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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0화]

문 닫힌 오후의 온도

작성: 2026.03.13 14:37 조회수: 40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월요일 점심, 서하는 편의점 삼각김밥 포장을 뜯다가 손가락에 밥풀을 묻혔다. 참치마요. 두 개에 천오백 원. 이번 달 셋째 주인데 편의점 점심이 벌써 네 번째였다. 막 한입 베어 물려던 순간, 지우가 자기 자리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윤서하, 민주 씨 건 수정 서류 수진 씨한테 팩스 보냈다며."

서하는 밥풀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토요일에요. 확인 문자는 아직 안 왔는데요."

"토요일에 출근까지 했으면 카톡이라도 한 번 더 보내. 수진 씨 스타일이 그래. 팩스는 확인 전화 안 하면 안 본 걸로 치거든."

지우가 손가락으로 전화기를 흉내 냈다. 서하가 휴대폰을 집어 드는 순간, 수신함에 이미 알림이 떠 있었다. 수진이 아니라 민주였다.

'윤 담당자님, 오늘 가게 못 열었어요. 죄송한데 내일 통화 가능할까요.'

시간을 보니 오전 열 시였다. 세 시간 전이었다. 서하는 삼각김밥을 내려놓았다. 세탁소는 보통 아홉 시면 문을 여는 곳이었다. 민주가 쉬는 날은 격주 일요일뿐이라고, 첫 통화 때 직접 말했었다. 서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두 번 울리고 민주가 받았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톤 낮았다.

"아, 담당자님. 죄송해요. 별일 아닌데 문자 보내놓고 보니까 좀 그렇죠."

"아니에요. 무슨 일이세요, 민주 씨?"

짧은 침묵이 흘렀다. 수화기 너머로 무언가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습기 같았다.

"누수 잡는다고 배관 공사를 했는데, 어젯밤에 또 샜어요."

민주의 목소리가 거기서 끊겼다.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숨을 삼키는 것 같기도 했다.

"세탁물이 또 젖었거든요. 고객 옷이에요. 코트 세 벌에 이불 두 채. 다 물어줘야 해요, 아마."

서하는 의자에서 반쯤 일어선 채 굳었다.

"건물주 쪽에는 말씀하셨어요?"

"했죠. 근데 업체 다시 부르면 된다고만 해요. 오늘 장사 못 하는 건 제 사정이래요."

마지막 말에서 민주의 숨이 확 꺾였다. 화를 내고 싶은데, 화낼 틈도 없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보험이고 뭐고 지금 그거 따질 상황이 아닌 건 아는데, 그냥… 오늘 문을 열 수가 없더라고요."

전화를 끊자마자 서하는 곧장 수진에게 연락했다. 상황을 설명하자 수진의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다.

"지금 어디야? 내가 거기로 갈게. 현장 한 번 봐야 하니까."

서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방을 챙기자, 지우가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수진 씨가 직접 간다고? 그거 생각보다 심각한 거다."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이상하게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서하는 고개만 끄덕이고 사무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이 점심도 못 먹고 뛰어나가는 사람답게 퍽 초조해 보였다.

서하와 수진이 민주의 세탁소에 도착한 것은 오후 두 시 반이었다. 골목 안쪽, 간판의 형광등은 꺼져 있었다. 유리문에는 'CLOSED' 대신 A4 용지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매직으로 '금일 휴무'라고만 적혀 있었고, 글씨는 삐뚤었다. 급하게 쓴 사람의 손목이 그대로 보이는 글씨였다.

수진이 유리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슬리퍼 끄는 소리가 났다. 잠시 뒤 문이 열리고 민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지만 그 아래 바지단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머리는 대충 묶은 채였고, 눈가에는 잠을 못 잔 사람 특유의 붉은 기가 남아 있었다.

세탁소 안에서는 제습기 두 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바닥에 깔린 수건은 군데군데 물을 머금고 있었고, 행거에 걸린 비닐 포장 안쪽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눅눅한 냄새가 문틈을 따라 훅 밀려 나왔다. 세제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섞이면 이렇게 사람 기운까지 눅눅하게 만드는구나, 서하는 처음 알았다.

"아이고, 이렇게까지 오실 일이. 커피라도 드릴게요. 아, 전기포트도 콘센트 빼놨어요. 누전 무서워서."

수진은 인사 대신 바닥 상태부터 훑었다.

"배관 공사 업체 어디 쓰셨어요?"

"건물주가 부른 데요. 제가 고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민주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날이 섰다가, 금세 스르르 꺼졌다.

"미안해요. 짜증 나서 그래요."

"그럴 만하죠."

수진은 짧게 답하고 휴대폰으로 배관 쪽을 촬영했다. 배수구, 천장 얼룩, 벽면 젖은 자국. 손이 망설이지 않았다. 서하는 그걸 보며 잠깐 멈칫했다. 자기도 사진부터 찍어야 하나, 아니면 민주부터 앉혀야 하나. 둘 다 맞는 것 같고, 둘 다 늦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민주가 행거 쪽으로 급히 다가갔다. 비닐 안에 든 코트 한 벌을 꺼내 들더니 손등으로 물기를 훔쳤다. 훔쳐도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닦는 손길이었다.

"이거 보세요. 안쪽까지 다 먹었어요. 이 손님 오늘 찾으러 오기로 했는데."

민주가 코트를 펼치자 축축한 냄새가 더 짙게 올라왔다.

"캐시미어예요. 이런 건 잘못되면 끝이에요."

서하는 그제야 움직였다. 행거 옆 플라스틱 의자를 끌어와 민주의 옆에 놓았다.

"민주 씨, 잠깐만 앉으세요. 저희가 목록부터 같이 볼게요."

"앉아 있을 시간이 없어요. 지금 전화도 돌려야 하고, 손님 오면 뭐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민주의 말끝이 떨렸다. 서하는 숨을 한번 삼켰다. 여기서 어설픈 위로를 꺼내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 말도 안 하면 더 무너질 것 같았다. 선택해야 했다.

서하는 접수대 위에 놓인 젖은 수건을 치우고, 접수증 뭉치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그럼 제가 적을게요. 민주 씨는 기억나는 순서대로 말씀만 해주세요. 젖은 세탁물, 오늘 찾으러 오는 손님, 먼저 연락해야 하는 분. 하나씩요."

민주가 멍하니 서하를 봤다.

"지금요?"

"네. 지금요."

짧았지만 분명한 대답이었다. 서하 자신도 놀랄 만큼 단호한 목소리였다.

수진이 그쪽을 한 번 돌아봤다. 아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말리지도 않았다. 대신 건물주 연락처를 다시 물으며 자기 일을 이어 갔다. 그 순간 서하는 알았다. 현장에서는 누군가는 책임을 따지고, 누군가는 사람을 붙들어야 한다는 걸.

민주는 결국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앉았다가, 의자가 젖어 있는 걸 뒤늦게 느끼고 다시 일어서려 했다. 서하가 카운터 위에 있던 마른 수건을 집어 의자를 닦았다. 민주가 멍하니 그걸 바라보다가 다시 천천히 앉았다.

"이 코트 고객이 제일 무서워요."

민주가 접수증 한 장을 짚었다.

"캐시미어 롱코트. 클리닝비는 삼만 원 받았는데, 코트 값은 백이 넘어요. 물어 달라고 하면 나는 뭘로 물어줘요."

서하는 접수 날짜를 봤다. 누수 전날이었다. 하루 차이였다. 민주가 그 코트를 받지 않았으면 적어도 그 한 벌만큼의 걱정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세탁소는 손님이 옷을 맡기면 받는 곳이었다. 그 당연한 일이 오늘은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다.

"큰애가 이번 달 학원비 내야 하는데."

민주가 조용히 말했다. 세탁소를 둘러보는 눈이 이 공간 전체의 무게를 재는 것 같았다.

"이틀만 쉬면 괜찮아요. 이틀이면. 근데 이틀 매출이 없으면 이번 달 관리비가 밀려요. 관리비 밀리면 건물주가 또 뭐라 하고."

말이 꼬리를 물었다. 민주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은 듯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작게 웃으려다 실패했다.

"아, 왜 이러지. 담당자한테 이런 얘기를."

서하는 입술을 달싹였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괜찮을 거예요' 라고 하면 거짓말 같았고, '도와드릴게요'라고 하면 지금 당장 책임질 수 없는 약속이 될 것 같았다. 그 순간 서하는 처음으로, 말이 없다는 게 도망이 아니라 버티는 일일 수도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그래서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접수증을 넘기고, 젖은 품목을 적고, 민주의 숨이 가빠질 때마다 다음 말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제습기가 웅웅거리는 소리, 바닥의 젖은 수건에서 올라오는 냄새, 형광등 대신 비상등 하나만 켜진 세탁소의 푸르스름한 공기 속에서.

잠시 뒤, 수진이 배관 사진을 다 찍고 돌아왔다.

"배관 공사 업체 연락처하고 건물주 이름 좀 주세요. 공용 배관 쪽 문제면 책임 소재가 달라져요. 지금부터 자료는 빨리 모아야 해요."

사무적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민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뒤적였다. 잠금 화면이 켜졌다 꺼지는 동안, 손끝이 또 한 번 흔들렸다. 서하는 그걸 보고서야 자기가 지금 뭘 해야 하는지 더 분명히 정했다. 위로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놓치지 않고 챙기는 사람이 되자고.

그게 오늘 서하가 한 선택이었다.

세탁소를 나서는 길, 서하와 수진은 골목을 나란히 걸었다. 삼월 바람이 차가웠다. 서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수진 씨, 저 안에서 아무 말도 못 했어요."

수진이 반 박자 늦게 대답했다.

"그게 맞아."

서하가 고개를 돌려 수진을 봤다. 수진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차갑지도, 그렇다고 일부러 다정하지도 않았다.

"할 수 없는 말은 안 하는 게 맞아. 괜히 희망 주는 말 했다가 나중에 더 다쳐."

서하는 괜히 어깨가 조금 더 처졌다. 그런데 수진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근데 거기 앉아 있었잖아. 그건 했어."

짧은 한마디였다. 이상하게 그 말은 위로처럼 들리지 않았다. 평가도 아니었다. 그냥 사실이었다. 그래서 더 오래 남았다. 서하는 대답 대신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세탁소 안에서부터 목에 걸려 있던 뭔가가 아주 조금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지하철에 올라탄 뒤, 서하는 휴대폰을 꺼내 아버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빠, 이번 주 괜찮아?'

보내고 나서 화면을 껐다. 지난 금요일 밤에 보낸 '밥 먹었어?'는 아직도 읽지 않은 상태였다. 답장이 없다는 사실은 익숙한데, 익숙하다고 해서 덜 서운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오늘은 이상하게 한 번 더 보내고 싶었다. 누군가의 사정을 듣고 돌아오는 길에는, 자기 집 쪽도 괜히 더 신경 쓰였다.

사무실에 돌아오니 도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서하가 가방을 내려놓는 소리를 듣고 그가 흘끗 시선을 들었다.

"민주 씨 건, 현장 갔다 왔어?"

"네. 수진 씨랑 같이요."

도윤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배관 업체 정보 확보했으면 내일 아침까지 정리해. 건물주 측 과실 비율 잡으려면 초기 자료가 빨라야 해."

그러고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수진 씨가 같이 갔으면 잘된 거야."

칭찬인지, 단순한 판단인지 모를 말이었다. 그래도 서하는 "네" 하고 대답했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지만 손가락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민주가 접수증을 넘기던 떨리는 손끝이 자꾸 겹쳐 보였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모니터를 멍하니 보지만은 않았다. 서하는 메모장을 열고 배관 업체명, 건물주 이름, 재누수 시점, 젖은 세탁물 목록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무력감 대신 순서를 붙잡아 보기로 한 건, 오늘 서하가 스스로 붙든 첫 번째 방식이었다.

퇴근 시간이 지나고 사무실이 조금씩 비기 시작했다. 서하는 배관 업체 정보를 정리하다가 도윤의 자리를 한 번 돌아봤다. 이미 퇴근한 뒤였다. 토요일에 봤던 포스트잇도 책상 위에는 없었다. 치운 건지, 가져간 건지 알 수 없었다. 노란 종이 위에 적혀 있던 '2019 건'이라는 글자가 문득 떠올랐다. 수진의 필체였다. 오늘 세탁소에서 본 수진은 끝까지 사무적이고 정확했다. 그런 사람이 디지털이 아니라 종이로, 그것도 다른 사람 책상 위에 메모를 남긴다는 게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민주의 하루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웠다. 모니터를 끄고 가방을 챙기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아버지가 아니라 은별이었다.

'야, 살아 있어? 주말에 연락도 없고.'

서하는 '세탁소에서 사람이 울 뻔한 걸 봤어'라고 적다가 지웠다. 대신 '살아 있어. 내일 점심 같이 먹자'라고 보냈다. 곧바로 '드디어 인간답게 사네'라는 답장이 와서, 서하는 피식 웃었다.

아주 잠깐이었다.

사무실 불을 끄고 복도로 나서자 구두 소리만 길게 울렸다. 민주의 세탁소 비상등 아래에서 맡았던 그 눅눅한 냄새가 아직 코끝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채 멍하니 서 있던 서하는 문득 눈을 깜빡였다. 오늘 수진이 받아 간 배관 업체 이름. 그걸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그냥 익숙한 정도가 아니었다.

분명히, 지우가 건넨 2019년 파일 안에서 본 이름이었다.

서하의 손가락이 버튼 위에서 멈췄다. 민주 건이 단순한 재누수가 아니라면, 수진은 왜 그 이름을 듣자마자 그렇게 빨리 움직였을까. 그리고 도윤 책상 위에 남겨졌던 그 포스트잇은, 대체 누구를 향한 신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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