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타 안은 낮인데도 어두웠다. 기름집 처마가 햇빛을 반쯤 잘라내고 있었고, 피혁상 쪽에서 넘어오는 짐승 냄새가 바닥에 깔려 있었다. 아이들이 다섯이었다. 제일 큰 아이가 열두 살 남짓이었고 나머지는 더 어렸다. 그 중 하나가 어젯밤부터 기침을 하고 있었는데, 소매가 없는 적삼 하나만 걸치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진무백이 문 안으로 들어서자 아이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큰 아이 하나만 꿈쩍하지 않고 팔짱을 꼈다.
"사형은 없어."
말투가 구칠보다 짧았다. 구칠이 어색하게 웃으며 그 옆에 쪼그려 앉으려다 아이의 눈총에 그냥 섰다.
"알아, 알아. 사형이 언제 나갔는지만 물어보는 거야. 나쁜 뜻 없어."
"새벽에."
"새벽 몇 시쯤?"
"닭 울기 전."
그것이 전부였다. 큰 아이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진무백은 그 얼굴을 잠시 들여다봤다. 겁에 질린 것이 아니었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진짜로 그것밖에 몰랐다. 분타주가 나가는 걸 봤고, 말은 없었고, 그게 전부였다. 아이들이 아는 건 거기까지였다.
당소연이 기침하는 아이 쪽으로 움직였다. 조용히 무릎을 접고 앉아 이마를 짚어보더니 품에서 작은 약포를 꺼냈다. 아이는 처음에 몸을 빼려다 그 손의 온도 때문인지 가만히 있었다. 당소연은 약포를 펼치지 않고 아이 손에 쥐여줬다.
"뜨거운 물에 풀어서 마셔. 혼자 못 하면 저 오빠한테 시켜."
큰 아이가 그 장면을 봤다. 팔짱은 그대로였지만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구칠이 분타 안을 천천히 돌았다. 짚자리 두 개, 낡은 나무 상자 하나, 벽에 걸린 개방 깃발 조각. 깃발은 한쪽 귀퉁이가 탔다. 언제 탄 건지 새로 탄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구칠이 나무 상자 뚜껑을 열어봤는데 안에는 쌀 몇 줌과 짚신 두 켤레가 들어 있었다. 그가 뚜껑을 닫으면서 작게 혀를 찼다.
"분타주가 이걸 두고 갔다는 게 이상해."
진무백이 돌아봤다.
"뭐가?"
"쌀이요. 사형이 나갈 때 항상 가져가거든요, 비상용으로. 남겨두고 간 건 처음이에요."
큰 아이였다. 팔짱을 푼 건 아니었지만 입이 열렸다. 구칠이 그 아이를 한 번 바라봤다가 시선을 창문 쪽으로 돌렸다. 뭔가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남궁현은 문 쪽에 서 있었다. 분타 안으로 완전히 들어오지 않은 채로 골목 쪽을 반쯤 보고 있었다. 진무백이 그쪽으로 눈짓했다.
"밖에 뭐 있어?"
"없어. 그냥 보는 거야."
"그냥이 없는 사람이."
남궁현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분타주가 혼자 나간 게 맞나 싶어서. 아이들이 봤을 때 혼자였어도, 밖에서 누군가 기다렸을 수 있잖아."
합리적인 말이었다. 진무백은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구칠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부 배신자 얘기, 지금 해."
구칠이 눈을 껌뻑였다.
"지금요?"
"아이들 있어도 돼. 어차피 얘들도 알 거야."
큰 아이가 아무 말도 안 했다. 그게 긍정이었다.
구칠은 잠깐 머리를 긁적이더니 나무 상자 위에 걸터앉았다. 자세가 우스웠지만 눈빛은 그렇지 않았다.
"개방이 큰 조직이잖아요. 분타마다 독립성이 높아요. 본방이 뭘 명령해도 분타주가 따르지 않으면 실제로 움직이는 게 없어요. 근데 이번에 장부가 뜯긴 방식, 보셨잖아요. 제본을 해체해서 가져갔어요. 그게 어디 있는지를 알아야 가능한 거고, 그 방법을 아는 건 개방 내부 사람이에요."
"밖에서 개방 사람을 매수했을 수도 있지."
청연도인이 문 쪽에서 말했다. 분타 안에 완전히 들어와 있지는 않았는데, 목소리는 분명히 들렸다.
"그렇죠. 근데 매수가 됐다면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을까요. 분타주가 사라진 게 도망간 건지, 끌려간 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소연이 기침하는 아이 곁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물자를 받은 쪽이 기록되면 안 되는 쪽이면, 그쪽에서 내부 사람을 쓴 거야. 매수가 아니라 처음부터 심어둔 거."
구칠이 그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단 한 박자였는데, 그 침묵이 이상했다. 진무백이 그걸 봤다. 당소연도 봤다. 남궁현은 여전히 골목을 보고 있었지만 귀는 이쪽에 있었다.
"구칠."
진무백이 불렀다. 짧고 낮았다.
"……알아요, 그 가능성. 그냥 아는 게 아니라, 예전에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인 조직이 있었어요. 몇 년 전이에요. 그때는 분타 하나가 통째로 교체됐어요.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분타주는 병으로 죽었다고 했는데."
"병으로."
"예. 병으로요."
그 말 뒤에 아무도 더 묻지 않았다. 기침하던 아이가 멈췄다. 분타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진무백은 손을 품 안에 넣었다. 의도한 게 아니었다. 그냥 손이 거기로 갔다. 접힌 종이의 질감이 손끝에 닿았다. 매화 문양 절반. 어젯밤 짚자리 밑에서 나온 종이의 문양과 같은 것인지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할 자리가 없었던 게 아니라, 확인하는 순간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가 손을 빼서 큰 아이 쪽으로 걸어갔다.
"분타주가 나가기 전에, 뭔가 쓰거나 그리거나 한 거 봤어?"
큰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잠깐 멈췄다.
"방에 오래 있었어요. 닭 울기 한참 전에. 불 켜고."
"혼자?"
"처음엔 혼자. 나중에 바람 소리가 났어요."
"바람."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요. 근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어요. 나가는 소리도 없었고요."
남궁현이 그 순간 골목에서 시선을 거뒀다. 분타 안을 봤다. 진무백과 눈이 마주쳤고, 둘 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구칠이 상자에서 일어났다.
"분타주 방 한번 봐야겠네요."
"이미 봤어."
진무백이 말했다.
"짚자리 밑은?"
"어젯밤에."
"그럼 벽은요? 개방 제자들이 급할 때 벽 틈에 끼워두거든요. 전서구 없이 전달해야 할 때."
이번엔 진무백이 잠깐 멈췄다.
구칠이 먼저 분타주 방으로 걸어들어갔다. 진무백이 그 뒤를 따랐다. 방 안은 어제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짚자리, 낡은 목침, 벽에 걸린 낡은 보자기 하나. 구칠이 보자기를 걷어내자 벽면이 드러났다. 황토 벽이었다. 금이 두 군데 가 있었다. 구칠이 금 사이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진무백이 다른 금 쪽을 훑었다. 역시 없었다. 그런데 손가락 끝이 뭔가에 걸렸다. 금이 아니었다. 벽 아래쪽, 황토가 얇게 들떠 있는 부분이었다. 손톱으로 살살 긁었더니 종이 귀퉁이가 나왔다.
접힌 종이였다. 작았다. 엄지손톱만 했다.
진무백이 그것을 꺼내 펼쳤다. 글자는 두 줄이었다. 먹물이 번져 있어서 다 읽히지 않았는데, 맨 아래 한 글자만 선명했다.
진무백은 그 글자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구칠이 옆에서 기웃거렸다.
"뭐예요?"
진무백이 종이를 접었다.
"나중에."
"지금 봤잖아요, 저도."
"나중에."
구칠이 항의하려다 진무백의 눈빛에 말을 삼켰다. 분타 밖에서 당소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들한테 뭔가 설명하는 것 같았다. 약 먹이는 방법이거나, 아니면 다른 무언가이거나.
진무백은 접힌 종이를 품 안에 넣으면서 매화 문양 절반이 든 종이 옆에 나란히 놓았다. 두 종이가 품 안에서 겹쳤다. 아직 꺼내 맞댈 수 없었다. 그 한 글자가 뭘 가리키는지, 그걸 혼자 확인한 다음에 동맹에 꺼낼지 말지를 결정해야 했다.
그것이 이 자리에서 가장 무거운 선택이었다. 그리고 진무백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