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은 담소령이 차렸다. 국 대신 죽이었고, 죽 안에는 생강이 들어 있었다. 서진해가 숟가락을 들다가 잠깐 멈추었다.
"이거 약이야, 밥이야?"
담소령은 자기 그릇을 먼저 들며 대답했다.
"먹는 거면 다 밥이지. 어젯밤에 막금산 어르신 코 고는 소리 들었어? 나 세 번 깼거든. 몸 안 좋은 사람 코 고는 방식이 따로 있어. 숨이 중간에 한 번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더라."
서진해는 그 말을 들으며 죽을 떴다. 생강 향이 입 안에 퍼졌다. 담소령은 밥상 이야기를 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막금산의 몸 상태를 짚고 있었다. 그게 이 사람의 방식이었다.
막금산은 죽을 세 숟가락쯤 먹다가 수저를 놓았다.
"오늘은 내가 먼저 나간다."
서진해가 고개를 들자 막금산이 짧게 덧붙였다.
"감별사 쪽 골목 입구 쪽에서 기다리마. 혼자 들어가지 마라."
말이 짧았다. 하지만 그 짧은 말 속에 삼십 년 전 강호를 걷던 사람의 무게가 있었다. 서진해는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윤세하는 아직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담소령이 수저를 내려놓으며 서진해 쪽으로 턱을 까딱했다.
"사형 밥도 떠놨어. 깨워 올 거야?"
서진해는 잠시 죽 그릇을 내려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두드리자 잠시 후 인기척이 났다. 윤세하가 문을 열었을 때 그의 얼굴은 말끔했다. 잠을 잘 잔 사람의 낯빛이었다. 서진해는 그 낯빛을 한 번 읽고 먼저 말했다.
"밥 있습니다, 사형."
"아, 그래. 미안하다, 사제."
윤세하가 웃으며 방에서 나왔다. 다정한 웃음이었다. 5년 전에도 저런 웃음이었다. 청문파 마당에서 아침 연무를 마치고 서진해한테 손을 내밀며 일으켜 주던 그 웃음과 꼭 같았다. 서진해는 그 웃음 때문에 오히려 한 발 물러섰다.
밥상 앞에 네 사람이 앉았다. 막금산은 일찍 나갔고, 셋이 남아 조용히 먹었다. 담소령이 먼저 숟가락을 놓고 자리를 정리하겠다며 일어났다.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서진해는 그게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임을 알았다. 담소령이 그릇을 들고 부엌 쪽으로 사라지자 방 안에 두 사람만 남았다.
서진해가 먼저 말했다.
"사형, 어젯밤에 주무셨습니까?"
"잘 잤다. 왜?"
윤세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어젯밤 회맹 자리에서요."
서진해는 천천히 말을 골랐다.
"사형은 백무결 부맹주를 한 번도 보지 않으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내내."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윤세하의 웃음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웃음의 각도가 미세하게 기울었다.
"회맹 자리가 워낙 복잡했지. 눈 둘 데가 많았으니까."
말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이상했다.
"저는 사형을 의심하는 게 아닙니다."
서진해는 그 말을 내뱉고 나서 잠깐 멈추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부 사실도 아니었다.
"다만 오늘 감별사 자리에서 제가 모르는 일이 생기면, 그때는 사형께 여쭤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윤세하가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는 잠시 죽 그릇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서진해와 마주쳤다.
"사제는 내가 뭔가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런데 그 부드러움 속에 무언가 꽉 닫혀 있는 것이 있었다. 문이 잠긴 방처럼.
서진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별사 자리에서 만나겠습니다, 사형."
그리고 방을 나왔다.
부엌에서 담소령이 그릇을 닦고 있었다. 서진해가 들어서자 그녀는 등을 보인 채 조용히 말했다.
"잘 됐어?"
서진해는 잠깐 멈추었다가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담소령이 고개를 돌렸다. "그럼 됐네. 모른다는 게 지금은 제일 솔직한 거니까." 그녀는 그릇을 뒤집어 엎어 놓으며 덧붙였다. "나 오늘 감별사 자리에 같이 가는 거 맞지? 약첩 들고."
"예."
"그럼 서두르자. 막금산 어르신이 먼저 나가셨으면 벌써 골목 입구에 서 계실 텐데, 오래 서 계시면 발 아프시잖아."
담소령은 앞치마를 풀면서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서진해는 그 뒷모습을 보다가 속에서 뭔가 조금 풀리는 것을 느꼈다. 죽이 아직 뱃속에 따뜻했다.
문서 감별사의 집은 운주성 동쪽 골목 안에 있었다. 간판도 없었다. 막금산이 미리 길을 알아 두었고, 좁은 담벼락 사이를 두 번 꺾어 들어가자 낡은 목문이 보였다. 막금산은 이미 그 앞에 서 있었다. 서진해 일행을 보자 고개를 끄덕였고, 문을 두드렸다.
감별사는 노인이었다. 이름은 시응선이라 했고, 눈이 몹시 나빠 코앞까지 문서를 가져다 대는 버릇이 있었다. 그런데 손가락 끝이 놀라울 정도로 섬세했다. 서진해가 장부를 내밀자 그는 한참 들여다보다가 인장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무림맹 감찰 부서의 인장이라는 것은 어제 이미 확인된 것이었다. 오늘은 그 인장이 누구의 것인지 특정하는 자리였다.
시응선 노인이 낮게 중얼거렸다.
"이건... 삼십 년 된 동활자야. 이 시기에 감찰 부서 인장을 이 활자체로 쓴 사람은 셋이었어. 그중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은 하나고."
그는 말을 멈추고 돋보기를 내려놓았다.
"근데 이걸 왜 확인하려는 거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막금산이 노인을 바라보았고, 노인은 그 눈빛을 읽고 더 묻지 않았다. 대신 그는 짧게 말했다.
"내가 확인서를 써주면, 그다음은 내가 모르는 일로 해줘야 해."
"그러겠습니다."
서진해가 대답했다.
노인이 붓을 들었다. 그 순간, 바깥 골목에서 발소리가 났다. 멀지 않았다. 막금산이 먼저 일어서서 문 쪽으로 몸을 틀었다. 담소령이 서진해의 소매를 한 번 짧게 당겼다가 놓았다. 발소리는 지나쳤다. 그냥 행인이었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 서진해의 손 안에서 도의 손잡이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노인이 확인서를 완성한 것은 그로부터 반 시진 뒤였다. 서진해는 그것을 받아 장부와 함께 품에 넣었다. 잔화심결 바로 옆이었다. 두 종이의 두께가 손바닥 안에서 함께 느껴졌다. 하나는 사부가 남긴 것이었고, 하나는 사부의 죽음을 만들어 낸 자의 이름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골목을 나오면서 윤세하가 나란히 걸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진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담소령이 걸었고, 담소령도 조용했다. 막금산이 앞서 걸으며 낮게 말했다.
"이제 다음은 어디야."
질문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서진해는 걸음을 유지하면서 대답했다.
"증언의 판입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자기 목소리가 생각보다 차분하다는 것을 느꼈다. 분노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분노는 있었다. 다만 그것이 더 이상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몸이 그 앞에 서 있었다. 검처럼 세운 것이 아니라, 막아 선 것처럼.
그때 윤세하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사제."
서진해가 고개를 돌렸다. 윤세하의 표정은 읽기 어려웠다. 웃지도, 굳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조심해라."
딱 그 말뿐이었다. 서진해는 그 말을 받았다. 고맙다고도, 알겠다고도 하지 않았다. 그냥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조심하라는 말이 걱정인지, 경고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걸 판단할 때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