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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7화]

민원 한 통의 파장

작성: 2026.03.12 21:33 조회수: 8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월요일 아침 9시 7분. 서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텀블러 뚜껑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아무리 돌려도 잠기지 않는 뚜껑, 출근 3분 전의 복도, 그리고 등 뒤에서 들리는 지우의 목소리.

"서하야, 그거 반대로 돌리고 있어."

돌아보니 지우가 한 손에 편의점 비닐을 들고 서 있었다. 비닐 사이로 삼각김밥 세 개와 바나나맛 우유가 보였다. 서하가 뚜껑을 반대로 돌리자 한 번에 잠겼다. 지우가 킥킥 웃으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어제 잠 못 잤지? 눈이 삶은 계란이야." 서하는 대답 대신 한숨을 내뱉었다. 밤새 민주의 세탁소 장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물에 젖은 세탁물, 바닥에 고인 물, 그리고 민주가 전화를 끊기 직전에 했던 말——"내일도 가게 열어야 해요." 그 한 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공기가 달랐다. 평소라면 커피머신 앞에서 누군가 투덜거리고, 누군가는 모니터를 켜며 하품을 하는 느슨한 풍경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오늘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도윤이 자기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보고 있었는데, 양쪽 턱의 근육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서하는 그 표정을 본 적이 있었다. 4화 때 서명 문제가 터졌을 때, 딱 한 번.

"뭐예요, 무슨 일이에요?"

지우가 비닐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서하보다 먼저 분위기를 읽은 건 역시 지우였다. 도윤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메일 확인해."

서하가 자리에 앉아 메일함을 열었다. 팀 전체에 CC된 메일이 하나 있었다. 보낸 사람은 고객지원센터. 제목은 '보상 담당자 태도 관련 민원 접수 안내(처리번호 2026-0317-009)'. 서하의 시선이 본문을 훑었다. 민원 내용은 이랬다. 지난주 현장 조사 중 보상 담당자가 사고 경위를 확인하면서 고객에게 위압적인 어조로 질문했으며, 마치 고객을 의심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 민원을 제기한 고객은 민주가 아니었다. 전혀 다른 건——교통사고 후유장해 관련 건이었고, 현장 조사를 나간 담당자는 한지우였다.

서하가 고개를 돌렸다. 지우는 자기 자리에 앉아서 삼각김밥 비닐을 뜯고 있었다. 손이 멈추지 않았다. 비닐을 뜯는 손끝은 정확했고 표정에도 동요가 없었다. 하지만 삼각김밥을 한 입도 베어 물지 않았다.

"지우 선배." 서하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읽었어?" 지우가 삼각김밥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아니, 웃는 시늉을 했다. "나도 방금 읽었어. 재밌지? 월요일 아침부터 스펙터클하게 시작하네."

도윤이 그제야 모니터에서 눈을 뗐다. 서하는 그 시선이 지우를 향하는 걸 봤다.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를 재고 있는 눈이었다. 도윤이 입을 열었다.

"한지우, 10시에 팀장실."

"알겠습니다." 지우의 대답은 짧았다. 평소 같으면 '팀장님이 커피라도 사주시나요' 같은 농담이 붙었을 텐데. 서하는 그 빈자리가 오히려 더 크게 들렸다.

열 시까지 남은 50분 동안 서하는 민주의 세탁소 건 서류를 정리하려 했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민원 메일의 문장 하나가 계속 맴돌았다. '담당자의 태도가 마치 사기를 저지른 사람을 다루듯 했다.' 서하는 지우가 현장에서 어떻게 말하는지 떠올렸다. 빠르고, 직설적이고, 하지만 상대를 깔보는 투는 아니었다. 적어도 서하가 본 지우는 그랬다. 그런데 고객 입장에서는 다르게 들릴 수도 있을까?

수진이 외근에서 돌아온 건 열 시 직전이었다. 수진은 자리에 앉자마자 메일을 확인했고, 3초 만에 고개를 돌려 서하를 봤다. "이거 언제 온 거야?" "아침에요. 출근하니까 있었어요." 수진이 모니터를 다시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 건……, 그 후유장해 건이면 지난달에 현장 나간 거잖아."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민원 한 건이면 끝나는 게 아니야. 내규에 따라 이번 분기 실적 평가에 반영될 수도 있고, 심하면 인센티브 환수까지 갈 수 있어." 서하의 손이 멈췄다. "환수요?" "응. 민원 유형이 '담당자 과실'로 분류되면 해당 건 성과 수당이 전액 회수되는 규정이 있어. 이게 좀……."

수진이 말끝을 흐렸다. 서하는 그 침묵 속에 담긴 것을 읽었다. 민원 한 건이 돈으로 바뀌는 구조.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고, 진실을 확인하려고 질문을 던진 사람이, 민원 한 통으로 그 달의 생활비를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팀장실에서 나온 지우는 표정이 없었다. 서하가 커피를 내밀자 지우는 받아들고는 한참을 들여다보기만 했다. "팀장님 뭐래요?" 서하가 물었다. "경위서 쓰래. 해당 고객 접촉 내역이랑 녹취 확인하고." 지우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컵을 내려놓았다. "근데 있잖아, 그 고객. 내가 위압적으로 말했다고 했는데. 나 그날 그 사람한테 딱 한 마디 물어본 거야. '사고 당시 차량 속도 기억나세요?'" 서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우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천장을 봤다. "그게 위압적이래. 한 문장이."

점심시간, 서하는 밥을 사러 나가지 못하고 자판기 앞에서 수진과 마주쳤다. 수진이 캔커피 두 개를 꺼내며 하나를 서하에게 밀었다. "서하야, 지우 선배 괜찮을까요?" 서하가 물었다. 수진이 캔을 따며 말했다. "솔직히, 이런 유형은 대부분 경위서 내고 끝나. 근데 문제는 그 경위서가 인사 기록에 남는다는 거야. 그리고 환수 규정이 적용되면 지우가 이번 달 실적 수당을 토해내야 할 수도 있고." 서하가 캔커피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게 공정한 건가요? 질문 한 마디 했다고?" 수진이 서하를 봤다. 표정이 아까와 달랐다. 냉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를 참고 있는 얼굴이었다. "공정한지는 나도 모르겠어. 근데 규정은 그렇게 돼 있어."

오후 세 시, 서하는 민주의 세탁소 누수 건 접수 서류를 마무리하다가 지우의 자리를 봤다. 지우는 경위서를 쓰고 있었다. 키보드를 치는 속도가 평소의 절반이었다. 그때 도윤이 지우의 자리 옆을 지나갔다.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지나가면서 지우의 책상 위에 뭔가를 내려놓았다. 편의점 삼각김밥 하나. 아침에 지우가 뜯기만 하고 먹지 못한 것과 같은 종류였다. 서하는 그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묘하게 눌렸다. 도윤은 뒤돌아보지 않았고, 지우는 삼각김밥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비닐을 뜯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 서하는 자기 메일함에서 한 가지를 발견했다. 지우가 보낸 링크——6화 끝에서 지우가 보내준 과거 유사 사례 자료였다. 서하는 아직 열어보지 못한 그 링크를 클릭했다. 건물 배관 관련 보상 사례 모음이었는데, 세 번째 파일을 열자 서하의 손이 멈췄다. 과거 사례 담당자 이름 란에 '강'이라는 성이 보였다. 이니셜만 표기된 이름. 서하는 팀 내에서 그 성을 가진 사람을 한 명밖에 몰랐다.

서하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오늘 하루를 되짚었다. 민원 한 건이 사람의 생활비를 흔들고, 질문 한 마디가 누군가의 기록에 남고, 서류 한 장의 이름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서하는 링크를 닫지 않았다. 대신 메신저 창을 열었다. 수신인: 한지우. 내용은 쓰지 못했다. 커서만 깜빡이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아버지——윤태훈. 서하는 화면을 3초 동안 보다가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 아버지의 목소리는 짧았다. "밥은 먹었냐." "네." "그래." 전화가 끊겼다. 4초. 서하는 꺼진 화면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도, 질문 한 마디에 이렇게 많은 걸 담고 있을까. 가방을 챙기면서 모니터를 한 번 더 봤다. 과거 사례 파일의 '강' 이니셜이 화면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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