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의료혁신 정책에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담기 위해 마련된 '의료혁신 시민패널'이 첫 번째 공론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300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패널은 7월 4일부터 5일까지 1박 2일간 숙의토론회를 열고, 지역·필수의료의 공급 범위와 보장 수준, 정책 성공 기준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의료혁신위원회 산하 시민패널 운영위원회는 7월 14일 이 같은 내용의 제1차 공론화 숙의토론회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시민패널은 성별·연령·권역·의료접근성 등을 고려해 선정됐으며, 5월 모집 이후 6월에는 숙의자료집과 온라인 학습을 통해 사전 학습을 마친 뒤 이번 토론회에 참여했습니다. 설문조사는 자가 숙의 전(기초조사), 토론회 직전(사전조사), 종료 직후(사후조사) 등 총 3차례 진행됐으며, 전 과정에 참여한 291명의 의견이 분석에 반영됐습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5.74%p).
'경증은 가까이, 중증은 거점으로'…시민 인식 강화
시민패널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경증·일상 진료는 더 가까이, 중증·고난도는 거점·광역으로'라는 인식이 더욱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후조사 결과, 시민패널 10명 중 6명은 자신이 사는 시·군·구 안에서 최소한 경증 진료(94.3%), 야간·휴일 소아 진료(77.1%), 24시간 응급실 진료(66.0%), 분만(59.9%)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심근경색·뇌졸중 등 골든타임 내 치료(48.1%)와 퇴원 후 재활·요양(40.6%)도 시군구 안에서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인근 시·군을 포함한 진료권 안에서는 맹장 등 입원·일반 수술(52.2%)까지, 광역 시·도 안에서는 암 등 중증·고난도 수술(52.9%)까지 보장받아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가장 높았습니다.
분임 토의에서 시민들은 "생명 유지를 위한 진료에서 가장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응급 및 소아 야간 진료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의료인이 아닌 사람은 현 상황이 응급인지 비응급인지 구분이 어렵다"며 24시간 응급진료가 인근에서 가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지역 거점병원 역량 강화 시 89.6% '이용 의향'
숙의토론회 직전에 비해 종료 직후, 국립대병원·종합병원 등 지역 거점 병원의 역량이 충분히 강화된다면 수도권 대형병원 대신 지역 거점병원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81.1%에서 89.6%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의료 취약지 거주자의 경우 사전조사 당시 77.7%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숙의 후에는 91.5%로 가장 높은 증가 폭(13.8%p)을 보였습니다.
시민들은 "전문수술 기반 시설이 광역 시·도 단위에 구축된다면 중증·고난도 수술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인근 광역권에서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또한 "우리가 논의한 정책 옵션들이 전부 다 실현된다면, 지역병원 이용 혜택을 주지 않더라도 지역 거점병원을 이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지역 거점병원의 핵심은 '의료의 질'
지역 거점병원을 믿고 이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으로는 '수도권에 뒤지지 않는 의료진의 실력과 경험'이 66.8%로 1순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응급 상황의 24시간 대응 및 신속한 이송'(49.2%), '오진을 줄이는 표준화된 진료 시스템'(30.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분임 토의에서 시민들은 "의료진의 높은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며 "다른 조건들이 다 갖춰진다 해도 의료수준이 낮으면 이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지역 병원의 의료진 역량이 높다면 굳이 서울에 있는 대형 병원에 갈 이유가 없다"며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진 의료진이 있으면 원정 의료를 가지 않고 가까운 지역 의료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역의료 문제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가치로는 '의료의 질'이 64.5%로 '의료 접근성'(35.1%)을 크게 상회했습니다. 다만 의료취약지 거주자의 경우 숙의 후 의료 접근성에 대한 선택이 37.0%에서 46.9%로 증가한 반면, 의료의 질에 대한 선택은 61.1%에서 53.1%로 감소해 지역별 인식 차이를 보였습니다.
지역의료 이용 활성화 방안…상급병원 연계·진료비 지원
수도권 대형병원 대신 지역 병원을 먼저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상급병원이 필요할 때 검사·진료기록 자동 연계 및 신속한 예약 보장'이 56.7%로 가장 효과가 클 것이라는 응답을 받았습니다. 이어 '전담의 지정을 통한 지속적 건강관리와 주기적 추적관리'(31.9%), '진료비 본인부담금 감면·의료 바우처 등 직접 비용 지원'(31.5%) 순이었습니다.
분임 토의에서는 "지역의료기관에서 치료의 한계가 발생하는 경우 상급병원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연계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지역 병원 이용 횟수에 비례해 진료비용을 차감해 주는 제도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최우선 정책은 '응급 골든타임 체계'와 '의료인력 양성'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필수의료 정책 중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는 '응급 상황에서 골든타임 안에 최종 치료까지 이어지는 체계 구축'(25.4%)이 1순위로 꼽혔습니다. 이어 '지역·필수의료 인력 양성'(23.9%), '지방 국립대병원 10곳을 거점병원으로 지정해 서울 빅5 수준으로 육성'(23.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각 정책의 중요도 평가에서도 '응급 골든타임 내 최종치료 체계 구축'(96.6%)과 '지역·필수의료 인력 양성'(96.4%)이 가장 높은 중요도(매우+대체로)를 기록했으며, 두 정책 모두 숙의 후 중요도가 상승(+3.1%p, +5.3%p)했습니다.
지역·필수의료 인력 확보 정책에 대한 동의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지역의사 선발·의무 복무'(89.4%), '5년 이상 근무 계약 의료진 거주 여건 지원'(88.9%), '필수·지방일수록 더 보상하는 수가체계'(87.4%) 순으로 동의율이 높았습니다. 특히 '필수·지방일수록 더 보상하는 수가체계'는 숙의 후 동의율이 77.1%에서 87.4%로 가장 크게 증가(10.3%p)해, 보상 강화 필요성에 대한 시민 공감대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정부의 의료인력 정책이 실제로 시행되면 지역에 근무하는 의료인력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85.4%에서 88.6%로 상승했습니다. 특히 의료취약지의 경우 '매우 그럴 것이다'라는 응답이 52.2%로 비취약지(수도권 25.9%, 비수도권 34.0%)에 비해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공병원 vs 민간병원…절충안도 제기
지역·필수의료 공급 방식에 대해서는 '공공병원 집중 투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에 51.9%, '역량 있는 민간병원에 공공적 역할을 부여해 내실 있게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에 47.4%가 동의해, 공공병원 중심 공급을 선택한 시민이 오차 범위 내에서 약간 더 많았습니다.
다만 분임 토의에서는 "당장은 공공병원을 빠른 시일 내 확충하기 어려우므로 단기적으로는 민간병원을 활용하되, 장기적으로는 공공병원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절충안이 다수 제기되는 등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공급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의 필수의료 공급 방식에 대해서는 '의료자원이 한정돼 있다면 이용량이 적은 지역의 의료시설은 인근 지역과 통합·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1.8%로,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필수의료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37.5%)는 의견보다 우세했습니다. 다만 의료취약지의 경우 통합·재편(50.8%)과 기능 유지(47.9%)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지역별 인식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의료 보장 시 지방 거주 의향 86.3%로 상승
시민패널의 92.5%는 어느 지역에서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지역의료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지역의료가 충분히 보장된다면 지방에 거주하겠다는 의향이 기초조사 77.6%에서 숙의토론회 종료 직후 86.3%로 단계별로 상승했습니다. 특히 의료취약지가 아닌 수도권 거주자의 경우 지방 거주 의향이 기초조사 64.6%에서 사후조사 80.4%로 크게 증가(15.8%p)해, 의료 인프라 개선이 지역 소멸 방지의 핵심 요건임을 시사했습니다.
시민패널은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지방 주민들도 거주지에서 입원부터 치료까지 해결할 수 있는 완결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아이를 출산하고 소아의 응급질환에 잘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거주 지역을 고를 때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시민패널, 높은 참여 의지…2차 숙의토론회도 예정
1박 2일간의 강도 높은 토의에 참여한 시민패널은 "이번 과정을 통해 지역·필수의료의 현실과 정책적 쟁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으며,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시민들과 서로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공론화 결과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국민 참여형 숙의 과정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시민패널은 8월 말 온라인 심층 토론회와 10월 말 2차 숙의토론회를 통해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며,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6%가 2차 숙의토론회에도 참여하겠다고 응답하는 등 높은 참여 의지를 보였습니다.
시민패널 운영위원회 김학린 위원장은 "이번 공론화는 국민이 지역·필수의료의 현실을 함께 고민하고, 의료 이용자의 관점에서 정책 방향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300명의 시민패널이 충분한 학습과 숙의를 거쳐 도출한 의견이 의료혁신위원회의 정책 논의와 의료혁신 추진 과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시민패널 운영위원회는 이번 공론화 결과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해 7월 말 의료혁신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며, 이 결과는 향후 의료혁신 정책 논의의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