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이 집중된 호남·제주 지역의 전력계통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배전망용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사업을 시작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7월 10일 오후 한국전력공사 경인건설본부에서 '배전망 ESS 구축지원 사업'에 선정된 9개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들어갔다.
그동안 호남과 제주 등 재생에너지가 몰리는 지역의 변전소와 배전선로는 재생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새로 짓는 태양광 발전 시설이 전력계통에 연결되지 못하고 대기하거나, 이미 연결된 발전소조차 발전량을 줄여야 하는 '출력제어'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 계획을 발표한 뒤 올해부터 2030년까지 국비 5,586억 원을 확보하고 제도를 정비해 기존 배전망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ESS 기반 대안을 마련했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배전선로를 새로 증설하지 않고 배전선로에 ESS를 직접 설치해 전력 수용 능력을 높이는 '재생에너지 추가 연계형 배전망 ESS'를 국내 처음 도입한 점이다.
구체적으로 배전선로 1곳에 ESS 4MW(20MWh)를 설치하면 접속 대기 중인 태양광 5.7MW를 추가로 전력계통에 조기 연결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이 집중되는 낮 시간대에 ESS가 전력을 저장해 배전망 부담을 줄이고, 전력 수요가 높거나 계통에 여유가 생기는 시간대에 저장된 전력을 방전해 기존 배전망의 수용 여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 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ESS 약 700MW를 보급해 재생에너지 1GW를 추가로 전력계통에 접속할 계획이다. 배전망을 새로 증설하지 않고 ESS를 완충 장치처럼 활용하면 신규 선로 건설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시간, 주민 수용성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호남과 제주 등 재생에너지 접속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배전망 ESS를 적극 구축해 지역 전력계통의 여유를 확보하고, 연간 1,350GWh(일평균 3.7GWh) 규모의 태양광 에너지를 추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매일 약 5만 가구가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양이다.
나아가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분산된 자원을 모아 관리하는 통합발전소(VPP)라는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한다. 통합발전소가 ESS를 통해 재생에너지 자원을 모아 통합 제어하면 전력계통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국내 ESS 산업에 새로운 시장을 열고 한국형 배터리의 해외 경쟁력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업 공모에는 총 14개 통합발전소 사업자가 82개 배전선로를 신청했고, 최종 9개 사업자(VPP랩, LG에너지솔루션, 한전KDN, SK이터닉스, HD현대일렉트릭, 그리드위즈,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현대건설)가 선정됐다. 이들 사업자는 총 32개 배전선로에 ESS 128MW(640MWh)를 구축해 접속 대기 중인 태양광 182.4MW를 추가로 연결하게 된다.
이번 공모에서는 삼원계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로 선정됐으나, 정부는 차기 공모(8월 예정)부터 장주기·장수명·화재안전성에서 강점을 가진 차세대 배터리의 시장 진입을 본격 유도할 계획이다. 특히 차세대 배터리는 다양한 실증을 통해 탄소중립을 선도하고 있는 제주 지역에 우선 적용하고, 육지 지역의 가점 제도도 보완해 장주기 배터리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차기 공모에서는 육지 약 50개, 제주 7개 배전선로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약 20개 내외 선로가 선정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산업·경제 기여도와 고용창출 효과 등을 종합 평가해 ESS를 통한 분산형 전력망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선정된 9개 통합발전소 사업자는 정부 및 유관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20년간 배전망 ESS 구축을 통해 분산된 재생에너지를 집합자원화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저장장치 운전을 최적화함으로써 전력망 운영의 유연성을 높여 전력계통 안정화에 기여할 예정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번 사업은 꽉 막힌 배전망의 접속 문제를 직접 해결해 재생에너지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여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배전망 ESS 사업을 시작으로 ESS와 재생에너지 융합 체계를 구축해 전력계통을 안정화하고, 재생에너지 주력전원 시대를 조속히 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