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장시는 이른 시각부터 냄새로 열렸다. 기름에 지지는 전병 냄새, 말 오줌이 밴 건초 더미 냄새, 그리고 사람이 밀집한 골목 특유의 땀과 먼지 냄새가 뒤섞이며 장시의 공기를 만들었다. 진무백은 그 냄새들 사이를 걸으면서 허리춤 검집을 손 안에서 반 바퀴 돌렸다가 멈췄다. 뒷방에서 뜬눈으로 새운 탓에 목 뒤가 뻣뻣했고, 왼쪽 옆구리 타박이 걸음마다 작게 울렸다. 칼을 뺄 만한 상황은 아직 아니었다. 눈만 열고 있으면 됐다.
구칠이 옆에서 호두과자 하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넣었다. 어디서 났는지 묻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은 물건이었다.
"아침부터 뭘 그리 찾아, 형씨."
구칠이 씹으면서 말했다.
"사내가 깨기 전에 장부라도 파낼 셈이야?"
"닥쳐."
"닥치면 나는 밥값을 못 해. 나는 입이 재산인 사람이야."
진무백은 대답 대신 앞을 봤다. 당소연이 뒷방에 남아 사내의 맥을 짚고 있는 동안, 그가 장시로 나온 건 그녀가 흘린 한마디 때문이었다. 새벽에 교대하면서 그녀가 무심하게 내뱉은 것이었다. 이 고을 장시에 독환을 도매로 파는 자가 있는데, 당문 정식 판로가 아니라고. 그리고 그 자는 사흘에 한 번 장이 서는 날 아침에만 나타났다가 오시 전에 사라진다고.
오늘이 마침 그 사흘째 날이었다.
문제는 당소연이 그 말을 흘리고는 곧바로 표정을 닫아버렸다는 것이었다. 말을 너무 많이 했다는 듯이. 진무백은 그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계산하다가 한 박자 늦게 입을 다문 사람의 얼굴이었다.
장시 한복판에 포목상과 약재상이 나란히 붙어 있는 자리, 그 뒤쪽 골목 어귀에 작은 좌판이 깔려 있었다. 구칠이 먼저 발걸음을 틀었다. 진무백은 두 걸음 뒤에서 따라붙었다.
좌판 주인은 마른 체형에 눈이 가늘었다. 물건은 작은 목함 안에 종이로 싸서 늘어놓았는데, 겉보기엔 소화제나 해열환 같았다. 구칠이 그 앞에 쪼그려 앉아 하나를 집어 들고 냄새를 맡았다.
"이거, 뭘로 만들어?"
좌판 주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산초랑 도라지. 기침에 좋아요."
"기침에."
구칠이 웃었다.
"그럼 이건? 이건 기침이 아니라 뭔가 다른 데 쓰는 것 같은데."
그는 다른 목함에서 작은 환 하나를 집어 손바닥 위에 올렸다. 짙은 녹색이었다. 향이 없었다. 향이 없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진짜 약재로 만든 환은 대부분 냄새가 났다.
좌판 주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진무백은 그 순간 좌판 뒤쪽으로 천천히 돌아섰다. 도망 방향을 미리 막는 것이 먼저였다.
"당문 판로가 아닌 거, 당문에서 알아?"
진무백이 낮게 말했다. 짧고 또렷하게. 좌판 주인의 어깨가 굳었다.
"무, 무슨 말씀을—"
"날 설득하려 들지 마. 나는 당문 사람이 아니거든."
진무백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래서 오히려 네 걱정을 대신 해줄 수 있어. 당문이 먼저 알기 전에."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위협이 아니라 거래를 제안하는 어조였다. "사고 싶어서 온 게 아니야. 누가 납품하는지만 알면 돼."
좌판 주인은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장시의 소음이 그 침묵을 채웠다. 구칠이 환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이 물건이 어디서 오는지 말해주면, 당문 쪽 귀에는 안 들어가. 말 안 해주면—"
구칠이 익살스럽게 어깨를 들썩였다.
"뭐, 나는 입이 재산이라 조용히 있기가 힘들어서."
결국 좌판 주인이 입을 열었다. 납품자가 화물 운송 조직을 통해 물건을 보낸다는 것, 그 조직이 한 달 전까지는 청매표국 노선을 이용했다는 것. 진무백의 발이 땅에 붙었다. 청매표국. 자기 스승이 운영하던 표국이었다. 이미 불타서 사라진.
"한 달 전까지라고?"
좌판 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부터는 다른 루트로 바뀌었어요. 어디로 바뀐 건지는 나도 몰라요. 위에서 그냥 물건이 왔으니까."
진무백은 입을 다물었다. 청매표국이 불탄 게 정확히 한 달 전이었다. 납품 루트가 바뀐 시점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구칠이 환을 다시 목함에 내려놓으면서 진무백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쳤다. 진무백은 그 신호의 의미를 읽었다. 더 물어볼 것이 있으면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진무백이 다음 질문을 입에 올리기 직전,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차갑고 또렷한 발소리였다. 진무백이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목소리가 먼저 왔다.
"장이 파하기 전에 올 줄 알았어."
당소연이었다. 뒷방에 있어야 할 그녀가 거기 서 있었다. 손에 작은 약낭을 들고 있었고, 표정은 아침과 다를 게 없었다. 차갑고 정확했다. 그러나 진무백은 그녀의 눈이 좌판 주인 쪽을 일 순간 스쳤다가 돌아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사내는?"
"구칠 사형이 지키고 있어. 아까 동생한테 맡겼어."
그녀가 구칠을 보며 말했다. 구칠이 씩 웃었다.
"이쪽 분이 지금 뭘 물어보고 있었는지 다 들었겠네."
진무백이 당소연을 똑바로 봤다.
당소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좌판 주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짧게 말했다.
"이쪽은 내가 알아. 가봐도 돼."
좌판 주인이 눈 깜짝할 새 좌판을 접었다. 진무백은 그 속도를 보면서 입을 다물었다. 당소연이 이 자를 이미 알고 있었다. 단순히 정보를 흘린 게 아니었다. 자신이 이 자를 찾을 것을 예상하고, 어디까지 캐낼 수 있는지 먼저 와서 확인한 것이었다.
"청매표국 노선 얘기까지 들었어?"
진무백이 물었다. 감정을 실지 않으려 했지만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당소연은 잠깐 멈췄다. 그 멈춤이 대답이었다.
"다 알고 있었어?"
"전부 다는 아니야."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납품 루트가 어느 시점부터 바뀐 건 알고 있었어."
진무백은 더 묻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녀를 몰아붙여봤자 얻을 수 있는 건 없었다. 당소연이 비밀을 여는 방식은 자기 속도가 있었다. 그게 진무백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세 사람은 장시 골목을 빠져나왔다. 진무백은 걸으면서 구칠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구칠이 눈을 흘겼다.
"천 조각."
진무백이 낮게 말했다.
"너 봤지. 사내 손목 문양."
구칠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가 풀렸다. 너무 빠른 복원이었다. 능청의 속도가 아니었다.
"글쎄, 잘 못 봤는데."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진무백은 더 누르지 않았다. 구칠이 거짓말을 할 때는 말이 짧아졌다. 오늘은 세 글자로 끝냈다.
청문객잔으로 돌아오는 길, 아침 햇살이 처마 끝을 막 넘고 있었다. 진무백은 뒷방 문을 열기 전에 잠깐 멈췄다. 문 안에는 아직 쓰러진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가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생겼다. 청매표국 노선으로 독환을 옮기던 화물에 대해 그가 아는 것이 있는지. 그리고 그 손목의 매화 문양이 서백하 스승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당소연이 진무백의 등 뒤에서 문을 밀고 들어가며 말했다.
"사내, 오늘 안으로 깨어날 거야."
진무백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 전에 나한테 할 말 없어?"
짧은 침묵이 흘렀다.
"있어."
당소연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조금 낮아졌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그 말이 뒷방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끊겼다. 진무백은 검집을 손바닥으로 한 번 가볍게 쥐었다가 놓았다. 아직은, 이라는 말이 허락에 가까운지 경고에 가까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분명한 건 그녀가 무언가를 알고 있으며, 그 무언가가 스승의 실종과 같은 지점에서 뻗어 나왔을 가능성이 오늘 처음으로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