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이 청문객잔 문을 연 건 이른 아침, 장시 좌판 두 군데가 다시 문을 열기도 전이었다. 발소리가 조용하지 않았다. 문짝이 안쪽으로 밀리는 순간 경첩이 짧게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에 진무백은 찻잔을 내려놓기도 전에 몸을 틀었다.
객잔 아침의 공기는 아직 차가웠다. 주방 쪽에서 기름 달군 냄새가 막 피어오르던 참이었고, 구칠은 두꺼운 겉포를 걸친 채 계단 맨 아래 칸에 걸터앉아 볶은 기장을 손으로 집어 먹고 있었다. 진무백은 구칠이 고개를 드는 속도를 보고 이미 판단했다. 구칠도 이 방문객을 예상하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예상하지 못한 손님이라면, 그건 반가운 종류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남궁현은 키가 컸다. 허리에 검을 찼지만 칼집 장식이 없는 소박한 것이었고, 그 단정함이 오히려 눈을 끌었다. 검집 끝이 문틀을 스치며 낮은 쇳소리를 냈다. 그는 주위를 한 번 훑고 나서 진무백을 똑바로 바라봤다. 흘기거나 낮추지 않는 시선이었다. 정면으로 쏘아보는 종류의 눈빛이었다. 진무백은 그 눈빛에서 분노보다 확신을 먼저 읽었다. 이미 결론을 내리고 온 사람의 눈이었다.
"청매표국 진무백. 맞나."
진무백은 찻잔을 탁자 위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서두르지 않았다.
"틀린 말 없는데."
"열흘 전 영주 북로에서 남궁세가 화물 수레 두 대가 사라졌다. 표국 기록에 청매표국 부인장 이름이 마지막 인수자로 찍혀 있어."
남궁현의 말은 짧고 단단했다. 고발이라기보다 선언에 가까웠다.
구칠이 기장 씹는 것을 잠깐 멈췄다. 진무백은 남궁현의 말이 끝나는 지점을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부인장은 사 개월 전부터 행방불명이야. 그 도장이 진짜라면 누군가 훔쳐 썼다는 거고, 가짜라면 처음부터 누군가 만들었다는 거지. 어느 쪽이든 나한테 따질 일이 아니야."
"표국이 살아 있다면 책임은 표국에 있어."
"표국은 없어."
진무백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분노가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사람의 낮음이었다.
"내가 마지막이고, 나는 그 화물 수레 근처에도 없었어."
남궁현이 반 걸음을 좁혔다. 발바닥이 마루에 닿는 소리가 없었다. 보법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구칠이 슬그머니 기장 그릇을 내려놓으며 계단에서 일어났다. 진무백은 그 움직임을 눈 끝으로 확인했다. 아직은 아니었다. 바로 그때 계단 위 복도에서 발소리가 내려왔다. 당소연이었다. 그녀는 상황을 한 번 보고 나서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계단 옆 기둥에 등을 기댔다. 손에는 탕약 그릇이 들려 있었다.
"남궁세가 차남이 새벽 객잔에서 표국꾼 붙잡으려면 증거가 있어야 해요. 화물 수레 인수 날짜가 언제예요?"
남궁현이 고개를 돌렸다. 당소연을 보는 눈이 잠깐 굳었다.
"당문 의원이 왜 여기 있나."
"환자 보러 왔다가 소란을 들었어요."
당소연의 대답은 담담했다.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 담담함이었다.
"날짜요."
남궁현이 잠깐 그녀를 살폈다. 의심하는 눈빛이었지만 묻는 것에는 답했다.
"2월 스무하루."
당소연의 시선이 찰나 진무백에게 갔다가 돌아왔다. 그 짧은 이동을 진무백은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이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탕약 그릇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가 풀렸다.
"그 날짜라면,"
당소연이 천천히 말했다.
"저도 확인할 게 있어요. 지금 위로 올라와 주면 좋겠어요. 두 분 다."
구칠이 진무백 옆구리를 살짝 쿡 찔렀다. 진무백은 손등으로 그 손을 쳐냈다. 구칠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기장 그릇을 다시 집어 들었다.
뒷방 사내는 아직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의식은 뚜렷했다. 침상 위에서 눈만 뜨고 있었는데, 세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서자 시선이 천장에서 문 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당소연이 창 아래 작은 탁자에 접힌 종이 한 장을 펼쳤다. 필체가 고르지 않았다. 손이 떨리던 상태에서 쓴 것처럼 획이 한 군데씩 끊겨 있었다. 진무백은 그 끊긴 획들을 보며 이 종이를 쓴 사람이 어떤 상태였는지를 먼저 떠올렸다.
"아버지가 남긴 수령 내역 사본이에요."
당소연이 종이를 손바닥으로 누르며 말했다.
"2월 스무하루. 청매표국 인장이 찍힌 목함 하나, 수령처는 영주 북로 이십 리 지점 산장. 그리고 목함 봉인에 매화 문양이 찍혀 있었다고 기록돼 있어요."
침묵이 방 안을 한 바퀴 돌았다. 약재 냄새가 그 침묵 사이로 조용히 번졌다.
남궁현이 종이를 내려다봤다.
"당문이 그 목함을 받았다는 거야."
"아버지가 받은 거예요. 당문 이름으로가 아니라 개인 명의로."
당소연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그게 이 사실을 오래 묻어뒀다는 증거처럼 들렸다. 남궁현은 그녀를 다시 봤다. 이번에는 의심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섞인 눈빛이었다.
"그 목함이 어디로 갔는지는 기록에 없어요. 그 다음 장이 없거든요."
진무백이 사내를 봤다. 사내는 침상에서 눈만 뜬 채 천장을 보고 있었다. 진무백이 한 걸음 다가갔다.
"그 목함을 네가 직접 전달했다고 했지."
사내가 천천히 눈을 돌렸다.
"산장에 두고 왔어요. 누가 받는지까지는 몰랐어요. 그냥 거기 놓으라고 했으니까."
"누가 시켰어."
사내가 입술을 움직였다가 멈췄다. 당소연이 탕약 그릇을 들고 사내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그 움직임이 협박인지 배려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사내의 눈이 그릇과 당소연 사이를 오갔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름은 몰라요. 그냥 매화 문양 있는 사람이 오면 주라고만 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왔었어요. 손목에."
그가 자기 왼쪽 손목을 눈으로 가리켰다.
방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진무백은 잠깐 그 침묵을 두었다가 소매를 걷었다. 왼쪽 손목 안쪽. 반쪽짜리 매화 문양이 피부 위에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먹으로 새긴 것이 아니라 불에 지진 흔적이었다. 가장자리가 고르지 않고 오래된 것이었다. 남궁현의 눈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
"그게……."
"스승한테 받은 거야."
진무백이 소매를 내렸다.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덧붙일 말이 없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할 말이 아니었다.
남궁현이 오래 침묵했다. 그는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돌아왔다. 아침 빛이 창살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와 그의 검집 위에 얹혔다.
"화물 수레 실종 건은 내가 잘못 짚었을 수 있어. 하지만 청매표국 인장이 어떻게 그 자리에 쓰였는지는 아직 설명이 안 됐어."
"나도 알고 싶어."
진무백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여기 있는 거고."
두 사람이 처음으로 같은 방향을 보는 순간이었다. 선언이 아니었다. 그냥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 조용히 확인됐다. 당소연은 그것을 보면서 탕약 그릇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구칠이 문가에서 소리 없이 엄지를 들어 올렸다가, 진무백의 시선과 마주치자 얼른 다시 내렸다.
당소연이 종이를 다시 접었다.
"다음 장이 없다고 했는데."
진무백이 그녀를 봤다.
"아버지가 그 다음 장을 따로 보관했을 가능성은."
당소연이 잠깐 멈췄다.
"있어요."
그녀가 인정했다.
"어디 있는지는 몰라요. 아직."
아직, 이라는 말이 방 안에 남았다. 그 한 글자가 이 여자가 이미 뭔가를 찾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진무백은 그것을 묻지 않았다. 지금은 아닌 것 같았다. 남궁현도 묻지 않았다. 그도 그 한 글자의 무게를 들었을 것이었다.
남궁현이 검집을 손바닥으로 한 번 짚으며 몸을 돌렸다.
"오늘은 여기까지야. 하지만 청매표국 인장 건은 내가 직접 확인할 거야. 협조할 생각이 있으면 말해."
진무백이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대답이었다. 남궁현은 그것을 알아들은 것처럼 더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갔다. 발소리가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뒷방이 조용해졌다. 검집이 계단 난간을 한 번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가 사라졌다.
구칠이 문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저 양반 생각보다 빨리 접더라. 그리고 생각보다 잘 듣더라."
"나가."
구칠이 사라졌다. 진무백은 창가를 봤다. 아침 빛이 약초 다발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오고 있었다. 당소연은 접힌 종이를 소매 안으로 밀어 넣으며 사내의 맥을 짚었다. 손가락이 손목 위에 얹히는 동작이 익숙했다. 진무백은 그 손이 아까 종이를 누르던 손과 같은 손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어딘가 골목 어귀에서 장시 좌판 하나가 다시 접히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남궁현이 들어오기 전에도 그 소리가 한 번 났었다는 것을, 진무백은 지금에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