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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4화]

금요일의 두 개의 시계

작성: 2026.03.31 00:11 조회수: 29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금요일 아침 여덟 시 사십 분, 서하는 출근하자마자 자기 책상 앞에서 잠깐 멈췄다.

모니터 아래 포스트잇이 두 장 붙어 있었다. 하나는 도윤의 글씨였다.

‘면담 10시. 자료 건드리지 마.’

짧고 단정했다. 사람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필체였다. 다른 하나는 지우의 것이었다. 초록색 펜으로 삐뚤빼뚤, ‘민주 누나 서류 오늘까지임. 까먹으면 너 죽음.’ 끝에는 느낌표 대신 해골이 그려져 있었다.

서하는 두 장을 번갈아 봤다. 웃긴데 안 웃겼다. 오늘 같은 날엔 농담도 반쯤 협박처럼 들렸다.

시계를 보니 여덟 시 사십이 분이었다. 세탁소까지 왕복 사십 분, 서류 확인까지 하면 빠듯했다. 거기에 열 시 도윤의 면담까지. 둘 중 하나만 놓쳐도 오늘 하루가 통째로 꼬일 게 뻔했다. 서하는 가방을 의자에 내려놓고 숨부터 골랐다. 형광등이 윙 하고 울렸고, 프린터에서는 누군가 뽑아 둔 종이가 반쯤 걸린 채 덜컹거렸다. 금요일 아침 특유의 부산함인데, 이상하게 오늘은 전부 카운트다운 소리처럼 들렸다.

“윤서하.”

지우가 종이컵 두 개를 들고 나타났다. 자판기 커피 냄새가 먼저 왔다. 서하는 됐다고 하려다가 지우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저 얼굴은 장난칠 때가 아니라, 뭔가 찜찜한 걸 물고 왔을 때였다.

“커피 말고 이것부터.”

지우가 컵 하나를 책상에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접힌 메모를 꺼냈다. 서하가 펼치자 숫자 세 줄과 날짜 두 개, 그리고 빨간 볼펜으로 동그랗게 표시한 ‘N/A’가 보였다.

“이게 뭐예요?”

“어제 퇴근 전에 시스템 로그 다시 돌려봤거든. 네가 그때 말한 배당 이력 빈칸 있잖아. 그냥 누락이 아니야. 빠진 시점이 두 번이더라.”

지우가 목소리를 낮췄다. 옆자리에서 전화 받던 대리가 힐끗 보자, 지우는 자연스럽게 몸을 틀어 시선을 가렸다.

“한 번은 접수 다음 날. 한 번은 소송 건 배당 직후. 누가 손댄 건 맞아. 문제는 왜 하필 두 번이냐는 거지.”

서하의 손끝이 메모 위에서 멈췄다. 접수 다음 날이면 담당자도 정해지기 전이다. 그 시점에 누가, 무슨 이유로 기록을 건드렸다는 걸까. 질문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지우가 먼저 손을 들었다.

“지금 캐묻지 마. 나도 더 봐야 돼. 일단 민주 씨 건부터 다녀와. 오늘 마감 놓치면 그것도 골치 아파져.”

“근데 도윤 선배 면담이 열 시잖아요.”

“그러니까 더 뛰어야지. 오늘은 네가 시계 두 개 차고 있는 날이야.”

지우가 어깨를 툭 쳤다. 평소처럼 가볍게 친 건데, 서하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시계 두 개. 하나만 봐도 정신없는데 둘 다 놓치지 말라니.

서하는 메모를 수첩 사이에 끼워 넣고 바로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복도 끝 회의실 쪽에서 차진혁 수석이 걸어 나왔다. 뒤에는 오승우가 반 발짝 떨어져 따라붙어 있었다. 승우는 문을 잡아 주며 뭔가 낮게 말했고, 진혁은 듣고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둘 사이에 흐르는 익숙한 공기가 서하를 잠깐 멈칫하게 했다.

그때 승우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웃었다.

“아침부터 바쁘시네요.”

서하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으로 들어갔다.

“네. 다들 바쁘죠.”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승우는 웃고 있었다. 그 매끈한 미소가 닫힌 문틈으로도 따라오는 것 같아, 서하는 괜히 목덜미를 한 번 쓸었다.

세탁소에 도착한 건 아홉 시 십 분이었다. 셔터는 반쯤 올라가 있었고, 안쪽에서는 다림질 김이 뿌옇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세제 냄새와 뜨거운 증기가 겨울 끝 공기와 뒤섞여 코끝을 찔렀다. 민주는 카운터 뒤에서 고개를 들더니, 서하를 보자 말없이 비닐 파일부터 내밀었다.

“정리해 놨어. 빠진 거 없을 거야.”

서하는 파일을 받아 바로 확인했다. 수리 업체 견적서, 누수 사진, 통화 기록 메모. 생각보다 훨씬 정돈돼 있었다. 사진마다 날짜를 손글씨로 적어 붙여 둔 걸 보고 서하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 버티는 사람은 대개 이렇게 버틴다. 울 시간도 없어서, 할 수 있는 걸 먼저 해 놓는다.

“이 정도면 접수는 바로 가능해요.”

그 말에 민주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물 한 잔을 따라 놓고도 마시지 않았다. 대신 앞치마 끈만 만지작거렸다.

“근데 하나 걸리는 게 있어.”

서하가 파일에서 눈을 들었다.

“뭐가요?”

민주는 잠깐 입술을 깨물다가 말했다.

“그날 밤에 내가 지하 창고 내려갔을 때, 바닥에 물이 찬 정도가 생각보다 심했거든. 배수관만 터진 줄 알았는데 전기 배선 쪽까지 물이 갔어. 그래서 수리 업체 사장이 와서 보더니… 배관 터진 모양이 좀 이상하대.”

세탁소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다리미에서 새는 증기 소리만 쉬익, 하고 났다.

“이상하다는 게요?”

“자연 파열이면 보통 이음새 쪽이 먼저 간대. 근데 우리 건 직관 가운데가 갈라졌다고 하더라. 누가 세게 건드렸거나, 외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민주가 말을 마치고 서하를 봤다. 겁먹은 사람의 눈은 아니었다. 더 정확히는, 겁먹을 시간을 지나 이제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눈이었다.

“보험금 못 받는다는 뜻이에요?”

질문은 서하가 하려던 것이었다. 그런데 민주가 먼저 물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끝이 떨렸다.

서하는 대답을 고르느라 잠깐 숨을 삼켰다. 여기서 섣불리 괜찮다고 말할 수도, 겁을 줄 수도 없었다.

“아직 그렇게 단정할 단계는 아니에요. 다만 원인을 더 봐야 할 수는 있어요. 자연 파손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지에 따라 절차가 달라지니까요.”

“절차가 달라진다는 말이 제일 무서워.”

민주가 툭 내뱉었다. 그 말이 너무 현실적이라 서하는 잠깐 아무 말도 못 했다.

“서류 내라면 내고, 사진 찍으라면 찍고, 통화 기록 적으라면 적었어. 근데 또 뭘 더 하라면… 솔직히 나 이제 가게 문 닫는 시간보다 보험사 전화 오는 시간이 더 무서워.”

서하는 파일을 덮었다. 위로랍시고 가벼운 말을 얹으면 오히려 무례해질 것 같았다.

“업체 사장님 연락처, 여기 적어 두셨어요?”

“견적서 뒤에.”

“제가 확인해 볼게요. 대신 민주 씨도 그날 기억나는 거 있으면 사소한 거라도 메모해 두세요. 누가 왔다 갔다 했다든지, 평소랑 달랐던 거요. 나중에는 그런 게 제일 먼저 흐려지거든요.”

민주는 잠깐 서하를 보더니 작게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겨우 버티는 사람의 숨 같은 표정이었다.

“그런 말 들으면 좀 이상하게 안심돼. 아직 끝난 건 아니라는 뜻 같아서.”

그 말을 듣는 순간, 서하의 마음도 아주 조금 달라졌다. 아침 내내 쫓기기만 하던 기분이 잠깐 멈췄다. 무서운 건 그대로인데, 적어도 지금 자기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서류를 넘기는 것에서 끝내지 말고, 이 사고가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확인해야 했다.

서하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세탁소를 나왔다. 셔터 아래를 빠져나오는 순간 찬바람이 목덜미를 훑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아홉 시 삼십이 분이 떠 있었다. 늦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유도 없었다.

사무실에 돌아온 건 아홉 시 오십오 분이었다. 숨이 차서 코끝이 얼얼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지우가 다가왔다. 이번에는 진짜 표정이 좋지 않았다.

“도윤 선배 면담, 아홉 시 반에 끝났어.”

“뭐요? 왜 이렇게 빨라요?”

“나도 몰라. TF 쪽에서 당긴 건지, 아니면…”

지우는 말을 흐렸다. 굳이 끝까지 안 들어도 알 것 같았다. 빨리 끝난 면담은 대개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지금 어디 있어요?”

“흡연실. 근데 담배도 안 피워. 그냥 서 있어.”

서하는 본능적으로 일어섰다. 복도 끝 유리문 너머로 도윤의 뒷모습이 보였다. 환풍기 소리가 웅웅 울리고, 도윤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담배도 없고 휴대폰도 없었다. 그냥 벽을 보고 서 있는 사람의 등은 생각보다 많은 걸 말해 줬다.

문고리를 잡으려던 손이 멈췄다. 지금 들어가서 괜찮냐고 묻는 건 너무 쉬운 말이었다. 그리고 대개 그런 쉬운 말은 별 도움이 안 됐다.

서하는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하나 뽑아 문 옆 선반에 올려두고 돌아섰다. 그게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 같았다.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내선 전화가 울렸다. 번호를 보기도 전에 지우가 입모양으로 말했다.

승우.

서하는 수화기를 들었다.

“네, 윤서하입니다.”

오승우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매끈했다. 너무 매끈해서 오히려 미끄러질 것 같은 목소리였다.

“점심시간에 잠깐 시간 되세요? 지난번 말씀드린 자료, 정리가 됐거든요. 확인만 하시면 됩니다.”

확인만 하시면 됩니다. 그 말이 이상하게 거슬렸다. 확인만 하면 되는 일이라면, 보통 남이 굳이 이렇게 친절하게 챙겨 주지 않는다.

서하는 수첩 안 메모지를 손끝으로 눌렀다. 접힌 종이 모서리가 손가락을 찔렀다. 도윤에게 먼저 말할까, 일단 나가서 보긴 할까. 머릿속에서 선택지가 부딪혔다. 잠깐의 침묵 끝에 승우가 부드럽게 덧붙였다.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오래 안 걸립니다.”

부담 가지지 말라는 말은 대체 왜 항상 부담스러울까.

“몇 시죠?”

“열두 시 반. 1층 로비 카페요.”

전화를 끊은 뒤에도 서하는 한동안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했다. 민주 씨 건 접수 화면을 열었지만 커서만 깜빡였다. 머릿속에서는 정말 두 개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하나는 민주의 세탁소에서 들은 말, 외력, 걱정하는 눈. 다른 하나는 배당 이력의 빈칸, 빨간 동그라미, 그리고 승우가 건네겠다는 자료였다.

둘 다 놓치면 안 된다. 문제는 둘 다 동시에 온다는 거였다.

열 시 이십 분쯤, 도윤이 자리로 돌아왔다. 손에는 캔커피가 들려 있었다. 서하의 책상 앞을 지나며 캔을 한 번 들어 보였다. 고맙다는 뜻인지, 네가 둔 거 안다는 뜻인지, 아니면 지금은 말 걸지 말라는 뜻인지 애매했다. 그래도 아까 유리문 너머에서 보던 등보다는 조금 나아 보였다.

서하는 그때 결심했다. 일단 민주 씨 건부터 처리하기로. 지금 흔들리면 둘 다 놓친다. 파일을 스캔해 올리고, 사진 순서를 맞추고, 견적서 뒤에 적힌 업체 사장 번호를 수첩에 따로 옮겨 적었다. 볼펜 끝이 종이 위에서 잠깐 멈췄다. 적어야 할 것과 아직 말하면 안 되는 것의 경계가 자꾸 흐려졌다. 그래도 적었다. 최소한 놓치지는 말자. 오늘은 그게 먼저였다.

접수 화면에 필요한 항목을 하나씩 채워 넣는 동안에도 민주의 말이 자꾸 되살아났다. 직관 가운데가 갈라졌다고 하더라. 누가 세게 건드렸거나. 서하는 그 문장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되짚었다. 단순한 사고로 끝날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이 서류 칸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은 더 차분해졌다. 불안하다고 멈춰 있을 수는 없었다. 적어도 오늘은, 순서를 지켜야 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사무실 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졌다. 지우가 메신저를 보냈다.

‘면담 내용 아직 못 물어봄. 점심 후에 셋이 얘기하자.’

서하는 답장을 쓰다 지웠다. 결국 마침표 하나만 보냈다. 괜히 길게 쓰면 마음이 들킬 것 같았다.

열두 시 이십 분, 서하는 가방 대신 수첩만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우가 힐끗 쳐다봤다.

“갈 거야?”

“네. 대신 오래 안 끌게요.”

“이상하면 바로 전화해. 진짜 바로.”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복도로 나섰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얼굴이 아침보다 더 굳어 있었다. 내려가는 동안 숫자가 하나씩 줄어들었다. 8, 7, 6. 이상하게 심장도 그 숫자에 맞춰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1층 로비 카페 입구에 도착했을 때, 서하는 걸음을 멈췄다.

먼저 와 있는 사람은 오승우가 아니었다.

차진혁 수석이 카페 입구 옆에 서 있었다. 팔짱을 낀 채,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 옆에 선 승우가 서하를 보더니 손을 들었다. 너무 자연스러운 동작이라 더 불길했다. 진혁은 서하를 보는 순간 입가에 걸쳐 있던 미소를 지웠다.

그 짧은 순간, 서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날 뻔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승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왔네요. 잠깐만 이야기하면 됩니다.”

잠깐만. 오늘 제일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그때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지우였다. 서하는 두 사람 앞에서 바로 화면을 켰다.

메시지는 한 줄뿐이었다.

‘삭제 흔적, 네가 맡은 민주 씨 건 접수 시간대랑 겹쳐.’

서하는 화면을 보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민주의 사고와 배당 이력 삭제. 따로 놀던 두 개의 시계가 바로 지금 같은 시간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진혁 수석이 왜 여기 서 있는지, 그 이유를 이제 정말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문제는 하나였다. 저 둘이 먼저 입을 열기 전에, 서하가 어디까지 모르는 척할 수 있느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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