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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8화]

담 너머로 스민 향

작성: 2026.04.01 19:44 조회수: 4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무협 장르 창작물로, 등장하는 무공·문파·인물·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폭력 묘사는 장르 관습에 따른 것이며 현실의 폭력을 조장하지 않습니다.

새벽 공기에는 원래 장작 냄새가 먼저 배어야 했다.

그날은 아니었다.

담소하는 문턱에 선 채 코끝을 세웠다. 젖은 흙 냄새 사이로 가늘고 마른 향 냄새가 섞여 있었다. 절간에서 피우는 맑은 향이 아니었다. 싸구려 향 특유의 텁텁함, 끝이 타다 만 냄새였다. 누군가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급히 껐을 때 나는 냄새와 비슷했다.

그는 부엌에 두었던 부지깽이를 내려놓고 뒤꼍으로 나갔다.

이슬이 발목을 적셨다. 뒷담 아래 풀은 한쪽으로 눕고, 흙은 군데군데 짓이겨져 있었다. 담소하는 쪼그려 앉았다.

향 조각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끝까지 타서 재만 남았고, 다른 하나는 절반쯤 남은 채 흙에 박혀 있었다.

둘.

최소한 둘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는 뜻이었다.

담소하는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굳이 주울 필요는 없었다. 모양도 길이도 이미 눈에 들어왔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담 너머를 올려다보았다. 새벽안개가 아직 걷히지 않아 잡목 숲은 흐릿했다. 사람 그림자는 없었다.

없는데도, 누군가 방금 전까지 거기 있었던 것 같은 기분만 남아 있었다.

아침상에는 콩죽이 올랐다.

묘장덕은 허리를 펴지 못한 채 마루 끝에 기대앉아 있었고, 묘련은 말없이 그릇을 돌렸다. 노경천은 평소처럼 단정했다. 소매 끝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고, 웃는 낯도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소하야. 얼굴이 안 좋다. 잠 설쳤냐?"

담소하는 숟가락을 들었다.

"그럭저럭요."

노경천은 더 묻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더 거슬렸다. 늘 같던 다정함이, 오늘은 미리 준비한 답처럼 들렸다.

묘련이 죽그릇을 내려놓으며 툭 말했다.

"어젯밤에 뒷마당 쪽이 좀 시끄럽던데. 담 넘는 소리 같은 거."

묘장덕이 눈을 들었다가 다시 죽으로 시선을 내렸다. 노경천은 숟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나도 들었어. 들고양이겠지."

너무 매끈했다.

담소하는 그 말에 고개를 들지 않았다. 뒷담 아래 남은 향 조각은 고양이가 피우지 않는다.

잠깐의 침묵 끝에 묘련이 코웃음을 쳤다.

"요즘 고양이는 향도 피우나 보네."

묘장덕이 헛기침을 했다. 노경천은 그제야 웃었다.

"강호가 험하니 고양이도 예를 차리나 보지."

농담이었다. 평소 같으면 담소하도 입꼬리를 조금쯤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아니었다.

그는 죽을 끝까지 비우고 그릇을 내려놓았다. 손끝에 힘이 조금 들어갔다. 사기그릇 바닥이 상 위를 스치며 짧게 울었다.

딱.

작은 소리였는데, 노경천의 시선이 그제야 담소하에게 닿았다.

그 눈빛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래서 더 알 수 없었다.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부터가 감춘 것인지.

밥상을 치운 뒤, 묘련이 장독대 뒤로 담소하를 불렀다. 볕이 아직 낮아 장독 그림자가 길었다.

"나도 봤어."

담소하가 고개를 돌렸다.

묘련은 팔짱을 낀 채 담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이경쯤에. 담 너머에 사람 하나 있었고, 경천 공자가 내려갔다가 올라왔어. 오래는 아니었는데, 그냥 고양이 소리로 넘길 일은 아니더라."

담소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묘련이 먼저 혀를 찼다.

"그 사람 믿고 싶으면 믿어. 근데 믿는 거랑 먼저 맞는 건 다른 일이야."

"형이 뭘 숨기는지 아직 모릅니다."

"숨긴다는 건 알잖아."

짧은 말이었는데, 이상하게 깊이 박혔다.

담소하는 시선을 피했다. 어젯밤 약첩을 덮고 나오던 순간이 떠올랐다. 복도 끝에서 스쳤던 인기척. 노경천의 방 쪽으로 사라지던 그림자. 아침에는 정묵산을 모른다고 해 놓고, 오후에는 사부의 유산을 먼저 꺼냈던 모순.

하나하나는 작았다.

그런데 작은 것들이 모이면, 사람 얼굴도 낯설어진다.

"어머니가 그러셨어."

묘련이 장독 뚜껑을 바로 얹으며 말했다.

"강호 사람 말은 반만 믿으라고. 나머지 반은 발로 확인하라고."

담소하는 피식 웃을 뻔했다가 말았다.

"그건 약 짓는 사람 말치곤 거칠군요."

"약 짓는 사람이 제일 먼저 배우는 게 독이니까."

묘련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농담처럼 던졌는데, 눈은 웃지 않았다.

오전 내내 담소하는 평소처럼 움직였다. 마루를 쓸고, 빈방 이불을 털고, 저잣거리에서 소금과 마른 두부를 사 왔다. 몸은 익숙하게 일했지만 머릿속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정묵산 북록.

석벽 뒤.

삼층 석굴.

약첩에 적혀 있던 글자들이 자꾸 떠올랐다. 그 옆의 별표와, 짧게 적힌 두 글자.

위.

불전.

묘련의 어머니가 왜 위무강의 흔적을 약첩에 남겼는지, 왜 전하지 말라는 표기를 붙였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 글은 우연히 적힌 것이 아니었다.

부엌으로 들어온 담소하는 약재 꾸러미 밑에 숨겨 둔 기름종이를 꺼냈다. 어젯밤 급히 베껴 적은 글자였다. 그는 한 번 더 읽고, 촛불 끝에 종이 모서리를 갖다 댔다.

불이 천천히 번졌다.

검은 재가 손끝 아래로 말려 떨어졌다.

남길 수 없는 건 태우면 된다.

대신 몸이 기억해야 했다.

점심 무렵, 백천리가 객잔 문을 밀고 들어왔다. 갓 가장자리에 먼지가 앉아 있었고, 도포 자락에는 마른 흙이 묻어 있었다. 먼 길을 급히 다녀온 꼴이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술부터 찾았다. 담소하가 잔을 채워 주자 단숨에 비웠다.

"황주 남쪽 관도에 흑풍채 깃발이 더 섰다."

백천리가 빈 잔을 탁 내려놓았다.

"둘이나."

담소하는 눈썹을 조금 움직였다.

"길목을 죄는 겁니까?"

"사람을 찾든 물건을 찾든, 서두른다는 뜻이지."

그때 문간에서 발소리가 났다. 노경천이었다.

그는 안으로 들어오며 자연스럽게 웃었다.

"백 형께서 일찍 오셨군요."

백천리는 잔을 굴리며 고개만 끄덕였다. 두 사람 사이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칼을 뽑은 것도 아닌데 공기가 얇아졌다.

담소하는 술병을 치우며 등을 돌렸다. 등을 돌리고도 알 수 있었다. 노경천이 백천리를 보고 있는지, 백천리가 웃지 않는지, 둘 다 서로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지.

누가 먼저 입을 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노경천이 이미 바깥과 닿아 있다는 사실이 점점 선명해진다는 것이었다.

해가 기울 무렵, 담소하는 부엌에서 파를 다듬는 묘련에게 낮게 말했다.

"사흘 안에 한 번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칼질 소리가 멈췄다.

"어디로요?"

"아직은 말 못 합니다."

묘련은 잠시 그를 보다가 다시 파를 썰었다.

"얼마나 걸리는데?"

"하룻밤이면 됩니다."

"혼자?"

담소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묘련은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잘게 썬 파를 한쪽으로 밀어 두고 손을 털었다.

"말해 줘서 고마워."

만류도 아니고 허락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말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형에게는 숨기고, 묘련에게는 알렸다. 그 차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담소하 자신도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

밤이 깊었다.

객잔은 조용해졌고, 마구간 쪽에서 말이 한 번 코를 울렸다. 담소하는 누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잠은 오지 않았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났다.

천천히, 망설이는 걸음이었다.

문 앞에서 멈췄다.

담소하는 숨을 죽였다. 손은 이불 아래에서 저도 모르게 굳었다. 노크는 없었다. 문고리가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저 사람 하나가 문 앞에 서 있었다.

한참 뒤, 발소리가 다시 멀어졌다.

담소하는 그제야 눈을 떴다. 어둠 속 천장이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형일까.

말하려다 돌아선 걸까.

아니면 안에 있는 사람이 자는지 깨어 있는지 확인하러 온 걸까.

둘 중 어느 쪽이든 편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문 쪽을 보았다. 문은 닫혀 있었고, 틈새로 들어오는 복도 불빛도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했다.

하지만 담소하는 알았다.

아무 일도 없는 밤은 아니었다.

담 너머의 향 조각 두 개, 복도 끝의 그림자, 아침 밥상 위의 매끈한 거짓말, 문 앞에서 멈췄다가 돌아간 발소리.

형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도, 이제는 모른 척할 수 없는 데까지 와 있었다.

담소하는 무릎을 세우고 앉아 한참 동안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검자루를 쥘 때처럼 굳은살이 박인 손이었다. 예전 같으면 그 손으로 형의 등을 따라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는 아주 낮게,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번엔 내가 먼저 간다."

말을 뱉고 나서야 가슴이 조금 가벼워졌다.

대신 다른 무게가 남았다.

형보다 먼저 움직인다는 건, 형을 적으로 돌릴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 사실이 밤공기처럼 차갑게 식어 와도, 담소하는 끝내 다시 눕지 않았다.

창호지 너머로 새벽빛이 아주 희미하게 번질 때까지, 그는 정묵산으로 가는 길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더듬었다.

그리고 복도 저편, 아무도 없는 어둠을 오래 바라보았다.

마치 누군가가 아직도 거기 서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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