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혼장 출발은 이틀 뒤였다.
묘련은 새벽부터 일어나 있었다. 담소하가 마당에서 새벽 수련을 마치고 부엌으로 들어갔을 때, 묘련은 이미 아궁이에 불을 피워두고 약재를 늘어놓고 있었다. 약쑥, 오미자, 마른 모란피 두 줌. 손질하는 방식이 어제와 달랐다. 약쑥은 보통 줄기째 써는데, 오늘은 잎만 골라 따고 있었다. 담소하는 물 항아리를 집어 드는 척하면서 그쪽을 흘끗 봤다. 묘련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뭐 봐."
보지 않고도 알았다는 듯 묘련이 말했다. 담소하는 물 항아리 뚜껑을 열었다.
"아무것도요."
"아무것도 안 보는 사람이 그렇게 오래 서 있지는 않거든."
담소하는 대답하지 않고 국자로 물을 떴다. 묘련은 잎사귀를 한 장씩 골라내며 입술을 조금 다물었다. 부엌 안에 잠깐 침묵이 들어찼다. 아궁이 속 나무가 타는 소리가 그 침묵을 겨우 채웠다.
"오늘 손님 없을 텐데 약재는 왜 이리 많이 손질해요."
"내가 쓸 거야."
짧고 분명한 대답이었다. 더 물으면 안 된다는 공기였다. 담소하는 물을 붓고 자리를 피했다.
아침 국밥이 나왔다. 손님이라고는 어제부터 묵는 포목상 노인 하나뿐이었다. 노인은 국밥을 두 그릇 비우고 동전 두 닢을 카운터에 올려두고 나갔다. 묘련은 그것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행주로 닦아 보관함 안에 넣었다. 움직임이 느렸다. 딴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의 손놀림이었다.
오후가 되었다. 담소하는 장작을 패고 뒤뜰 물독 세 개를 채웠다. 노경천은 어젯밤부터 자리를 비웠다. 검혼장 이전에 확인해 둘 것이 있다고 했다. 어디서 무엇을 확인한다는 건지, 담소하는 묻지 않았다. 물어도 온전한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장작 패는 도끼가 나무를 쪼갤 때마다 어깨가 뻐근하게 당겼다. 그것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했다. 통증이 있으면 다른 것을 덜 생각하게 된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묘련이 창고 쪽에서 나왔다. 손에 낡은 보자기 하나를 들고 있었다. 보자기는 오래되어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고, 매듭이 세 군데 묶여 있었다. 담소하는 도끼를 내려놓으면서 그것을 봤다.
묘련은 마당 한가운데 서서 보자기를 잠깐 내려다봤다. 꺼낸 것인지, 꺼내지 말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사람의 눈빛이었다. 담소하는 말을 걸지 않았다. 장작 더미를 정리하는 척하며 기다렸다.
"소하야."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다. 묘련은 자기가 먼저 그 이름을 입에 올려놓고는 잠깐 멈췄다. 담소하는 돌아봤다.
"이것 봐야 할 것 같아."
묘련이 보자기를 내밀었다. 매듭 세 개가 그대로 묶인 채였다. 담소하가 다가갔다. 묘련은 보자기를 직접 건네지 않고 마당 한쪽 평상 위에 내려놓았다. 마치 자기 손에서 끊어내기 위해서인 것처럼.
"엄마 거야."
담소하는 평상 가장자리에 앉았다. 묘련은 그 맞은편에 섰다. 보자기 매듭을 직접 풀지는 않았다. 담소하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조금 내렸다.
"약첩이야. 엄마가 쓴 거. 해독 기록이 들어 있어. 혈야맹이 쓰는 독에 대한 거."
담소하는 숨을 한 번 들이켰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검혼장에 가면 독이 있을 거라는 거, 나도 알아."
묘련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남궁가가 손님을 독으로 죽이진 않겠지. 그런데 네가 거기서 살아 돌아온다는 보장이 어디 있어. 거기서 다치면, 거기서 독에 노출되면, 아무것도 모르고 가는 것보다는 이게 나을 것 같아서."
담소하는 보자기를 바라봤다. 매듭 세 개가 고요하게 묶여 있었다.
"묘련 씨 어머니 물건인데."
"그러니까 주는 거야."
묘련은 그 말을 짧게 끊었다. 담소하는 고개를 들었다. 묘련의 눈이 약간 붉어져 있었다. 울지는 않았다. 그러나 울 뻔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담소하는 그것을 보고 얼른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 평상 아래 흙바닥에 개미 한 마리가 길을 잃고 빙빙 돌고 있었다.
"엄마가 이걸 왜 남겼는지, 나는 다 몰라."
묘련이 계속 말했다.
"혈야맹에 있었다는 것도, 거기서 뭘 봤는지도. 그냥 이 약첩이 있다는 것만 알았어. 그리고 이게 혈야맹 독에 대한 해독 기록이라는 것도. 어릴 때 한 번 읽었어. 그때는 뭔지 몰랐어. 지금은 알아."
담소하는 개미를 보다가 다시 보자기를 봤다. 매듭이 세 개인 것이 이상하게 눈에 들어왔다. 세 개를 묶은 것이 아니라, 세 번 다시 생각하면서 묶은 것처럼 보였다.
"이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아야 의미가 있어요."
"나도 알아."
묘련이 담소하를 바라봤다.
"그래서 같이 읽으려고. 오늘 밤."
담소하는 말이 막혔다. 오늘 밤. 검혼장 전날 밤이 아니라 오늘 밤. 묘련이 이 보자기를 오늘 꺼낸 것은 내일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함께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담소하가 혼자 가져가게 두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담소하는 보자기를 손으로 살짝 짚었다. 낡은 천의 감촉이 손가락 끝에 전해졌다. 오래된 것의 냄새가 났다. 묵은 종이와 약재가 섞인, 시간이 굳어버린 냄새였다.
"고맙습니다."
묘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상에 앉더니 팔짱을 끼고 처마 끝을 올려다봤다. 저녁 바람이 처마 아래를 지나갔다. 묘련의 머리카락이 조금 날렸다.
"고맙다는 말 한 번만 더 하면 진짜 쫓아낸다."
담소하는 입을 다물었다. 묘련은 여전히 처마를 보고 있었다. 담소하도 처마를 봤다. 해가 거의 다 지고 있었다. 하늘이 붉고 낮게 깔렸다. 두 사람은 한동안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말 없이.
저녁이 깊어지면서 등잔에 불이 켜졌다. 묘련이 보자기의 매듭을 하나씩 풀었다. 담소하는 옆에 앉았다. 첫 번째 매듭이 풀렸다. 두 번째가 풀렸다. 세 번째 매듭은 묘련의 손이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보자기가 열렸다. 안에 낡은 종이 묶음이 있었다. 표지에 글씨가 작고 촘촘하게 쓰여 있었다. 묘련의 어머니가 쓴 글씨였다. 묘련은 그 표지를 보고 눈을 한 번 깜빡였다. 그것이 전부였다.
담소하는 그 글씨들을 읽기 시작했다. 혈야맹이 사용하는 독의 이름, 증상, 해독의 시기와 방법. 어떤 독은 경혈을 막고, 어떤 독은 내공을 흩트린다. 기록은 정밀했다. 의녀의 손으로 쓴 것이 분명했다. 담소하는 천천히 읽으면서 손가락으로 줄을 짚었다. 묘련은 담소하의 어깨 너머에서 함께 읽었다. 가끔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담소하의 손에 닿았다. 그때마다 어느 쪽도 피하지 않았다.
밤이 더 깊어질 무렵, 담소하가 한 페이지에서 멈췄다. 기록 끝에 짧은 메모가 덧붙어 있었다. 본문과 다른 글씨였다. 나중에 추가로 써넣은 것이었다. 내용은 세 줄이었다. 담소하는 그것을 읽고 고개를 들었다.
묘련은 이미 그 세 줄을 알고 있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등잔 불꽃이 흔들렸다. 담소하는 그 세 줄을 다시 읽었다. 혈야맹의 독이 청문검파와 한 번 교차했다는 기록이었다. 교차한 날짜가 적혀 있었다. 담소하가 기억하는 멸문의 밤과 같은 계절이었다.
묘련의 어머니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이 약첩 안에 남겨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