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논에서도 잘 자라는 풀사료 작물인 '사료피'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논 재배에 적합한 사료피의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 품종 체계를 완성하고, 현장 보급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료피는 한해살이 여름철 풀사료 작물로, 더위와 습기에 강해 장마철 물 빠짐이 좋지 않은 논에서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다. 정부가 전략작물직불제를 확대하면서 논에서 벼 대신 심을 수 있는 여름철 풀사료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기존에 주로 재배되던 수수류나 사료용 옥수수는 생산성이 높지만 장마나 집중호우 시 침수나 습해에 약해 논 재배에 어려움이 있었다.
농촌진흥청은 2016년부터 국내외 유전자원을 수집·평가해 사료용 품종 개발과 재배 기술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올해 만생종 신품종 '만온'을 개발함으로써 조생종 '조온', 중생종 '다온'과 함께 사료피 숙기별 품종 체계를 완성했다. 특히 '만온'은 생육기간이 길고 잎이 넓으며, 제주 재래종보다 생산성이 약 13% 높은 다수확 품종이다.
이와 함께 농촌진흥청은 표준 재배 기술과 저장·이용 기술도 마련했다. 처음 사료피를 재배하는 농가도 쉽게 생산할 수 있도록 적정 파종 시기와 파종량, 알맞은 수확 시기 등 핵심 기술을 담은 안내 책자를 배포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사료피는 수수류 등 다른 여름철 풀사료 작물보다 줄기가 가늘어 잘 마르며, 베어낸 뒤 3~6일이면 저수분 담근먹이나 건초로 만들 수 있다. 저장 기간에 맞는 비닐 랩핑 기준도 마련해 단기 보관 시 6겹, 장기 보관 시 8겹을 감으면 기존보다 비닐을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어 생산비 부담도 덜 수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농가 소득 증대 효과가 뚜렷하다. 사료피는 동계 풀사료인 이탈리안라이그라스와 이모작이 가능해 논 한 곳에서 한 해 내내 풀사료 생산이 가능하다. 정부의 전략작물직불제와 연계할 경우 동계 풀사료는 1헥타르당 50만 원, 하계 풀사료는 1헥타르당 550만 원의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이모작을 하면 1헥타르당 100만 원의 인센티브가 추가된다. 이를 반영한 결과, '사료피+이탈리안라이그라스' 이모작 체계의 총 순수익은 기존의 '식용벼+이탈리안라이그라스'일 때보다 약 23% 높았다. 또한 기존에 사용하던 예취기, 반전기, 집초기, 원형베일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비싼 수확 장비를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건물 기준 사료피 가격은 수입 건초보다 약 31% 저렴해 축산 농가의 사료비 부담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연구 성과의 신속한 확산에 힘쓰고 있다. 올해는 전국 50곳에서 현장 실증을 진행 중이며, 신품종의 종자 생산·보급 기반 마련에도 주력하고 있다. 조생종 '조온'과 중생종 '다온'은 민간 종자업체 5곳에 기술이전을 마쳤고, 만생종 '만온'은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다. 올해 생산하는 신품종 종자는 통상 실시 계약 업체에 공급하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종자생산을 확대해 2028년부터 농가에 본격 공급할 계획이다.
전략작물직불제 시행 이후 논 사료피 재배면적은 2023년 867헥타르에서 2024년 2,055헥타르, 2025년 3,393헥타르로 증가했으며, 2026년에는 4,199헥타르가 신청돼 지속적인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도 체계적인 종자 증식과 농가 보급을 차질 없이 추진해 연구 성과가 농가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료피는 재배가 비교적 쉬운 작물이지만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기본 재배기술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종 시기는 5월 중순에서 6월 상순이 적당하며, 파종량은 줄뿌림 기준 15~20kg/헥타르가 적절하다. 수확은 초장 120cm 이상부터 출수 초기(출수 후 7일 이내)에 실시하면 양호한 수량과 사료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장마철 집중호우에 대비한 배수로 정비와 물 관리도 필수적이다.
사료피는 사일리지, 헤일리지, 건초 형태로 저장해 한우와 젖소 등 가축의 풀사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고수분 사일리지로 저장할 경우 공기 유입을 차단하도록 충분히 밀봉하는 것이 중요하며, 비닐 랩핑은 단기간 보관 시 6겹, 장기 보관 시 8겹을 권장한다. 사료피는 생육 초기에는 조단백질 함량이 높지만 생육이 진행될수록 감소하며, 출수 초기 조단백질 함량은 약 10%, 총가소화영양분은 약 62% 수준으로 수수류 등 일반 하계 사료작물과 유사한 사료가치를 나타낸다.
사료피 재배 후 종자가 떨어져 잡초화될 우려에 대해서는 적기 수확, 담수 및 제초제 처리 등 적절한 관리기술을 적용하면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적기 수확으로 종자가 완전히 성숙하기 전에 베어내고, 사료피 재배 후 식용벼로 전환할 경우 경운 후 담수하면 토양에 남은 종자의 출아를 억제할 수 있다. 벼 재배 시에는 피 방제용 제초제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사료피는 논에서 흔히 보이는 잡초 '피'와 같은 피속에 속하지만 서로 다른 종이다. 사료피는 조사료 생산을 목적으로 육성한 재배작물이며, 이번에 개발된 신품종은 생산성과 재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육성된 사료 전용 품종이다. 다른 작물로 전환할 경우 적기 수확과 담수관리, 필요 시 제초제 적용을 통해 종자 탈립과 재발생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조용민 원장은 "사료피는 논을 활용한 하계 풀사료 생산 확대와 국내 풀사료 자급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유망한 작물"이라며 "앞으로도 체계적인 종자 증식과 농가 보급을 차질 없이 추진해 연구 성과가 농가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