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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3화]

누구를 먼저 살릴 것인가

작성: 2026.04.03 11:03 조회수: 44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산소통의 잔량 눈금은 새벽 두 시쯤 빨간 눈금 끝에 닿았다.

차유리는 환자 침대 옆에 무릎을 꿇은 채 마스크 줄을 조이지도, 놓지도 않고 그대로 있었다. 비상등의 붉은빛이 그녀의 옆얼굴을 절반쯤 지웠다. 세온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유리가 침묵할 때는 포기한 게 아니라 계산 중이라는 걸 두 시간 만에 이미 알아챘다. 그 침묵은 무너진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버티는 사람의 것이었다.

"얼마 남았어요?"

"이십 분. 넉넉하게 보면 이십오 분."

유리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세온은 재고 목록을 머릿속에서 다시 펼쳤다. 응급실 비품 캐비닛에서 찾아낸 산소통은 두 개였고, 하나는 이미 교체 완료였다. 남은 예비통 하나가 지금 이 환자에게 붙어 있었다. 그 다음은 없었다. 세온은 캐비닛 쪽을 한 번 더 눈으로 훑었다. 없는 건 없는 것이었다.

강태민이 서비스 통로 쪽에서 걸어왔다. 손에는 손전등이 들려 있었고 빛은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장갑 없이 쇠 셔터를 만진 탓인지 손등에 기름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가 말하기 전에 세온이 먼저 물었다.

"통로 상태요?"

"셔터 잠금 장치가 안쪽에서 걸린 거야. 바깥에서 건 게 아니라."

그 한마디가 응급실 안을 잠깐 조용하게 만들었다. 정윤호가 창가에서 몸을 틀었고, 하린은 태블릿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귀만 세웠다. 오도혁은 자동문 가까이에 서 있었는데,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어깨가 아주 조금 굳었다. 세온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열 수 있어요?"

"공구가 있으면. 쇠파이프나 드라이버 세트."

"처치실 캐비닛 아래 칸에 공구 세트 하나 있어요. 못 쓰는 침대 프레임 뜯을 때 쓰는 거."

유리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 목소리가 아주 평평했다. 세온은 그 평평함이 지금 그녀가 얼마나 힘을 쥐어짜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목소리부터 잡아두는 사람의 방식이었다.

오도혁이 캐비닛으로 먼저 움직이려는 찰나, 세온이 팔을 가로질렀다.

"잠깐."

오도혁은 멈췄다. 세온은 짧게 그를 봤다.

"아까 자동문 앞에서 뭐 했어요?"

오도혁의 표정이 아주 잠깐 달라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반박이 아니라 준비된 무표정이었다.

"신호 잡히나 확인한 거요. 와이파이 아니고 주파수."

그는 어깨를 살짝 올렸다.

"이런 데서 나 혼자 살겠다고 외부 연락하면 다들 날 죽이려 할 거잖아요. 알아요 나도."

태민이 그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오도혁은 그 시선을 받고도 웃지 않았다. 그건 오히려 더 수상했다. 해명이 너무 빠른 사람은 대개 미리 준비해둔 것이다.

공구 세트를 챙겨 통로로 들어가는 동안 정윤호가 뒤에서 조용히 따라붙었다. 세온은 눈치챘지만 막지 않았다. 대신 말 없이 먼저 셔터 앞에 섰다. 손전등을 비추자 잠금 장치 아래쪽에 기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쇠 냄새와 미세한 윤활유 냄새가 함께 올라왔다. 최근이었다. 재난 당일 이전은 아니었다. 세온은 손가락으로 자국 가장자리를 건드려봤다. 굳어 있었지만 먼지가 덮이지는 않았다. 길어야 이틀.

정윤호가 옆에 서서 그 기름 자국을 내려다봤다. 그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세온이 먼저 말했다.

"이 병원 서비스 구역, 주무관님 담당 권역이에요?"

"인접 구역이에요. 직접 담당은 아니지만 구역 관리 목록엔 있어."

"그럼 이 셔터가 최근까지 열렸다는 거 알았겠네요."

정윤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겉옷 안쪽으로 손이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빈손이었다. 하지만 세온은 봤다. 그 손이 뭔가를 꽉 쥐고 있다가 놓은 감촉으로 움직였다는 걸. 손가락 끝이 천 안쪽 어딘가에 닿았다가 물러나는 동작이었다.

"나중에 얘기해요."

정윤호가 낮게 말했다.

"지금은 저 환자 먼저."

그건 맞는 말이었다. 세온은 드라이버를 잡았다.

잠금 장치를 분리하는 데 십이 분이 걸렸다. 태민이 옆에서 손전등을 고정하며 도왔다. 두 사람 사이에 말은 없었다. 드라이버가 쇠에 걸릴 때마다 나는 마찰음이 좁은 통로를 채웠다. 셔터가 열리는 순간 찬 공기가 안으로 밀려들었다. 먼지 냄새와 콘크리트 냄새, 그리고 어딘가에서 나는 탄 냄새가 섞여 있었다. 바깥이 완전히 밀봉된 건 아니었다. 어디선가 공기가 드나들고 있었다. 태민이 손전등을 통로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빛이 닿는 끝에 또 다른 셔터가 있었다. 닫혀 있었다. 하지만 그쪽 잠금은 달랐다. 자물쇠가 아니라 걸쇠였다.

하린이 통로 입구에 서서 태블릿 화면을 세온 쪽으로 내밀었다.

"이쪽으로 나가면 봉쇄선 안이에요. 방송에서 말한 경계선이랑 다른 쪽."

"얼마나 다른데요?"

"한 블록이요. 정확히는 한 블록 더 안쪽에 실제 망이 쳐져 있어요. 방송이 틀린 게 아니라면 누가 봉쇄선을 바꾼 거예요."

세온은 그 화면을 오래 들여다봤다. 봉쇄선을 바꿀 수 있는 건 집행 주체였다. 군이거나, 아니면 군 이외의 누군가였다. 병원 서비스 통로에 최근까지 사람이 드나들었다는 사실과 이 두 가지가 머릿속에서 조용히 연결됐다. 아직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확인이 없으면 공포만 커질 뿐이었다. 세온은 태블릿을 하린에게 돌려줬다.

"저장해둬요. 화면 캡처도."

하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 손이 조금 떨렸다. 하린은 스무 살이 넘지 않아 보였다. 세온은 그 떨림을 못 본 척했다.

응급실로 돌아오자 유리가 환자 곁에 앉아 맥을 짚고 있었다. 산소통 눈금은 빨간 선 아래로 완전히 내려가 있었다. 환자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다. 아주 얕게. 유리의 손이 환자의 손목 위에 얹혀 있었는데, 그 자세가 측정이 아니라 붙잡는 것처럼 보였다.

세온이 유리 곁에 앉았다. 낮게 물었다.

"지금 뭐가 필요해요?"

유리는 잠깐 망설였다. 그게 이상했다. 유리는 망설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결정이요."

그녀가 말했다.

"이 사람한테 마지막 남은 포도당 수액을 쓸 건지, 아니면 나중에 움직일 수 있는 사람한테 아껴둘 건지. 나 혼자 못 정해요."

그것은 트리아지였다. 전쟁터에서 쓰던 말이 응급실 비상등 아래 그대로 내려앉아 있었다. 세온은 태민을 봤다. 태민은 아무 표정도 없었지만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아주 조금 끄덕였다. 동의가 아니라 네가 결정하라는 뜻이었다.

"쓰세요."

세온이 말했다.

"그 결정 한 번이야 쉬워요."

유리가 낮게 답했다.

"그다음 결정부터가 문제인 거 알죠?"

세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지금 이 환자에게 수액을 쓰기로 한 결정은, 그다음 판단의 기준이 된다. 누구를 먼저 살리느냐는 규칙이 이 순간 조용히 쓰이기 시작했다. 규칙은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선택이 쌓여서 만들어진다.

유리가 수액 팩을 들었다. 바늘을 꽂는 손이 흔들리지 않았다. 세온은 그 손을 보면서 이 사람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이미 결정해왔는지를 생각했다. 오늘 밤이 처음이 아닐 것이었다.

오도혁이 통로 입구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온은 그의 눈이 수액 팩이 아니라 통로 쪽을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걸쇠 하나짜리 두 번째 셔터를 이미 계산에 넣은 눈이었다. 그가 재고 파악보다 탈출 경로를 먼저 계산하고 있다는 건 이제 의심이 아니라 확인에 가까웠다.

정윤호는 구석에 앉아 겉옷 단추를 잠그고 있었다. 손이 조금 떨렸다. 나이 탓인지, 추위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겉옷 안에 뭐가 있는지도 아직은 알 수 없었다. 세온은 그를 한 번 더 봤다가 시선을 거뒀다. 지금 당장 그 손을 잡아 뒤집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달라질 것이었다.

비상등은 꺼지지 않았다. 응급실 문은 열렸다. 그러나 그 너머가 더 안전하다는 보장은 아무도 하지 않았고, 하린이 확인한 봉쇄선의 어긋남은 이 공간 밖에도 누군가의 의도가 작동하고 있다는 걸 가리키고 있었다. 여섯 사람은 지금 막 첫 합의를 끝냈다. 그 합의가 그들을 얼마나 묶어줄 수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 다만 세온은 알았다. 합의가 흔들리는 건 외부의 위협 때문이 아니라, 지금 이 방 안에서 먼저 시작될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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