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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4화]

거래는 말보다 먼저 시작됐다

작성: 2026.04.07 00:10 조회수: 36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날이 밝기 전, 응급실 바닥은 여전히 소독약 냄새가 났다. 비상등은 밤새 꺼지지 않았고, 천장 모서리에서 그 붉은빛이 닳도록 쏟아졌다. 세온은 등을 벽에 기댄 채 눈을 뜨고 있었다. 잠든 것도 아니고, 완전히 깨어 있는 것도 아닌 상태. 전직 상황실 요원의 몸이 오래전부터 익힌 감각이었다. 귀가 먼저 움직였다.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아주 조심스럽게, 체중을 발 앞꿈치에 실어 이동하는 소리. 한 사람, 혼자였다. 세온은 눈을 완전히 뜨지 않은 채 손가락을 바닥에 짚었다. 진동이 왔다. 서비스 통로 방향이었다. 새벽 네 시 이십 분. 세온이 일어섰을 때 오도혁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 자리에는 반쯤 구겨진 에너지바 봉지만 남아 있었다. 세온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손가락에 기름기가 묻었다. 오래된 것이 아니었다. 세온은 입술을 다물고 서비스 통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복도는 비상등도 없어서 손전등 없이는 발끝도 보이지 않았다. 세온은 불을 켜지 않았다. 소리가 먼저였다.

통로 셔터 앞에서 오도혁은 손전등 하나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앉아 있었다. 무언가를 귀에 대고 있었다. 아주 작은 이어폰이었다. 세온이 발소리를 죽이지 않고 다가갔는데도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셔터 아래 바닥에는 기름 자국이 번져 있었다. 전날 밤 세온이 확인한 것보다 범위가 넓어져 있었다. 누군가 이 통로를 한 번 더 열었다는 뜻이었다. 세온이 어깨를 잡았을 때야 비로소 오도혁이 이어폰을 뽑았다.

"언제부터 이쪽을 혼자 오갔어요."

세온의 목소리는 낮고 평탄했다.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오도혁은 잠깐 웃었다. 그 웃음이 계산된 것인지 습관인지는 구분하기 어려웠다.

"오래 안 됐어요. 오늘이 처음이고요."

그가 이어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신호 잡히나 확인하려고요. 밖에 누가 있는지 알면 이동할 때 유리하잖아요."

"무슨 주파수."

"민간 채널이요. 군 주파수는 암호화돼 있어서 못 잡아요."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걱정하시는 거 알아요. 근데 저도 나가고 싶어서 이러는 거라고요."

세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릎을 굽혀 셔터 아래 기름 자국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차갑고 미끄러웠다. 오도혁이 가만히 내려다봤다. 두 사람 사이에 손전등 빛만 흔들렸다.

"이게 저만 한 건 아닌 거 알죠?"

그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 말이 공기에 떠 있는 채 두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세온은 손가락의 기름기를 바지에 닦으며 일어섰다. 오도혁의 눈이 그 손을 따라갔다. 세온은 그 시선을 무시하고 먼저 돌아섰다.

응급실로 돌아왔을 때 강태민이 이미 깨어 있었다. 세온을 보자마자 오도혁 쪽을 눈으로 가리켰다. 세온은 고개를 짧게 저었다. 지금은 아니라는 신호였다. 태민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지만 턱을 살짝 당겼다. 납득한다는 뜻인지, 일단 기다린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오도혁은 컵라면 용기에 남은 물을 마셨다.

"따뜻한 거 없어요?"

그가 물었다.

"없어요."

차유리가 환자 쪽에서 대답했다. 돌아보지도 않고.

아침이 왔다. 창문 없는 응급실에서는 시계 숫자로만 아침을 알 수 있었다. 세온은 자원 목록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했다. 에너지바 열한 개, 컵라면 다섯 개, 생수 열두 리터. 의약품은 유리가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이동 가능 인원은 여섯, 부상자는 없지만 응급실 중증 환자 두 명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들을 두고 나갈 수는 없었다. 아직은.

정윤호가 구석에서 혼자 뭔가를 적고 있었다. 종이 위에 숫자와 약어가 빽빽했다. 세온이 가까이 가자 그는 종이를 접었다. 자연스럽게, 그러나 너무 빠르게. 세온은 그 손의 속도를 기억했다.

"뭐 적고 있었어요."

"메모요."

윤호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이 병원 블록 반경 구조요. 재난안전과에서 관할구역 현황 계속 갱신하거든요. 기억 안 사라지기 전에 써두는 거예요."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불편했다. 세온은 그 종이에 손을 뻗지 않았다. 윤호도 내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잠깐 서로를 봤고, 세온이 먼저 시선을 거뒀다. 모르는 사람은 먼저 당황한다. 윤호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때 하린이 태블릿을 들고 다가왔다.

"언니, 이거 봐요."

목소리가 낮았다. 불안한 게 아니라 집중한 것 같은 낮음이었다. 화면에는 어제 캡처해둔 봉쇄선 지도 위에 새 레이어가 겹쳐 있었다. 하린이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짚었다.

"어젯밤에 다시 확인해봤는데요. 봉쇄선이 또 달라졌어요. 이번엔 한 블록 안쪽이 아니라, 이쪽 병원 블록 전체가 아예 집행 구역 표시에서 빠져 있어요."

세온은 화면을 들여다봤다. 성산병원 블록 전체가 지도상의 봉쇄 집행 영역에서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실수가 아니라면, 이 구역은 처음부터 집행 대상이 아니었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이었다. 세온은 손가락으로 공백의 경계를 따라갔다. 경계가 깔끔했다. 실수로 빠진 경계는 저렇게 반듯하지 않다.

"캡처 저장했어?"

"세 개 다 했어요. 타임스탬프도 있어요."

세온은 고개를 들었다. 강태민이 가까이 와 있었다. 지도를 봤다. 표정은 여전히 평탄했지만 눈 주변 근육이 조금 당겨졌다.

"이 구역이 빠진 게 오류면 수정이 됐어야 해."

태민이 말했다.

"안 됐으면 의도야."

그 짧은 문장이 응급실 안에 내려앉았다. 유리가 주사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오도혁은 에너지바를 뜯다가 멈췄다. 정윤호는 접어둔 종이를 손 안에 쥔 채 시선을 바닥에 두고 있었다.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윤호 씨."

세온이 불렀다.

잠시 간격이 있었다. 윤호가 안경을 올렸다.

"재난안전과에서 이 병원 블록을 별도로 관리한 기록이 있어요?"

"글쎄요."

그가 천천히 말했다.

"확인해봐야 알죠."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세온은 그가 이미 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모르는 사람은 저렇게 시간을 두고 대답하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은 먼저 당황한다. 윤호는 오늘 두 번 당황하지 않았다.

그날 오전, 세온은 생존조의 첫 이동 규칙을 세웠다. 단독 이탈 금지. 통로 접근 시 반드시 두 명 이상 동행. 외부 신호 수신은 전체 공유. 세 가지였다. 짧고 명확했다. 오도혁이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게 더 이상했다. 태민은 규칙을 듣는 내내 오도혁을 바라봤고, 오도혁은 끝까지 그 시선을 받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규칙에 동의하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규칙의 무게를 재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유리가 세온 곁에 서서 조용히 말했다.

"오늘 오후엔 중증 환자 한 명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어요. 이동하려면 결정 빨리 해야 해요."

세온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동할 방향도, 이동할 수 있는 경로도, 봉쇄선 밖이 안전한지도 아직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았다. 확실한 건 딱 하나였다. 이 안에서 이미 누군가는 혼자 계산을 끝내 놓고 있었다. 규칙을 세운 직후 가장 불안한 건 그 규칙이 지켜질 거라 믿지 못하는 세온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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