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 메인 홈 목록 ☰
[S1-5화]

회식 자리의 가벼운 거짓말

작성: 2026.03.12 20:25 조회수: 10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금요일 오후 다섯 시 사십분, 서하의 모니터에는 미처 닫지 못한 엑셀 창 네 개와 카카오톡 알림 일곱 개가 겹쳐 있었다. 한지우가 파티션 너머로 고개를 쑥 내밀며 물었다.

"야, 오늘 회식 몇 시래?"

"일곱 시요. 팀장님이 고기 사신다고……."

"고기? 소? 돼지?"

"삼겹살이요."

"아, 삼겹살이면 최소 소주 세 병은 나오겠네. 나 양말 여분 가져올걸." 지우가 뜬금없는 말을 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서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지우 선배의 비유는 물어보면 더 길어진다는 걸 석 달 만에 배웠다.

여섯 시 반, 사무실 불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할 때 서하의 폰이 울렸다. 은별이었다.

"서하야, 나 지금 너네 회사 근처야. 거래처 미팅 끝났는데 밥 같이 먹을까?"

서하는 순간 멈칫했다. 회식이 있다고 말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입에서 나온 말은 달랐다.

"아, 나 오늘 팀 사람들이랑 간단하게 저녁 먹기로 했어. 근데 거의 업무 미팅 같은 거라서 빨리 끝나. 끝나면 연락할게."

업무 미팅.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서하 자신도 몰랐다. 아마도 은별이 합류하면 지우 선배의 농담과 팀장의 건배사와 도윤 선배의 무표정이 한꺼번에 은별에게 노출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은별은 서하가 회사에서 꽤 잘 지내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서하가 그렇게 말해 왔으니까. 4화에서 서류 한 장 때문에 숨이 막혔던 이야기 같은 건, 아직 은별에게 꺼내지 못했다.

일곱 시, 을지로 골목 안쪽 삼겹살집. 팀장이 상석에 앉고, 도윤이 그 옆에, 지우가 불판 앞을 차지했다. 서하는 구석 자리에 앉아 물수건으로 젓가락을 닦았다. 팀장이 첫 잔을 들며 말했다.

"이번 분기 고생 많았고, 특히 윤서하 씨. 신입치고 민원 대응 잘하고 있어."

서하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를 중얼거렸다. 도윤이 소주잔을 천천히 기울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칭찬보다 무거웠다. 서하는 도윤이 이번 주 대리서명 건 이후로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여전히 가늠할 수 없었다.

두 번째 소주병이 비워질 무렵, 지우가 고기를 뒤집으며 물었다. "서하, 너 요즘 주말에 뭐 해? 취미 같은 거 있어?" 서하는 잠깐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넷플릭스와 빨래였다. 하지만 팀 분위기가 가벼웠고, 서하는 지우의 질문에 농담처럼 대답했다.

"저 요즘 러닝 시작했어요. 한강에서 뛰고 있어요."

거짓말이었다. 런닝화는 있었다. 현관 신발장 구석에, 작년 세일 때 사서 한 번도 신지 않은 채. 지우가 "오, 의외다" 하며 눈을 크게 떴고, 팀장이 "건강관리 좋지, 나도 예전에 마라톤 뛰었는데" 하며 길어질 기세를 보였다. 서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식당 유리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하야!"

은별이었다. 손에 종이가방을 들고, 패딩 지퍼를 반만 내린 채 들어오고 있었다. 서하의 젓가락이 멈췄다.

"어? 너 업무 미팅이라며? 여긴 완전 회식이잖아." 은별이 웃으며 다가왔다. 서하는 귀까지 빨개지는 걸 느꼈다. 지우가 먼저 반응했다.

"어머, 누구세요? 서하 친구? 어서 오세요, 자리 있어요. 여기 고기 아직 많아요."

서하가 "아, 은별아, 그게……" 하며 말을 더듬는 사이, 은별은 이미 자연스럽게 지우 옆에 앉았다. 팀장은 손님 온 걸 반기며 소주잔을 하나 더 꺼냈고, 도윤만 시선을 잠깐 서하에게 주었다가 고기를 집었다. 그 짧은 눈빛이 서하에게는 '설명해 봐'라고 읽혔다.

은별은 적응이 빨랐다. 3분 만에 지우와 드라마 얘기로 웃고 있었고, 팀장에게는 "삼겹살은 역시 목살이랑 반반이 진리죠" 같은 말로 호감을 샀다. 문제는 은별이 서하를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서하 걔 진짜 성실해요.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다면서요? 요즘은 주말에 러닝까지 한다고 해서 제가 깜짝 놀랐거든요."

서하는 물을 마시다 기침했다. 러닝 얘기가 은별에게까지 전해진 적은 없었다. 은별이 눈치 빠르게 서하의 최근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본 건가 싶었는데, 아, 맞다. 서하가 일주일 전에 한강 사진을 올리며 '#러닝시작' 해시태그를 달았었다. 산책하다 찍은 사진에. 거짓말이 거짓말을 부르고 있었다.

지우가 슬쩍 서하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 표정이 '나 다 알아'인지 '귀엽네'인지 서하는 판단할 수 없었다. 도윤은 여전히 조용히 고기를 먹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은별에게 물었다.

"윤서하 씨 친구분이면, 서하 씨가 회사에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시겠네요."

은별이 "당연하죠!" 하며 눈을 빛냈다. 서하의 심장이 두 배 빠르게 뛰었다. 도윤이 뭘 말할지 몰랐다. 칭찬이면 다행이고, 이번 주 서류 건을 꺼내면. 그런데 도윤은 소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짧게 말했다.

"아직 배우는 중이에요. 근데 포기는 안 하더라고요."

서하는 그 말이 칭찬인지 평가인지 알 수 없었다. 은별은 "역시 우리 서하" 하며 서하의 어깨를 쳤고, 서하는 웃었다. 웃으면서도 가슴 한쪽이 쓰렸다. 도윤 앞의 자신과 은별 앞의 자신이 서로 다른 사람 같았다. 한쪽에서는 아직 믿을 수 없는 신입이고, 다른 쪽에서는 잘 해내고 있는 친구. 둘 다 진짜 서하인데, 둘 다 완전하지 않았다.

회식이 끝나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 3월의 밤바람이 차가웠다. 팀장과 지우가 먼저 택시를 잡았고, 도윤은 "먼저 간다"는 말만 남기고 걸어갔다. 은별과 서하만 골목에 남았다.

은별이 서하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야, 너네 사수 되게 무섭다. 근데 마지막에 한 말, 나쁘지 않았어. '포기 안 한다'는 거, 칭찬 아니야?"

서하는 대답 대신 웃었다. 그리고 잠깐 망설이다 말했다.

"은별아, 나 사실 러닝 안 해."

"……뭐?"

"한강에서 뛴 적 없어. 그냥 산책하다 사진 찍은 거야. 오늘 회식도 업무 미팅이 아니라 그냥 삼겹살 회식이었고."

은별이 멈춰 서서 서하를 봤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아, 진짜? 그 해시태그 보고 감동받았는데." 은별의 목소리에는 놀림이 반, 뭔가 다른 것이 반 섞여 있었다.

"왜 거짓말한 거야?"

서하는 대답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대답할 말이 너무 많아서 하나도 고르지 못했다.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 힘든 걸 보여주기 싫어서. 은별한테까지 걱정을 얹기 싫어서. 그 모든 이유가 동시에 올라왔고, 서하는 그냥 "모르겠어"라고만 말했다.

은별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종이가방에서 붕어빵 두 개를 꺼내 하나를 서하 손에 쥐어 주며 말했다.

"가져가려고 샀는데, 그냥 여기서 먹자."

두 사람은 골목 끝 편의점 앞 벤치에 나란히 앉아 붕어빵을 먹었다. 서하는 팥이 뜨거워서 입천장을 데였고, 은별은 웃으며 물을 건넸다. 그 순간만큼은 거짓말도, 서류도, 도윤 선배의 시선도 없었다. 그냥 오래된 친구 둘이 차가운 밤에 붕어빵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서하가 집에 도착한 건 열한 시였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다가 신발장 구석의 런닝화가 눈에 들어왔다. 먼지가 얇게 쌓여 있었다. 서하는 그걸 잠시 바라보다가, 꺼내서 현관 앞에 나란히 놓았다. 신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냥, 더 안쪽으로 밀어 넣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폰 알림이 울렸다. 수진 언니였다.

'서하 씨, 월요일에 민주 씨 건 서류 재확인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원무과 쪽에서 연락 왔는데, 이상한 게 하나 있어서.'

서하는 답장을 치다가 멈췄다. 이상한 게 하나. 그 한 줄이 붕어빵의 따뜻함을 순식간에 식게 만들었다.

☰ 전체 회차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