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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화]

안내방송이 끊긴 뒤

작성: 2026.04.01 19:44 조회수: 4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방송은 열두 번 반복됐다.

민세온은 그걸 세고 있었다.

열두 번째 안내가 끝나자 스피커에서 지직, 짧은 잡음이 튀었다.

그리고 침묵이 내려앉았다.

응급실 천장 형광등은 이미 죽어 있었다. 붉은 비상등만 간신히 살아남아 바닥을 훑었다. 피가 번진 자리처럼 눅진한 빛이었다. 소독약 냄새 사이로 오래된 피 냄새가 비릿하게 섞여 있었다.

세온이 성산병원 응급실 문을 밀고 들어온 건 오후 두 시쯤이었다. 북부 상황실 회선이 한꺼번에 끊긴 직후였다. 하나둘 죽은 게 아니었다. 서른 개가 넘는 회선이 같은 순간에 꺼졌다. 그 직전, 마지막으로 들어온 신고는 공업지대였다.

"폭발음이 났어요."

"연기가 엄청나요."

"거기서 계속 올라와요."

끊기기 전 열다섯 초.

세온은 반사적으로 로그를 외장 저장소에 복사했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이유는 나중에 붙는다. 첫날엔 대개 그렇다.

응급실 안엔 서른 명 남짓이 남아 있었다. 처음엔 더 많았지만 봉쇄 방송이 나오자 절반은 뛰쳐나갔다. 남은 사람은 둘 중 하나였다. 나갈 수 없는 사람, 아니면 나가는 쪽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사람.

세온은 후자였다.

방송은 이동 금지만 말했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저기요."

낮고 마른 목소리였다.

세온 옆 기둥에 기대 서 있던 남자가 출입문 쪽을 보며 물었다. 군용 점퍼, 짧게 친 머리, 쓸데없는 말은 안 할 얼굴. 몸을 세우는 방식부터 달랐다. 어깨와 목이 먼저 주변을 재고 있었다.

"방금 밖에 나갔다 온 사람 있습니까?"

"세 명 나갔습니다. 아직 안 돌아왔고요."

남자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끝이었다. 이름도 안 물었다.

나중에야 세온은 그가 강태민이라는 걸 알게 됐다. 군 출신 특유의 냄새가 났다. 말보다 먼저 출구와 사람 손을 보는 버릇도 그랬다.

차유리는 처치실에 있었다. 열린 문 안에서 장갑 낀 손으로 링거 줄을 갈고 있었다. 마스크 위로 드러난 눈은 피곤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바쁘게 움직일 때마다 비닐 가운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손전등 있어요?"

"없습니다."

"휴대폰 플래시라도요."

"배터리 아끼는 중입니다."

유리가 세온의 조끼를 봤다. 119 상황실 마크를 확인한 눈이었다.

"상황실이면 외부 연락은 돼요?"

"안 됩니다."

유리가 짧게 숨을 삼켰다.

"그럼 여기서 기다리는 것도 답은 아니네."

혼잣말처럼 뱉고는 다시 환자 쪽으로 몸을 돌렸다. 처치실 안에는 노인 하나, 왼팔을 붕대로 감은 중학생 하나가 있었다. 아이는 울지도 못한 채 복도만 보고 있었다.

세온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발이 한 번 멈췄다.

"필요한 거 있습니까?"

유리가 빈 수액 걸이를 턱으로 가리켰다.

"저쪽 창고에 예비분 있으면 가져와요. 없으면 말고요."

명령조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지금 여기선 누군가는 그렇게 말해야 했다.

하린은 대기 구역 구석, 접이식 의자 밑에 반쯤 몸을 숨기고 있었다. 태블릿 화면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있다가 세온이 쪼그려 앉자 화들짝 놀랐다.

"뭐 보고 있었어요?"

"아무것도요."

"그 표정으로는 아닌데."

하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열여덟쯤 되어 보였지만 어깨는 더 어려 보였다.

"봉쇄망 우회했어요?"

그 말에 하린이 굳었다.

세온은 더 다그치지 않았다. 대신 옆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잠깐의 침묵 뒤, 하린이 태블릿을 아주 조금 기울였다.

지도였다. 공식 안내망 일부를 우회한 화면. 지역별 통제 구역이 레이어로 떠 있었고, 공업지대 쪽엔 굵은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세온은 눈을 가늘게 떴다.

방송에서 들은 경계선과 달랐다.

미묘한 차이였다. 하지만 이런 날엔 그런 차이가 사람을 죽인다.

"어디서 배웠어요?"

"혼자요."

"왜 보고 있었죠?"

하린이 한참 뒤에야 말했다.

"오빠가 저쪽에 있어요. 연락이 안 돼서요."

짧은 말이었다. 그런데 밤새 못 잔 얼굴과 마른 손끝이 그 뒤를 다 말했다. 세온은 고개만 끄덕였다.

정윤호는 후문 계단 아래 창고 앞에 서 있었다. 소독약 냄새가 진하게 밴 반지하 복도였다. 구청 공무원 조끼를 뒤집어 입은 게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일부러 표식을 감춘 사람의 모양새였다.

"거기서 뭐 하세요?"

윤호가 움찔했다.

"바람 좀 쐬는 중입니다."

창고 앞에 바람은 없었다.

세온의 시선이 윤호의 오른손으로 내려갔다. USB만 한 물건을 꽉 쥐고 있었다. 윤호는 그걸 재빨리 주머니 안으로 밀어 넣었다.

"지금은 다들 예민하니까요. 오해는 하지 마세요."

그가 먼저 웃었다. 변명부터 꺼내는 웃음이었다.

세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첫날의 거짓말은 대개 작다. 문제는 그 작은 걸 끝까지 품고 가는 사람들이다.

오도혁은 응급실 한쪽에서 수액을 맞는 척 앉아 있었다. 바늘이 꽂힌 팔의 반대손으로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세온이 지나치며 본 화면엔 숫자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좌표처럼 보였다.

도혁은 눈이 마주치자 휴대폰을 뒤집었다.

"많이 무섭죠?"

웃는 얼굴이었다.

눈은 아니었다.

"아뇨."

"다행이네. 여기선 겁먹은 티 내면 바로 뜯기거든요."

농담처럼 말했지만, 세온은 그 말이 농담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저런 사람은 끝까지 웃는다. 그리고 제일 먼저 남의 약한 데를 본다.

해가 기울 무렵, 자동문 쪽에서 금속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쾅.

강태민이 먼저 움직였다. 세온도 바로 따라갔다. 유리문 너머로 들것 하나가 넘어져 있었고, 방진복 비슷한 걸 입은 사람 둘이 문 쪽에 붙어 있었다.

문을 열려는 게 아니었다.

막고 있었다.

철판 같은 걸 대고, 바깥에서 잠금 장치를 덧대는 손놀림이었다. 급했지만 익숙했다. 쇠가 맞물리는 소리가 응급실 안까지 서늘하게 울렸다.

"저거 봉쇄팀입니까?"

세온이 묻자 태민이 바로 답했다.

"아닙니다."

"확실해요?"

"복장이 달라요. 군 봉쇄팀은 저렇게 안 움직입니다."

태민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정했다.

그 말 하나로 복도 공기가 더 차가워졌다.

문 너머 사람들은 끝까지 말이 없었다. 작업을 마치자 그대로 어둠 속으로 물러났다. 남은 건 바깥에서 잠긴 자동문과, 안쪽에 갇힌 사람들뿐이었다.

뒤에서 누군가 욕을 삼켰다.

누군가는 울기 시작했다.

중학생은 의자 밑으로 더 몸을 말았다.

그때 차유리가 처치실에서 걸어 나왔다. 장갑 벗을 틈도 없었던 손으로 문을 한 번 밀어 보고, 안 열리는 걸 확인하더니 짧게 말했다.

"다들 조용히 해요."

울음이 뚝 그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소란은 멎었다.

유리가 세온과 태민을 번갈아 봤다.

"문 안 열리죠?"

"밖에서 잠갔습니다."

"그럼 이제 선택지는 둘이네. 안에서 버티든가, 안에서 길을 찾든가."

오도혁이 피식 웃었다.

"말은 쉽죠."

유리가 그쪽을 돌아봤다.

"쉬운 말이라도 지금은 누가 해야 하니까."

짧은 정적이 흘렀다. 도혁의 웃음이 아주 조금 옅어졌다.

세온은 그 순간 이상하게 정신이 맑아졌다. 방송 경계선과 하린의 지도는 달랐다. 태민은 바깥의 봉쇄 인원이 공식 팀이 아니라고 했다. 윤호는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 도혁은 누군가에게 좌표 같은 걸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겐 공업지대 폭발 신고 로그가 있었다.

아무도 아직 그걸 몰랐다.

세온은 응급실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붉은 비상등 아래서 사람들의 얼굴이 전부 낯설게 보였다.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각자 다른 계산을 하고 있었다.

오늘 밤까지 버티는 건 가능할지도 몰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누구와 등을 붙일지.

누구 손을 먼저 묶어야 할지.

그때 하린이 의자 밑에서 기어 나오듯 일어나 세온의 옷자락을 잡았다.

"저기요."

세온이 내려다보자 하린이 태블릿 화면을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거… 아까랑 또 달라졌어요."

지도 위 붉은 선이 조금 더 안쪽으로 밀려 들어와 있었다.

성산병원 방향으로.

세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태민이 화면을 보더니 턱을 굳혔다.

"좋네요."

그가 낮게 말했다.

"우릴 가둔 게 실수가 아니라는 뜻이니까."

그 말이 떨어지자, 응급실 안의 침묵이 한 번 더 무거워졌다.

세온은 주머니 속 외장 저장소를 손끝으로 눌렀다. 차갑고 단단했다.

첫날의 선택은 늘 이렇게 온다.

설명도 없이.

그리고 나중에는 전부 빚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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