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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6화]

사내가 입을 열기 전에

작성: 2026.04.11 23:45 조회수: 34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사내가 눈을 뜬 건 오후 늦은 햇살이 약초 다발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오던 무렵이었다. 진무백은 그 순간을 문 밖에서 들었다. 얕은 숨소리가 한 박자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는 변화, 그리고 당소연이 탕약 그릇을 내려놓는 도자기 소리. 그다음엔 문이 잠겼다.

걸쇠가 내려앉는 소리가 생각보다 또렷했다. 진무백은 문짝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한 번 두드렸다가 멈췄다. 억지로 밀고 들어갈 이유도 없었고, 그럴 힘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녀가 방 안에서 먼저 얻어낼 말이 있다는 건 진무백도 이미 알고 있었다. 먼저 문을 닫은 쪽이 먼저 패를 받는 법이었다.

복도 끝에 기대 있던 구칠이 이쪽으로 걸어오며 낮게 입을 열었다.

"저쪽 아가씨, 꽤 빠르네. 나도 저 방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닥쳐."

"닥치면 형님도 손해잖습니까. 나 지금 할 말 있거든요."

진무백이 구칠 쪽으로 눈을 옮겼다. 구칠은 능청스럽게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이 사람이 이 표정을 짓는 건 값을 매기고 있을 때였다. 자기 정보의 값인지, 자기 안전의 값인지는 그때그때 달랐다.

"아까 골목 어귀 얘기 기억하십니까? 아침부터 거기 서 있던 놈."

"독환 추적자라고 했잖아."

"그게……"

구칠이 손가락으로 복도 창을 가리켰다.

"두 명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 당문 사람 아니에요."

진무백은 말없이 창 쪽으로 이동했다. 좁은 창살 너머로 골목이 내려다보였다. 오후의 장시는 아직 사람이 붐볐지만, 골목 어귀 처마 아래에 두 사람이 서 있는 건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왔다. 한 명은 어제도 본 얼굴, 움직임이 없고 기다림에 익숙한 사람의 서 있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옆에 새로 붙은 사람은 달랐다. 허리춤이 너무 가벼웠다. 검을 안 찼거나, 아니면 감추는 쪽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당문 사람이 아니면?"

"글쎄요."

구칠이 어깨를 으쓱했다.

"옷 솔기가 깔끔하고 짚신이 아니라 가죽이에요. 장시 좌판 두 군데 접힌 거랑 같은 타이밍이고. 저는 그냥 구경꾼이 아니라고 봅니다."

진무백은 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그 좌판 주인들 어디 갔어."

"하나는 친척 초상이라고 하고, 하나는 아무 말 없이 짐 쌌습니다. 어제 저녁 이후로요."

장시에서 갑자기 좌판을 접는다는 건 겁이 났거나, 누군가한테 경고를 받았거나, 혹은 둘 다였다. 진무백은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이 골목에 모인 것들의 무게가 어제보다 조금 더 무거워졌다는 건 분명했다.

그때 방 안에서 소리가 났다. 사내의 목소리였다. 낮고 갈라진, 며칠째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넘긴 사람의 목소리. 무슨 말인지는 들리지 않았다. 당소연이 뭔가를 되받아 물었고, 그다음엔 또 침묵이었다.

진무백은 문 앞으로 돌아왔다.

구칠이 뒤를 따라오며 작게 말했다.

"억지로 열면 아가씨가 뭔가 부러뜨릴 것 같은데요."

"부러뜨리면 내가 고치면 되지."

"형님이 뭘 고칩니까."

"닥치라고."

진무백이 문 앞에 등을 기대고 서서 팔짱을 꼈다. 기다리는 건 익숙했다. 청매표국 시절, 전서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건 늘 그의 몫이었다. 구가 날아오지 않는 날은 스승이 마당에서 검을 닦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무백은 그 침묵 옆에 앉아 있었다. 지금 이 문 앞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다만 스승은 여기 없었다.

문이 열린 건 한 식경쯤 지나서였다. 당소연이 빈 탕약 그릇을 들고 나왔다. 표정이 들어오기 전보다 한 겹 더 닫혀 있었다.

진무백이 문 안쪽을 보려 했지만 그녀가 문을 등으로 막아섰다.

"아직 안 됩니다."

"뭘 들었어."

당소연이 잠깐 그를 바라봤다. 대답하지 않겠다는 얼굴이 아니었다. 어떻게 말할지를 재고 있는 얼굴이었다.

"사내가 그 천 조각을 본 적이 있다고 했어요."

공기가 바뀌었다. 구칠이 옆에서 입을 다물었다. 진무백은 팔짱을 풀지 않은 채 말했다.

"어디서."

"그건 아직 말하지 않았어요.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에요. 목이 타서."

당소연이 탕약 그릇을 구칠 쪽으로 들이밀었다.

"다시 끓여 와요."

구칠이 황당한 얼굴로 그릇을 받아들고 계단 쪽으로 사라졌다. 진무백과 당소연 둘이 남았다.

"천 조각을 봤다는 말만 하고 멈췄어?"

"더 있어요."

당소연이 목소리를 한 톤 낮췄다.

"루트가 바뀐 날, 그 사내가 화물을 직접 받았다고 했어요. 표국 마크가 찍힌 목함이었다고."

진무백의 손이 검집 쪽으로 움직이다 멈췄다. 의식하지 못한 동작이었다. 스승이 마지막으로 운반을 맡겼던 그 화물. 표국이 소실되던 밤, 행방이 끊겼던 그것.

"그 목함이 어디 갔는지는?"

당소연이 대답하는 대신 그를 바라봤다. 이번엔 좀 달랐다. 경계가 아니라, 재는 눈이었다.

"진무백 씨. 나한테 먼저 패를 꺼냈잖아요."

"그랬지."

"그럼 이번엔 내가 꺼낼게요."

그녀가 숨을 한 번 고르더니 말했다.

"그 목함 안에 뭐가 들어 있었는지, 나는 알고 있을 수도 있어요. 아버지 기록에 같은 날짜의 수령 내역이 있었거든요."

진무백은 대답하지 않았다. 당소연이 먼저 꺼낸 패의 무게를 재는 중이었다. 그녀가 그 기록을 이제 꺼낸다는 건, 사내가 방 안에서 한 말이 그만큼 그녀의 셈법을 바꿔놨다는 뜻이었다.

"그 수령 내역에 문양이 있었어?"

당소연은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이 긍정이었다.

진무백이 창 쪽을 한 번 돌아봤다. 골목 어귀의 두 사람은 아직 거기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진무백은 그 고요함이 기다림이 아니라 타이밍을 재는 것이라는 걸 이제 확신했다.

"사내가 다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걸려."

"내일 아침 전에는 어려워요."

"그 전에 저 골목이 좁아질 수 있어."

당소연이 그가 가리킨 창 쪽을 따라 봤다. 잠깐이었지만 그녀의 얼굴에 처음으로 계산 이외의 것이 스쳤다. 진무백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두려움은 아니었다. 뭔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아직 결정하지 못한 사람의 표정이었다.

구칠이 계단을 올라오며 탕약 냄새를 앞세우고 돌아왔다.

"다 됐습니다. 주방 아주머니가 왜 자꾸 끓이냐고 물어보던데 뭐라고 해요?"

"아프다고 해."

"누가요?"

"나."

구칠이 입을 다물었다. 진무백이 그릇을 받아 당소연에게 건넸다. 당소연이 그릇을 받으며 그를 한 번 봤다. 짧은 시선이었다.

"오늘 밤은 교대로 지켜야 할 것 같네요."

진무백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다만 검집을 손바닥으로 한 번 가볍게 짚었다. 칼집 가죽의 감촉이 익숙하게 차가웠다. 그 목함이 어디 있는지, 그리고 당소연의 아버지 기록이 그 목함과 매화 문양 사이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사내가 다시 입을 열기 전에 골목이 먼저 좁아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오늘 밤 이 복도에서 교대로 서 있는 세 사람이 같은 편인지 아닌지는 그때 처음으로 분명해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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