 내부 신고 활성화, 사건 처리 역량 강화 등 집행력 제고 방안을 소개했다. 디지털 시장의 공정 거래 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 정책도 공유됐다.
EU 측은 디지털시장법(DMA) 최신 동향과 기업결합 가이드라인 개정 초안을 설명했다. 양측은 글로벌 디지털 시장에서 경쟁당국 간 공조 중요성에 공감하며, 강력·투명·효과적 집행 의지를 확인했다. 주 위원장은 "공정위 정책이 글로벌 트렌드와 부합함을 확인했다"며, EU 등 주요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날인 5월 7일 케냐 경쟁당국(CAK)과의 양자협의도 열렸다. 주 위원장과 데이비드 키벳 케메이(David Kibet Kemei) 총국장이 만났다. 케냐는 디지털 시장 법 개정 추진과 한국의 규제 경험, 디지털 포렌식 조사 기법에 관심을 보였다. 공정위는 관련 입법 노하우를 소개하며 기술 지원과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번 ICN 계기 활동은 신흥 경쟁당국과의 협력 제도화, 주요 당국과의 정책 공조 확대, 기업 소통 강화를 이뤘다. 공정위는 다자·양자 협력을 병행해 국제 경쟁법 집행 정합성을 높이고, 해외 기업 지원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국제 공조는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