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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11화]

불탄 이름들

작성: 2026.04.26 15:41 조회수: 27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허구의 무협 세계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입니다. 작중 묘사되는 폭력, 복수, 무공 등은 장르적 장치이며 현실의 행위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운주성 대청 앞마당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이 모였다. 어제까지 회맹의 뒤풀이가 끝나지 않은 탓에 무림맹 청사 주변에는 아직 먼 곳에서 올라온 문파 사람들이 묵고 있었고, 그 중 몇몇은 마당가 처마 아래 서성이며 어젯밤 들은 이야기를 낮은 목소리로 주고받고 있었다. 서진해는 그 마당 가장자리에서 담벼락에 등을 붙이고 서 있었다. 담소령이 옆에 섰다. 담소령의 손에는 낡은 천으로 싼 묶음이 들려 있었다.

"떨려?"

담소령이 먼저 물었다.

서진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담소령이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찔렀다.

"표정이 그게 뭐야. 죽으러 가는 사람 얼굴이잖아."

"죽으러 가는 사람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봤거든? 봤으니까 아는 거지."

담소령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나 의녀야."

서진해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담소령이 천으로 싼 묶음을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안에 든 것이 약첩이라는 것을 서진해는 알고 있었다. 담소령의 어머니가 남긴 것. 그 안에 잔화심결의 의술 편이 이어져 있다는 것도. 담소령은 오늘 아침 그것을 꺼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천으로 묶어 품에 넣고 아침 죽을 한 그릇 다 비웠다.

막금산이 마당 안쪽에서 걸어왔다. 어젯밤에는 잠을 잘 못 잔 것인지 눈 밑이 무거웠다. 그러나 걸음은 단단했다. 서진해가 막금산의 허리춤에 낡은 도(刀)가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삼십 년 전 만리독행이 쓰던 그 칼이었다.

"다들 나왔네."

막금산이 담벼락 쪽을 보며 말했다.

"판 세우는 데 사람이 좀 모인 것 같더라."

"지금 들어가면 됩니까?"

서진해가 물었다.

막금산은 잠깐 마당을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세 사람이 함께 대청 앞마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무림맹 청사 정면 계단 아래에는 이미 작은 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회맹 기간 중 공개 고발이나 분쟁 중재에 쓰이는 자리였다. 강호에는 오래된 규율이 있었다. 회맹 기간 중 그 단에 오르면 누구든 발언을 막을 수 없었다. 무림맹주도 그 자리에서 구두로 발언을 저지하면 강호의 체면을 스스로 구기는 것이었다. 서진해는 그 규율 하나를 믿고 이 자리에 섰다.

단 앞에는 사람이 이미 열다섯 명 넘게 모여 있었다. 어제 회맹 대청에서 마주쳤던 얼굴들이 몇 섞여 있었고, 낯선 무복 차림의 사람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 백무결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서진해는 알고 있었다. 아니, 확신하고 있었다.

담소령이 단 위에 먼저 올랐다. 그 모습이 뜻밖이었는지 마당 안의 웅성거림이 잠깐 잦아들었다. 담소령은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본 뒤 입을 열었다.

"저는 담소령입니다. 떠돌이 의녀고요, 담가에서 축출된 적녀이기도 합니다."

말을 시작하는 목소리가 낮고 고른 것이 서진해는 조금 놀랐다. 담소령이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오늘 제 어머니의 유품 하나를 이 자리에 꺼냅니다. 어머니는 청문파 출신 의녀였습니다. 이 약첩은 어머니가 청문파에서 배운 의술을 기록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청문파 장문인 녹담자 선생이 완성한 의술 편이 이어져 있습니다."

마당 안이 조용해졌다. 담소령은 천으로 싼 약첩을 펼쳐 앞으로 들어 보였다.

"이것은 청문파가 사람을 해치는 비급을 만들었다는 누명에 대한 반증입니다. 잔화심결의 의술 편은 심마를 다스리고 내상을 치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독을 퍼뜨리는 기록이 아닙니다."

그때였다. 마당 뒤쪽에서 사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서진해가 고개를 돌렸다. 윤세하였다.

윤세하는 마당 가장자리 쪽에 서 있었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서진해는 보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평소처럼 온화했지만, 눈이 단 위의 담소령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서진해는 그 눈빛을 읽으려 했다. 막으러 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윤세하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사람들이 길을 비켰다. 그가 단 앞에 섰을 때 담소령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두 사람은 잠깐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윤세하가 단 위로 올라섰다.

마당 안이 술렁였다.

"저는 윤세하입니다."

윤세하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청문파 수제자입니다. 살아 있습니다."

웅성거림이 커졌다. 청문파가 멸문한 것은 강호에 알려진 일이었다. 그 수제자가 살아 있다는 것을. 그것도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서진해는 숨을 멈추었다.

"저는 지난 오 년을 부끄럽게 살았습니다."

윤세하는 천천히 말했다.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지만 흔들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무겁게 들렸다.

"살기 위해 손을 더럽혔습니다. 어떤 이름 아래서 어떤 일을 했는지, 오늘 이 자리에서 말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청문파의 멸문은 조작된 누명 위에 세워졌습니다. 그 명을 내린 자가 누구인지, 그 인장이 어디에 찍혀 있는지, 제가 직접 보았습니다."

서진해는 막금산과 눈이 마주쳤다. 막금산은 서진해의 눈을 보더니 고개를 아주 조금 끄덕였다. 그리고 단 위로 올라갔다.

"막천류다."

막금산이 말했다. 그 이름을 입 밖에 꺼내는 것이 얼마나 오래된 일인지를, 그 목소리가 담고 있었다.

"삼십 년 전 만리독행으로 불렸다. 지금은 변방 객잔 주인이지만."

잠깐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청문파 선대 장문인과 나는 같은 해에 강호에 이름을 올렸다. 그 인연으로 나는 오늘 이 자리에 서는 거다. 내가 가진 것은 없다. 그러나 내가 직접 본 것과 들은 것은 있다. 그것을 말하겠다."

마당은 고요했다. 아침 햇살이 단 위의 세 사람에게 내리쬐고 있었다. 서진해는 그 빛 속에서 단 아래에 서 있었다. 품 안에는 확인서와 장부가 함께 들어 있었다. 시응선 노인이 써 준 확인서. 그리고 거래 장부. 두 물증과 세 사람의 증언이 이제 같은 자리에 있었다.

서진해는 단 위로 올랐다.

말은 길지 않았다.

"서진해입니다. 청문파 말제자입니다. 멸문의 밤에 살아남았습니다."

잠깐 마당을 둘러보았다. 낯선 얼굴들, 의심하는 눈빛들, 그리고 저 뒤쪽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백무결의 사람들.

"저는 오늘 검을 들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제 사부가 가르친 검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품에서 확인서와 장부를 꺼내 함께 들어 올렸다.

"청문파 멸문을 명한 인장의 소유자는 살아 있습니다. 이 확인서와 장부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마당 뒤편에서 인기척이 움직였다. 백무결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당 안의 강호인들이 그 사이를 먼저 막아섰다. 회맹 기간 중 증언의 단을 침범하는 것은 강호의 규율을 정면으로 짓밟는 일이었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서진해는 그 순간 단 위에서 윤세하를 바라보았다. 윤세하는 서진해를 보고 있었다. 그 눈빛 안에 무엇이 있는지 서진해는 아직 다 읽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사형이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백무결의 명이 아니었다.

아직 판이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백무결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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