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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4화]

형의 그림자

작성: 2026.03.25 14:18 조회수: 44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무협 장르 창작물로, 등장하는 무공·문파·인물·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폭력 묘사는 장르 관습에 따른 것이며 현실의 폭력을 조장하지 않습니다.

새벽안개가 우물가 돌바닥에 눌어붙어 있었다. 담소하는 두레박을 끌어올리며 손바닥에 밧줄 자국이 다시 패이는 감각을 느꼈다. 어젯밤 제 손으로 나뭇가지를 분질렀던 순간이 자꾸 떠올랐다. 분노였는지, 겁이었는지, 아니면 오래 묵은 무언가가 비로소 금을 낸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 감각이 싫지 않았다는 것.

그 사실이 오히려 더 불길했다.

부엌으로 물동이를 옮기자 아궁이 앞에 먼저 와 있는 사람이 있었다. 노경천이었다. 소매를 걷어붙인 채 도끼를 쥔 손이 한 번 내리칠 때마다 참나무가 반듯하게 갈라졌다. 힘으로 찍는 도끼질이 아니었다. 결을 읽고 틈을 먼저 찾아 들어가는 손이었다. 담소하는 물동이를 내려놓으며 잠시 멈췄다. 검을 놓은 지 삼 년이 지났어도, 검 쓰는 손은 장작 앞에서도 숨지 않았다.

"형님, 그건 제 일입니다."

"네 일만은 아니지. 객잔 일이잖냐."

경천은 웃으며 마지막 장작을 세워 쪼갰다.

"밥 얻어먹는 사람이 손 하나 안 보태면 도둑이지."

말은 가벼웠지만, 담소하는 그 웃음이 편하지 않았다. 반가운 얼굴이었다. 분명 그리워했던 형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형이 이곳에 너무 빨리 스며드는 모습이 더 낯설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자리에 있어야 했던 사람처럼 자연스러워서.

아침 장사가 시작되자 객잔은 금세 들끓었다. 황주 남쪽 관도에 흑풍채가 검문을 세웠다는 소문이 퍼지며 행상과 나그네들이 우회로를 찾아 몰려든 탓이었다. 술 냄새와 젖은 짚신 냄새, 끓는 국물 냄새가 한데 엉켰다. 담소하는 상을 돌고, 그릇을 치우고, 다시 국을 날랐다. 경천은 물을 끓이고 장작을 더 넣으며 손님들 사이를 막힘없이 비집고 다녔다. 몸놀림이 지나치게 매끈했다. 좁은 홀에서도 한 번도 남의 어깨를 치지 않았고, 쏟아질 듯 흔들리는 술병도 손목만 살짝 틀어 바로 세웠다. 묘 영감이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다가 혀를 찼다.

"자네, 원래 이런 일 하던 사람은 아니지?"

"원래 하던 일이 밥을 먹여 주지 않으면, 안 하던 일도 해야지요."

"검객 손 같은데."

"손이야 밥그릇도 들고 칼도 드는 법입니다."

묘 영감은 코를 훌쩍였고, 몇몇 손님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하지만 부엌 문간에 서 있던 묘련은 웃지 않았다. 국자를 내려놓는 소리가 유난히 컸다. 담소하가 돌아보자 묘련은 이미 약재 광주리를 챙기고 있었다.

"장터 다녀올게. 황기랑 당귀가 떨어졌어."

"지금? 사람도 많은데."

"그러니까 지금이지. 저녁 전에 안 오면 네가 달여 먹일래?"

담소하가 앞치마를 풀려는 순간, 경천이 먼저 나섰다.

"내가 같이 가지. 초행도 아니고—"

"됐어요."

묘련의 대답은 짧았고, 칼등처럼 무뎠다. 경천의 미소가 아주 잠깐 굳었다가 다시 풀렸다. 그 짧은 틈을 담소하는 놓치지 않았다. 형은 화를 삼키는 데 익숙한 사람처럼 보였다. 묘련은 광주리를 어깨에 걸치고 뒷문으로 나갔다. 나가기 직전, 담소하를 한 번 돌아봤다. 따라오지 말라는 눈빛이었다.

점심 무렵, 손님이 조금 빠지자 경천이 담소하를 뒤뜰로 불렀다. 느티나무 그늘 아래 돌탁자 위에 종이 한 장이 펼쳐졌다. 황주 일대의 길목이 먹선으로 그려진 지도였다. 관도와 샛길, 나루터, 그리고 흑풍채가 검문을 세운 지점 세 곳이 붉은 점으로 찍혀 있었다.

"흑풍채가 길을 막는 건 단순히 행패를 부리려는 게 아니야."

경천이 손끝으로 관도 하나를 짚었다.

"사람 하나를 찾는 김에 오가는 물건까지 걸러내겠다는 거지. 약재상으로 위장한 밀서꾼이 하나 올라오고 있다. 놈들이 노리는 건 그 밀서일 가능성이 크다."

담소하는 지도를 내려다보다가 검문 지점 옆에 적힌 작은 글씨를 보았다.

왼손잡이 소년.

가슴이 서늘하게 식었다. 그는 무심코 왼손을 뒤로 감췄다. 삼 년 동안 오른손으로 그릇을 닦고, 장작을 패고, 국자를 들었다. 왼손은 되도록 드러내지 않았다. 청문의 검은 왼손에서 시작하니까. 버린 줄 알았던 습관이 이제는 제 목을 겨누는 표식이 되어 있었다.

"형님이 그린 겁니까?"

"아니. 내가 손에 넣은 거다."

"그럼 확실하군요."

"무엇이?"

담소하는 지도를 접지 못한 채 말했다.

"놈들이 찾는 게 접니다."

경천은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한 걸음 다가왔다. 기세를 드러낸 것도 아닌데 공기가 미세하게 눌렸다. 담소하는 저도 모르게 발끝에 힘을 주었다. 오래전 사형과 마주 설 때 몸이 먼저 취하던 대비였다.

"그래서?"

경천이 물었다.

"또 떠날 거냐?"

"객잔에 화를 끼칠 순 없습니다."

"떠나면 화가 끝나나? 네가 길 위에 혼자 나가면 흑풍채가 손 놓고 돌아설 것 같으냐."

담소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더 싫었다. 형의 말이 옳을수록 제 선택지는 줄어들었다.

"그럼 어쩌라는 겁니까."

"도망치는 대신 준비해."

경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삼 년이면 충분하다, 소하야. 숨는 데 쓸 시간은 이미 다 썼다."

그 말은 훈계보다 깊게 박혔다. 담소하는 순간적으로 숨이 막혔다. 멸문의 밤 이후 그는 살아남는 법만 배웠다. 눈에 띄지 않는 법, 왼손을 감추는 법, 검을 잊은 척하는 법. 그런데 어젯밤 나뭇가지가 제 손에서 부러질 때, 몸은 이미 다른 답을 알고 있었다. 숨는 손이 아니라, 다시 쥐려는 손이었다.

그 사실을 형이 먼저 읽어 냈다는 것이 분했다.

동시에 두려웠다.

한참 침묵 끝에 담소하가 겨우 말했다.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거절도 아니고 승낙도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더는 모른 척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경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접어 그의 손에 쥐여 주었다. 그 짧은 순간, 형의 시선이 손이 아니라 등 쪽에 머무는 것을 담소하는 또렷하게 느꼈다. 옷 아래 화상 자국이 묻힌 자리. 경천은 늘 그곳을 보았다.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여러 번이었다.

해가 기울 무렵, 묘련이 장터에서 돌아왔다. 평소 같으면 들어오자마자 약재값이 올랐느니, 건너편 포목점 주인이 또 허세를 부렸느니 쏟아냈을 텐데 오늘은 말이 없었다. 그녀는 광주리를 내려놓자마자 담소하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잠깐 나와."

뒤뜰 우물가에 이르자 묘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장터에 흑풍채 놈들 있었어. 셋. 칼은 안 찼는데 손등이랑 어깨가 칼잡이였어."

담소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약재상 골목에서 묻더라. 이 근처에 왼손으로 일하는 젊은 잡역부 없냐고."

묘련의 눈빛이 매섭게 들이박혔다. 두려움보다 화가 먼저였다. 담소하는 그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너 때문이지?"

짧은 물음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더 많은 말이 들어 있었다. 왜 이제야 말하느냐. 얼마나 더 숨길 셈이었느냐. 우리를 뭘로 본 거냐.

담소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묘련의 입술 끝이 떨렸다. 금방이라도 쏟아낼 것 같던 말들이 목구멍에서 한 번 걸린 듯했다. 그녀는 결국 소리치지 않았다. 대신 더 차갑게 말했다.

"오늘 저녁은 네가 해. 난 손 안 댈 거야."

그 말은 투정이 아니었다. 화가 난 사람이 마지막으로 붙드는 체면 같은 것이었다. 묘련은 등을 돌렸고, 담소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이상하게 더 미안해졌다. 욕을 먹는 편이 나았을지도 몰랐다. 침묵은 늘 더 무거웠다.

저녁 장사는 평소보다 일찍 끝났다. 관도 쪽 소문이 심상치 않다는 걸 손님들도 느꼈는지 술잔을 오래 붙들지 않았다. 묘 영감은 일찌감치 방으로 들어갔고, 묘련은 약탕기만 정리한 뒤 말없이 이층으로 올라갔다. 홀에 남은 것은 쓸어 모은 먼지와 식은 숯 냄새뿐이었다.

담소하는 빗자루를 세워 두고 경천이 묵는 객방 앞에 섰다. 문틈 아래로 촛불이 가늘게 새어 나왔다.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그저 지나치려던 순간, 문 앞 마루에 접힌 종이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의 지도는 아니었다.

종이를 펼친 순간, 담소하의 손끝이 굳었다.

먹으로 그린 사람의 등이 있었다. 어깨뼈 아래에서 허리까지 이어지는 화상 자국의 윤곽이 지나치게 정밀했다. 흉터가 솟은 부분, 살이 오그라든 결, 옛 상처가 새 피부를 밀어낸 자리까지 빠짐없었다. 단순한 스케치가 아니었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 그린 그림이었다. 그리고 화상 위에는 작은 부호와 필획이 덧씌워져 있었다. 뜻은 읽히지 않았지만, 획의 흐름은 낯설지 않았다.

사부의 필체와 닮아 있었다.

심장이 세게 내려앉았다.

경천은 언제 이걸 그렸을까. 자신이 잠든 사이였을까. 아니면 오래전부터 기억하고 있었던 걸까. 화상을 이렇게까지 또렷하게 옮겨 놓았다는 건, 형이 그 상처를 한 번도 잊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아니, 잊지 못한 이유가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

담소하는 그림을 다시 접으려다 멈췄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형의 친절에는 값이 있다. 문제는 그 값이 자신의 목숨인지, 등에 남은 상처인지, 아직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방 안에서 경천의 목소리가 낮게 새어 나왔다. 혼잣말이었지만, 또렷했다.

"…후반부는 반드시 등에 있다."

담소하는 숨을 삼켰다. 발소리를 죽이는 법은 멸문의 밤에 배웠다. 그는 그림을 원래 있던 자리에 내려놓고 천천히 물러섰다. 형에게서 숨어야 한다는 감각이, 삼 년 만에 다시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그 순간, 복도 끝 어둠에서 마룻장이 아주 미세하게 울었다.

누군가가 있었다.

경천의 방을 엿보던 것이 자신만이 아니었다.

담소하가 고개를 돌리자 난간 아래 그림자 하나가 바람처럼 미끄러졌다. 객잔 사람의 보법이 아니었다. 발을 떼는 기척이 지나치게 가벼웠고, 숨을 죽이는 솜씨가 너무 익숙했다. 흑풍채일까, 아니면 형을 쫓는 다른 자일까.

담소하는 반사적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가 멈췄다.

지금 쫓으면 경천과 마주칠 것이다. 돌아서면 그 그림자를 놓친다.

형을 믿을지, 형을 숨길지, 아니면 형부터 의심할지.

선택은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객잔의 밤은 그보다 더 빨리 식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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