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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9화]

새벽길, 제 발로

작성: 2026.04.02 15:01 조회수: 36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무협 장르 창작물로, 등장하는 무공·문파·인물·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폭력 묘사는 장르 관습에 따른 것이며 현실의 폭력을 조장하지 않습니다.

닭이 울기 전이면 늘 눈이 떠졌다.

객잔에서 사는 사람은 해보다 먼저 움직여야 했다. 아궁이에 불을 살리고, 물독을 채우고, 마구간 문을 열어젖히는 일. 그 순서를 몸이 먼저 기억했다. 삼 년 동안 하루도 어긋난 적이 없었다.

오늘도 눈은 같은 시각에 떠졌다.

다만 손이 장작이 아니라 보따리를 찾았을 뿐이었다.

담소하는 어둠 속에 앉아 한동안 숨을 죽였다. 복도 너머는 고요했다. 노경천의 방 쪽에서도 인기척이 없었다. 자는지, 자는 척하는지, 이미 나갔는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등을 곧게 세웠다.

이번엔 묻지 않는다.

보따리는 가벼웠다. 갈아입을 옷 한 벌, 육포 조금, 동전 서른다섯 닢. 허리춤에는 비수 하나. 약첩에서 베껴 적었던 기름종이는 어젯밤 불에 태워 재로 만들었다. 정묵산 북록, 석벽 뒤, 삼층 석굴.

그 글자는 이제 종이가 아니라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담소하는 문을 열기 전, 부엌으로 먼저 갔다. 어둠에 익은 손이 선반 위 옹기 뒤를 더듬었다. 동전 열 닢을 밀어 넣고 손을 거두었다.

묘련이라면 찾을 것이다.

찾고 나서 욕도 하겠지.

그 정도는 들어도 된다.

뒷문을 여는 손끝에 힘을 죽였다. 돌쩌귀는 소리 없이 움직였다. 사흘 전 묘련이 기름을 쳐 둔 덕이었다. 그때는 그저 문이 뻑뻑해서 그런 줄 알았다.

지금은 아니었다.

누군가 떠날 때를 대비한 손길 같았다.

뒷마당 공기는 축축했다. 우물가 옆 흙바닥에는 발끝으로 쓸어 모은 듯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담 아래에서 주운 타다 만 향 조각 두 개가 떠올랐다. 이경 무렵, 노경천이 담 너머로 내려갔다 돌아오는 걸 봤다는 묘련의 말도.

막연하던 의심은 이제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담소하는 그 자국을 밟지 않고 돌아 담 쪽으로 걸었다.

손을 담 위에 얹는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날아왔다.

"어디 가."

묘련이었다.

부엌 창가에 기대 선 얼굴이 창백했다. 밤을 꼬박 샌 사람의 눈이었다. 담소하는 손을 내리지 않은 채 돌아봤다.

"정묵산."

묘련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혼자?"

"혼자는 아닐 수도 있어. 그래도 먼저 가."

"형한텐?"

"안 말했어."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묘련은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처럼 입술을 깨물더니, 끝내 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대신 창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네가 지금 나가면, 돌아올 때는 전이랑 다를 거야."

담소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묘련이 낮게 숨을 뱉었다.

"그래도 가겠지."

"응."

"그럼 귀는 열고 가. 사람 말 말고, 발소리."

그 말에 담소하는 잠깐 웃을 뻔했다. 이런 때에도 묘련다운 말이었다.

"선반 뒤, 봐."

묘련의 시선이 흔들렸다. 곧 무슨 뜻인지 알아챈 얼굴이 되었다. 화를 낼지, 울지, 둘 다 할지 모를 표정이 스쳤다가 사라졌다.

"멍청아."

욕은 짧았고, 목소리는 더 짧았다.

담소하는 그 한마디를 들은 뒤 담을 넘었다.

등의 화상 자국이 당겼다. 오래된 살이 새벽 냉기에 오그라드는 감각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착지했다.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황주 남쪽 관도는 아직 비어 있었다. 장이 서는 날이 아니라 수레도 없었고, 순라꾼도 보이지 않았다. 담소하는 길 한복판을 피하고 수풀 가까이 붙어 걸었다.

백천리가 전한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흑풍채 깃발이 둘 더 늘었다.

깃발이 늘었다는 건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었다. 사람이 늘었다는 건 길이 막힌다는 뜻이고, 길이 막힌다는 건 시간이 줄었다는 뜻이었다.

한 식경쯤 지났을 때였다. 길가에 쪼그리고 앉은 그림자가 보였다. 낡은 도포, 흐트러진 머리, 멀리서도 먼저 닿는 술 냄새.

백천리가 빈 술병을 무릎에 얹은 채 고개를 들었다.

"늦었네."

담소하의 걸음이 멎었다.

"왜 여기 있습니까?"

"기다렸지."

"누굴요."

백천리가 피식 웃었다.

"너 말고 또 있냐."

그는 술병을 툭 던져 길가 풀숲에 처박았다. 몸을 일으키는 동작은 느슨했지만, 눈은 취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정묵산 간다며."

담소하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누가 말했습니까?"

"네 발이."

백천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객잔에서 새벽에 보따리 메고 나오는 놈이 장 보러 가겠냐."

헛소리 같았지만, 그 말투 속에 숨긴 게 있다는 건 분명했다. 담소하는 더 캐묻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이 사내가 왜 왔는지가 아니라, 막을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였다.

백천리는 담소하의 침묵을 읽은 듯 먼저 걸음을 맞췄다.

"안심해. 붙잡으러 온 건 아니야. 혼자 가면 길에서 죽을까 봐 온 거지."

"제가 그렇게 약해 보입니까?"

"약한 놈은 아니지."

백천리가 히죽 웃었다.

"근데 세상은 센 놈도 잘 죽여. 특히 처음 혼자 나서는 놈은 더."

그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담소하는 대꾸하지 못했다.

처음 혼자 나서는 놈.

딱 그 말이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관도를 걸었다. 동이 트기 전의 하늘이 잿빛에서 붉은빛으로 천천히 넘어가고 있었다. 발밑 흙은 밤새 머금은 습기를 아직 놓지 않았다.

한참 뒤, 담소하가 입을 열었다.

"형은 알고 있을까요."

백천리는 곧장 답하지 않았다. 대신 코웃음을 한 번 쳤다.

"그 양반이 모를 수도 있지. 근데 네가 그걸 믿진 않잖아."

맞는 말이었다.

노경천은 늘 한 발 먼저 봤다. 그래서 더 믿었고, 그래서 더 의심하게 됐다. 어젯밤 문 앞에서 멈췄다가 돌아간 발소리도, 담 너머의 향 냄새도, 아무 설명 없이 남겨 둔 침묵도.

지키려는 건지, 가두려는 건지.

이제는 구분이 가지 않았다.

백천리가 낮게 말했다.

"그래도 이번엔 네가 먼저 나왔네."

담소하는 그 말을 듣고서야 자신이 정말 객잔을 떠났다는 걸 실감했다. 형의 허락도, 형의 계획도 없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제가 정한 길로.

가슴 한복판이 서늘하게 비었다.

이상하게도 그 빈자리가 두렵기보다 가벼웠다.

그때 백천리가 툭 던지듯 말했다.

"정묵산 북록엔 이미 손이 들어갔어."

담소하의 걸음이 멎었다.

"누구 손입니까."

"흑풍채. 셋."

짧은 말이었는데도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언제 알았습니까?"

"어젯밤."

"왜 이제 말합니까?"

백천리가 담소하를 돌아봤다. 늘 흐리멍덩하던 얼굴에서 웃기가 싹 걷혔다.

"어젯밤 말했으면 넌 그 자리에서 뛰쳐나갔을 거다."

"그래서요."

"그래서 형한테 들켰겠지."

말이 막혔다.

백천리는 다시 앞을 봤다.

"서두르는 거랑 들이받는 건 달라. 넌 아직 그 차이를 배워야 해."

담소하는 이를 악물었다. 반박하고 싶었다. 하지만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화가 나는 건 저 말이 맞아서였다.

흑풍채가 먼저 들어갔다면, 정묵산의 단서는 이미 담소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누가 흘렸는지, 누가 먼저 냄새를 맡았는지 알 수 없었다. 노경천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손일 수도 있었다.

그 불확실함이 오히려 결심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빼앗기기 전에 간다.

누가 기다리든, 무엇이 나오든.

관도 끝, 정묵산으로 꺾이는 갈림길이 보였다. 산 쪽에서 내려오는 바람은 더 차고, 흙냄새도 짙었다. 담소하는 그 길목 앞에서 잠깐 멈췄다.

등의 화상 자국이 다시 시렸다. 사부가 마지막에 남긴 흔적.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는 생각이, 이제는 흘려보낼 수 없을 만큼 선명했다.

정묵산에 답이 있다.

그 확신이 발뒤꿈치까지 내려왔다.

백천리가 옆에서 물었다.

"겁나냐?"

담소하는 산을 보며 말했다.

"납니다."

백천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뜻밖의 대답이라는 얼굴이었다.

담소하는 천천히 허리의 비수를 만졌다.

"그래도 갑니다. 이번엔 제가 정한 길이니까."

잠깐, 바람 소리만 스쳤다.

백천리가 낮게 웃었다.

"그래. 이제 좀 사람 같네."

두 사람은 갈림길로 들어섰다.

아침 해가 막 산등성이를 핥기 시작한 때였다.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했는데, 담소하는 끝내 한 번 고개를 돌렸다. 황주 쪽 길은 멀고 희미했다. 객잔도, 묘련도, 노경천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데도,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담소하는 시선을 거두고 산길로 발을 옮겼다.

첫걸음은 가벼웠다.

두 번째부터는 대가가 붙을 것이다.

그래도 이번엔, 형의 등이 아니라 제 발자국을 따라가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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