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객잔 뒷방은 낮에도 어두웠다. 창문이 좁은 탓도 있었지만, 당소연이 아침부터 창에 걸어둔 약초 다발이 빛을 절반쯤 가린 탓이 더 컸다. 쑥과 측백 잎이 마르면서 내뿜는 냄새가 방 안에 눌러앉아 있었고, 그 아래로 사내의 얕은 숨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진무백은 문 옆 기둥에 등을 붙이고 서서,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으려 애쓰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에 당소연이 탕약을 갈아 끓이는 동안, 진무백은 그 냄새를 맡으며 스승 생각을 했다. 청매표국이 불타던 밤에도 이런 냄새가 났었다. 쑥이 아니라 피와 목재 타는 냄새였지만, 무언가가 마르고 사라지는 냄새라는 점에서는 같았다. 그는 그 생각을 빨리 잘라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구칠이 들어온 건 진시가 막 지난 무렵이었다.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그냥 열었다. 진무백이 검집을 손으로 짚으며 돌아보자, 구칠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뻔뻔하게 웃었다.
"나야, 나. 죽이지 마."
"소리 내고 들어와."
"소리 냈다가 저 양반 깨면 형이 책임져?"
구칠은 사내 쪽으로 턱짓을 하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손에 든 기름종이 꾸러미를 탁자 위에 올려놓으면서 낮게 말했다.
"장시 돌아봤어. 아침보다 분위기가 묘해."
진무백은 기둥에서 등을 뗐다.
"얼마나."
"좌판 두 군데가 접혔어. 아침엔 열려 있던 데."
구칠은 꾸러미를 폈다. 기름에 볶은 땅콩과 식어버린 찐빵 두 개였다.
"어떤 사람이 물어봤대. 어젯밤에 급하게 실려온 사람 못 봤냐고. 표국 출신처럼 생긴 놈이라고 하더라고."
진무백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가 풀렸다.
"누구한테 들었어."
"아는 사람이 많아야 오래 산다고."
구칠은 찐빵을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처음으로 진지한 얼굴이 됐다.
"무백아. 어젯밤에 내가 그 문양 봤다고 했잖아."
"그래서."
"그게 처음이 아니야."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약초 냄새만 남고 다른 것들이 조용해지는 느낌이었다. 진무백은 구칠을 똑바로 봤다. 구칠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 표정이 장난스럽지 않았다.
"어디서."
"두 달 전. 개방 쪽 형제 하나가 남쪽에서 올라왔을 때."
구칠은 목소리를 더 낮췄다.
"죽어서 올라왔어. 손목에 똑같은 문양이 있었고, 내장 쪽이 독으로 터져 있었대. 그때 같이 올라온 놈이 그 문양 때문에 죽었다고 했는데, 아무도 안 믿었어. 나도 안 믿었고."
진무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칠이 그 말을 지금 꺼낸다는 것의 무게를 재고 있었다. 두 달. 스승이 마지막으로 표국 문을 나선 것도 두 달 전이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날짜가 너무 깔끔하게 맞아떨어졌다.
"그 형제, 너랑 가까웠어?"
구칠이 잠깐 멈췄다.
"왜 그걸 물어."
"지금 꺼낸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구칠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탁자 위 땅콩 한 알을 집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내려다봤다. 그 침묵이 진무백에게는 충분한 답이었다.
문이 열렸다. 당소연이었다. 손에 탕약 그릇을 들고 있었고, 방 안에 두 사람이 마주 서 있는 걸 한 번 훑어보고는 아무 표정 없이 들어왔다. 사내 곁에 앉아 맥을 짚는 손이 흔들리지 않았다. 진무백은 그 손을 잠깐 봤다가 시선을 거뒀다.
"들은 거야?"
당소연이 짧게 답했다.
"문이 얇아요."
"그럼 뭔가 할 말이 있겠네."
당소연은 탕약 그릇을 사내 머리맡에 내려놓고 진무백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빛이 평소보다 차갑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불편했다.
"개방 형제가 죽은 건 나도 알아요."
그녀는 말했다.
"남쪽 루트에서 독환을 운반하던 사람이었어요. 당문 납품 물량 중에 비정규 루트로 빠진 것들이 있었는데, 그 루트를 관리하던 사람 중 하나였고요."
침묵이 한 박자 흘렀다.
"그걸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진무백의 목소리는 낮았다. 감정이 빠진 낮음이었다.
"두 달 전부터요."
당소연은 시선을 사내 쪽으로 돌리지 않았다.
"그 사람이 죽은 뒤로 루트가 바뀌었어요. 청매표국 노선에서 다른 노선으로. 정확히 그날부터."
진무백은 잠시 말을 참았다. 머릿속에서 날짜들이 맞물렸다. 스승이 마지막으로 표국을 나선 날. 화물이 실종된 날. 그리고 지금 당소연이 말하는 루트 변경 날짜. 세 개가 정확히 같은 지점에서 겹쳤다. 우연이 세 번 겹치면 그건 우연이 아니었다.
"왜 이제 말해."
당소연이 대답하기 전에, 구칠이 끼어들었다.
"야, 우리 지금 따지는 거야 정보 교환하는 거야?"
그는 찐빵을 다시 집어 들며 말했다.
"전 난 배고프거든. 밥은 먹고 싸우자."
아무도 웃지 않았지만, 방 안의 긴장이 조금 달라졌다. 진무백이 당소연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내가 먼저 꺼낼게."
그는 말했다. 그리고 품 안에서 천 조각 하나를 꺼냈다. 반쪽 매화 문양이 박힌, 낡은 천이었다.
"스승이 남긴 거야. 표국이 망하던 날 밤."
당소연의 눈이 천 조각에서 멈췄다. 표정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탕약 그릇을 잡은 손의 힘이 미세하게 달라졌다. 진무백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그녀가 이 문양을 처음 보는 얼굴이 아니었다.
"당신 아버지 기록에 이 문양이 있어?"
당소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니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길어지기 전에, 사내가 낮은 신음을 냈다.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그쪽으로 쏠렸다. 사내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손목 안쪽, 반쪽 매화 문양 위로 힘줄이 돋았다가 가라앉았다. 숨소리가 조금 달라졌다. 얕은 것이 조금 더 얕아졌다가, 다시 고르게 돌아왔다.
당소연이 일어섰다.
"나가요. 둘 다."
진무백은 자리를 움직이지 않았다.
"나가라고 했어요."
당소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깨어나면 내가 먼저 상태를 봐야 해요. 그게 순서예요."
"순서는 내가 정해."
진무백이 말했다. 그러나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완전히 나가지는 않았다. 문 옆에 기대어 섰다. 거기까지가 그가 양보할 수 있는 전부였다.
구칠은 찐빵을 입에 물고 소리 없이 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가면서 진무백의 팔꿈치를 살짝 쳤다.
'잘했어'
인지 '조심해'인지 알 수 없는 접촉이었다.
문이 반쯤 닫혔다. 진무백은 문틀에 기댄 채 복도 쪽을 바라봤다. 객잔 바깥에서 바람이 한 번 불었고, 처마 아래 걸린 등롱이 흔들렸다. 그 흔들림 속에서, 장시 쪽 골목 어귀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좌판도 없고, 짐도 없고, 갈 곳이 있는 사람의 자세도 아니었다. 그냥 서 있었다. 청문객잔 쪽을 향해.
진무백은 시선을 거두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상대도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이 다시 불었다. 등롱이 흔들렸다. 골목 어귀의 사람이 그 흔들림 속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그림자 안으로 사라졌다.
추적자였다. 아직 들어오지 않는 추적자.
뒷방의 오후는 길었다. 약초 냄새와 얕은 숨소리 사이에서, 진무백은 자신이 처음으로 패를 먼저 꺼냈다는 사실을 되짚었다. 당소연이 아직 답하지 않은 그 질문이, 사내가 눈을 뜨는 순간 어떤 형태를 가지게 될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천 조각이 이제 세 사람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는 사실만큼은 돌이킬 수 없었다. 그리고 골목 어귀의 그림자는, 사내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자신들만이 아니라는 것을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