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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5화]

첫 규율, 첫 시험

작성: 2026.03.25 14:18 조회수: 48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가상의 무협 세계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입니다. 작중 등장하는 무술, 비급, 문파 체계 등은 모두 허구이며, 폭력 묘사는 장르적 관습 안에서 다루어집니다.

새벽 어스름이 채 걷히기 전, 한소령은 부엌 뒤편 우물가에서 두레박을 끌어올렸다. 삼 년째 되풀이한 동작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밧줄을 쥔 손에 미세한 떨림이 남아 있었다. 어젯밤 막리연이 억지로 열어 준 세 곳의 혈도가 아직도 욱신거렸다. 두레박이 수면을 깨뜨리는 소리조차 낯설게 들렸다. 기맥이 풀린 것인지, 더 깊이 꼬이기 시작한 것인지 그는 분간할 수 없었다.

부엌으로 들어서자 팽노가 이미 칼을 쥐고 있었다. 무를 써는 손놀림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소령은 그 손을 볼 때마다 같은 생각을 했다. 저건 요리사의 손이 아니다. 칼끝이 아니라 손목과 팔꿈치가 먼저 움직이고, 힘은 짧게 끊기며 정확히 실렸다. 도마 위 무 토막들이 한 치 오차 없이 쌓이는 모습은 검로를 재듯 빈틈이 없었다.

묻지 않았다. 팽노도 말하지 않았다. 그것이 이 객잔에서 삼 년 동안 지켜 온 규칙이었다.

"밥 다 되면 불러라."

팽노가 칼을 내려놓고 뒷마당으로 나갔다. 소령이 무심한 척 고개를 돌리자, 평상에 막리연이 앉아 있었다. 아침부터 술병을 곁에 두고 있었지만 입에 대지는 않았다. 팽노가 그 맞은편에 걸터앉자 두 사람 사이로 짧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소령은 밥물을 살피는 척하며 창틀 너머로 귀를 기울였다.

"도현진의 부탁이라 했지."

팽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소령의 손이 주걱을 쥔 채 멈췄다. 사부의 이름이 저 입에서 나오는 것을 그는 처음 들었다. 막리연이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그건 그쪽 말이오."

"아니라는 뜻이냐?"

"부탁은 받은 적 없소. 다만—"

"다만?"

막리연의 시선이 잠시 부엌 쪽으로 스쳤다. 소령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빚이 있지. 갚지 않으면 안 되는 빚이."

팽노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밥솥 뚜껑이 덜걱거리는 소리만 부엌 안을 채웠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가르치겠다면 가르쳐라. 하지만 기맥 한 줄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그는 막리연의 손목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

"내가 직접 네 손을 꺾는다."

평평한 말투였다. 그래서 더 무거웠다. 막리연은 웃지 않았다. 그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소령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자신을 두고 오가는 말인데도, 마치 칼끝 위에 올려진 물건이 된 듯했다. 지켜지는 것과 시험받는 것이 한 자리에 놓여 있었다.

아침상은 조용했다. 된장국의 김이 오르고, 멸치 한 접시가 가운데 놓였다. 세 사람이 한 상에 마주 앉은 것은 막리연이 객잔에 묵기 시작한 뒤 처음이었다. 팽노는 국을 두 숟갈 뜨고 먼저 일어섰다. 막리연은 멸치를 오래 씹다가 소령을 보았다.

"밥 먹고 뒷산으로 올라가자."

"점심 준비가 있습니다."

"팽노 어르신이 오전은 비워도 된다고 하셨어."

소령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허락이라는 말이 낯설었다. 삼 년 동안 그는 객잔 밖으로 나가는 일을 스스로 피했다. 객잔 안에 있는 한, 자신은 청명문의 잔재가 아니라 그저 그릇 닦는 아이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젯밤 이후, 그 얄팍한 껍질이 오래 버티지 못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뒷산 중턱, 소나무 몇 그루가 바람을 막아 주는 공터에서 막리연은 마른 가지 하나를 꺾어 땅에 원을 그렸다. 좁은 원이었다. 반 보만 삐끗해도 발끝이 선 밖으로 밀려날 만큼 비좁았다.

"여기 안에 서. 발이 원 밖으로 나가면 다시 처음부터다."

"검을 가르친다더니, 서 있기부터입니까?"

"서 있지도 못하는 놈이 검을 들면, 검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제 몸부터 망가뜨린다."

막리연은 술병 마개를 닫아 옆에 내려놓았다.

"네 기맥은 지금 칼날 위에 얹힌 실과 같아. 힘을 주면 끊어지고, 놓치면 흩어진다. 오늘은 숨부터 배운다. 코로 들이쉬고 아랫배에 담아. 그리고 천천히 내뱉어. 서른 번."

소령은 원 안에 섰다. 처음 열 번은 버틸 만했다. 열다섯 번째 호흡에서 혈도 근처가 비틀리듯 뜨거워졌다. 스무 번째에 이르자 숨이 가슴에서 막혔다. 억지로 눌러 담은 기운이 거꾸로 치밀어 목울대를 때렸다. 스물두 번째, 결국 무릎이 꺾이며 한쪽 발이 원 밖으로 밀려났다.

"처음부터."

막리연의 목소리에는 동정도 질책도 없었다. 그래서 더 가혹했다.

소령은 이를 악물고 다시 섰다. 두 번째는 열여덟에서 무너졌다. 세 번째에는 스물다섯에서 눈앞이 아찔해졌다. 숨을 놓으면 편했다. 선 밖으로 한 걸음만 물러서면 이 고통은 끝났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 물러나는 건 수련에서 물러나는 게 아니었다. 또다시 숨는 쪽을 택하는 일이었다.

'또 피할 거냐.'

짧은 독백이 가슴속을 찔렀다.

다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발끝에 힘을 모으고, 어깨를 내리고, 이를 악문 채 호흡을 이어 갔다. 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

마지막 숨을 토해 냈을 때 시야가 잠시 흔들렸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고 손끝은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나 발은 끝내 원 안에 남아 있었다.

막리연이 물통을 던져 주었다.

"잘 버텼다. 그런데 착각하지는 마라. 방금 네가 이긴 건 적이 아니라, 네 몸이 무너지기 직전까지 버틴 것뿐이다."

소령은 거칠게 숨을 고르며 물었다.

"그럼 이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막리연이 소나무 그림자 쪽으로 한 걸음 옮겼다.

"검 한 수는 결국 기세에서 나온다. 기세는 마음이 세우고, 마음은 숨이 붙든다. 네 숨이 흔들리면 검도 흔들린다. 어젯밤처럼."

그 말에 소령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어젯밤의 싸움이 떠올랐다. 혈사문 말단 셋을 쓰러뜨리긴 했지만, 끝내 기맥 역류로 쓰러졌다. 이긴 싸움이 아니었다. 운 좋게 살아남은 싸움에 가까웠다.

막리연이 말을 이었다.

"네 사부가 검결을 등에 새긴 건 널 살리려는 뜻이었겠지. 하지만 후반부 없이 전반부만 쓰면 기맥이 뒤집힌다. 그걸 알고도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는 따져 봐야 해."

소령의 손이 물통을 쥔 채 굳었다.

"사부님은 아셨을 겁니다."

짧고 단단한 대답이었다. 믿음이라기보다, 그것만은 무너지면 안 된다는 고집에 가까웠다. 막리연은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

"그럼 네가 언젠가 후반부를 찾을 거라 믿었거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널 맡겼겠지."

팽노의 이름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둘 다 같은 사람을 떠올리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소령은 물을 한 모금 삼킨 뒤,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물었다.

"당신은 왜 청명문 검결을 알아봤습니까?"

막리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바람이 소나무 가지를 흔들었다.

"오래 살다 보면 별걸 다 보게 되지."

"그건 대답이 아닙니다."

막리연이 웃었다. 이번에는 입꼬리만 움직인 웃음이었다.

"그래. 대답이 아니지. 그런데 지금 네가 캐물어야 할 건 내 과거가 아니라 네 몸이다. 네 기맥은 아직 칼을 쥘 때보다 숨을 참을 때 더 위험해. 그걸 잊지 마라."

밀어붙일 수 없었다. 소령은 그 사실이 더 불쾌했다. 힘이 없으면 질문도 끝까지 가지 못한다. 강호에서는 의심조차 힘이 있어야 파고들 수 있었다.

산을 내려오자 객잔 앞에 담여화가 서 있었다. 약초 바구니를 한쪽 팔에 건 채, 그녀는 막리연을 노골적으로 훑어보고 있었다.

"야, 한소령. 이 아저씨가 너 데리고 산에 다녀온 거야?"

소령이 대답을 미루자 담여화가 한 발 다가섰다.

"저번에 장터에서 물어봤거든. 파서진에 눌러앉은 떠돌이 검객이 있다길래. 그런데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 대체 어디서 왔어요?"

막리연이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아가씨, 나는 술 좋아하고 조용한 데 좋아하는 한량이오."

담여화의 시선은 그의 허리에 찬 검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량이 검을 차고 다니나요?"

말끝이 제법 날카로웠다. 막리연은 웃기만 했다. 그 태도가 오히려 더 수상했다. 소령이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만해. 우리 객잔 손님이야."

담여화는 소령을 돌아보았다. 그러다 그의 손등에 시선을 멈췄다. 물집이 잡혀 있었다. 그릇을 닦거나 장작을 패서 생긴 물집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오래 쥐고 버틴 손, 힘을 억지로 눌러 담은 손에 생기는 종류였다. 그녀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너, 요즘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

소령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담여화의 표정이 굳었다.

"됐어.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

돌아서려는 그녀를 소령이 불렀다.

"여화야."

담여화가 멈췄다.

"숨기려는 게 아니라… 아직 정리되지 않은 거야."

그 말은 변명처럼 들렸다. 소령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밖에 줄 수 없었다. 담여화는 한참 뒤에야 작게 숨을 내쉬었다.

"엄마 약 지으러 내일 현성에 가야 해. 같이 가줄 수 있어?"

현성. 혈사문 무인들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어젯밤 일로 얼굴이 알려졌다면, 그곳은 제 발로 덫 안으로 들어가는 셈이었다. 가지 않으면 안전하다. 하지만 담여화를 혼자 보내면 어떻게 될까. 혈사문 놈들이 다시 나타나면? 그는 이미 한 번, 지키지 못할 뻔했다.

소령은 짧게 숨을 고른 뒤 막리연을 돌아보았다. 막리연은 어깨를 으쓱했다.

"가. 하루 쉰다고 기맥이 다시 꼬이진 않아. 다만 네가 뭘 감수하고 가는지는 알고 가라. 현성은 파서진보다 훨씬 넓고, 훨씬 더러운 곳이니까."

그 말은 허락이 아니라 시험처럼 들렸다. 도망칠지, 나설지. 소령은 더 망설이지 않았다.

"같이 가겠다. 새벽에 출발하자."

담여화의 표정이 잠깐 풀렸다가, 곧 다시 조심스러워졌다. 고맙다는 말 대신 그녀는 바구니 손잡이만 한 번 고쳐 쥐었다. 그 짧은 망설임 속에 미안함과 안도가 함께 비쳤다. 소령은 그 눈빛을 보고서야 자신의 선택이 단지 의기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일은, 결국 그 누군가의 두려움까지 함께 짊어지는 일이었다.

여화가 떠난 뒤, 소령은 부엌에서 파를 썰었다. 칼날이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가 일정하게 울렸다. 막리연이 문틀에 기대어 서서 말했다.

"저 아가씨, 눈썰미가 좋네. 네가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면 눈치채는 사람도 늘어날 거다."

소령의 칼질이 한 번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다.

"그래도 가야 합니다."

막리연은 더 말하지 않았다. 소령은 칼을 내려놓고 물에 손을 씻으며 창밖을 보았다. 담여화의 뒷모습이 저잣거리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고 있었다. 숨는 쪽이 아니라 나서는 쪽을 택한 순간, 돌아갈 길 하나가 또 사라진 듯했다.

그는 보지 못했다. 객잔 건너편 찻집 처마 아래, 낯선 사내 하나가 차잔을 내려놓는 모습을. 사내의 왼쪽 손목에는 뱀 비늘 문양의 가죽 호완이 감겨 있었다. 잠시 전까지 담여화가 사라진 방향을 좇던 그 눈이, 이번에는 객잔 쪽으로 천천히 옮겨왔다.

사내의 시선이 소령의 젖은 손, 문틀에 기대 선 막리연의 기세, 부엌 안쪽에서 잠깐 스쳐 지나간 팽노의 등을 차례로 훑었다. 마치 장기판의 말을 세듯, 하나하나 값을 매기는 눈이었다.

이윽고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값을 내려놓는 손놀림이 지나치게 조용했다. 그는 객잔으로 향하지 않았다. 대신 현성 쪽으로 난 길을 돌아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내일 새벽이군."

그 한마디가 바람에 흩어졌다.

소령은 그 순간 이유 없는 서늘함에 손을 멈췄다. 아직 오지 않은 칼끝이 목덜미에 닿은 듯한 느낌이었다. 현성으로 가는 길은 단지 약을 사러 가는 길이 아닐지도 몰랐다.

그런데 더 불길한 것은 따로 있었다. 사내는 담여화가 먼저 사라진 방향을 오래 바라보았다. 소령이 동행을 결심하기도 전에, 그 눈은 이미 내일 새벽의 길목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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