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혼장까지 사흘이 남았다.
담소하는 새벽부터 일어나 마당을 쓸었다. 빗자루 소리가 고요한 공기를 갈랐다. 연기가 아직 피어오르지 않은 부엌, 닫힌 창문, 처마 밑에 매달린 행주 한 장. 운교객잔의 아침은 언제나 이 순서였다. 마당을 다 쓸고 나면 물독에 물을 채우고, 물독을 채우고 나면 불을 지피고, 그러고 나서야 묘련이 일어났다. 3년 동안 단 하루도 순서가 바뀐 적 없었다. 그 순서가 담소하에게는 일종의 닻이었다. 어느 날 아침 이 순서가 흐트러지면, 그날 무언가가 달라진다는 것을 몸이 먼저 알았다.
오늘은 묘련이 먼저 일어나 있었다.
부엌 문이 열려 있었다. 불도 이미 지펴져 있었다. 담소하가 물독 앞에 서는데 묘련이 안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물 내가 이미 받아뒀어."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눈 아래에 잠이 없었다. 밤새 잔 것 같지 않은 얼굴이었다. 담소하는 대답하지 않고 빗자루를 처마 밑에 세웠다. 무언가 물어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물어본다고 묘련이 쉽게 말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한다. 그게 이 객잔에서 3년간 배운 것 중 하나였다.
노경천이 온 것은 조반이 끝날 무렵이었다.
"오늘 오후, 남궁가 추모 장례가 있어."
형은 밥상 맞은편에 앉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서쪽 성 밖 영청원에서 한다더군. 전쟁 희생자들 넋을 기린다는 명목으로. 강호 각 문파 대표와 상인, 지방 관리들까지 초청했대."
담소하는 국을 한 술 떠서 입에 넣었다. "거기에 왜요." "구경을 해야지." 노경천이 웃었다. "원수가 어떤 얼굴로 의로운 척을 하는지, 직접 보는 것과 전해 듣는 것은 다르거든."
묘련이 밥상 한쪽에서 젓가락을 놓았다.
"가지 마."
짧았다. 노경천을 향한 말이 아니었다. 담소하를 향한 말이었다.
"장례 자리에서 남궁현이 있으면, 그쪽에서도 낯선 얼굴을 살핀다고. 검혼장 오기 전에 발각되면 끝이야."
"발각될 얼굴이 아니야." 노경천이 답했다. "소하는 3년간 잡역부였어. 남궁세가 암부가 3년 전 멸문 직후 생존자 수색을 끝냈다면, 지금쯤 그 얼굴을 기억하는 자가 현장에 있을 리 없어." 묘련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나 젓가락을 다시 들지도 않았다.
담소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지 않았다. 국 속에 있는 무 한 조각을 건져 먹었다.
"가겠습니다."
영청원은 성 밖 소나무 숲 사이에 자리한 작은 제단이었다. 넓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넓어 보였다. 희고 긴 현수막이 소나무 사이를 가르며 펄럭였다. 향 연기가 낮게 깔려 있었다. 사람이 이미 오십 명은 넘어 있었다. 포졸 차림 옆에 문파 깃발, 문파 깃발 옆에 상복을 갖춰 입은 상인들. 담소하는 노경천의 뒤를 따라 사람 틈에 섞였다. 잡역부 시절의 습관으로 몸을 낮추고, 시선을 흘리지 않았다. 없는 사람처럼 걷는 법은 3년간 몸에 익혔다.
제단 앞에 남궁현이 서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사진도 없었고 초상도 본 적 없었다. 그러나 담소하는 단번에 알아봤다. 흰 도포에 검은 띠, 반백의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올린 노인. 손을 모으고 눈을 내리깐 채 서 있는 자세가 장례의 주인처럼 보이지 않았다.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 같았다. 슬픔이 아니라 슬픔의 형태를 입고 있었다.
추모문 낭독이 시작됐다.
백발의 서생이 펼친 두루마리에서 읽어 내려가는 소리가 향 연기처럼 흘렀다. 전쟁 중 목숨을 잃은 이들의 이름, 그들이 지킨 것, 그들이 남긴 것. 담소하는 눈을 내리깔고 들었다. 발밑의 흙이 단단했다. 소나무 솔잎 하나가 어깨에 떨어졌다. 그것을 털지 않았다.
"……청문검파의 선대 장문 위무강 어른께서는, 혈야맹의 난이 이 땅을 어지럽히던 시절, 그 칼날 앞에 홀로 서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하셨습니다. 그분의 희생은 강호의 의협이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한 것이었으며……"
담소하의 발이 멈췄다.
서생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담소하의 귀에는 그다음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사부의 이름. 위무강. 의협의 표본. 혈야맹의 난에 맞선 희생. 제단 앞에서 남궁현이 고개를 숙였다. 천천히, 격식 있게. 그 자리에 모인 오십여 명의 눈이 그 고개 숙임을 보며 숙연해졌다.
담소하는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멸문의 밤, 담소하가 본 것은 칼이었다. 칼과 불이었다. 그 칼을 누가 쥐었는지, 그 불을 누가 질렀는지, 담소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불을 지른 자의 배후가 제단 앞에 서서 사부의 이름을 빌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슬픔처럼. 의로운 자처럼. 사부를 잃은 자처럼.
노경천이 담소하의 팔꿈치를 가볍게 건드렸다. 눈짓이었다. 담소하는 그 눈짓을 읽었다. 움직이지 마. 지금은 아니야. 담소하는 숨을 들이쉬었다. 한 번. 두 번.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있었다.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눈은 제단 앞의 그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남궁현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향을 올렸다. 주위 사람들이 일제히 따라 향을 올렸다. 담소하는 향을 올리지 않았다.
장례가 끝난 뒤, 영청원을 빠져나오는 길에 노경천이 먼저 말했다.
"봤지."
담소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 자리가 남궁현이 강호에서 쓰는 얼굴이야. 의로운 자, 슬픔을 아는 자, 죽은 이를 기리는 자. 그 얼굴을 가진 자를 강호에서 적이라고 부르는 순간, 적은 우리가 돼."
노경천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없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을 설명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것이 담소하에게는 분노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 형은 저 장면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예상했기 때문에 자신을 데려온 것이었다.
담소하는 걸으면서 등의 화상 자국이 있는 자리를 느꼈다. 옷감이 스칠 때마다 희미하게 당겼다. 사부의 이름이 저 자리에서 불렸다. 의협의 상징으로. 희생의 증거로. 그리고 그 이름을 부른 자가 사부를 죽인 자의 배후였다. 담소하는 그것을 어떤 말로 정리해야 하는지 몰랐다. 분노라고 부르기엔 너무 깊었고, 슬픔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차가웠다.
숲을 빠져나오는 마지막 굽이에서 담소하는 걸음을 멈췄다.
"형."
노경천이 돌아봤다.
"사부께서 저 자리에서 불릴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
노경천이 잠깐 말이 없었다. 그 잠깐이 길었다. "몰랐을 리는 없지." 형은 천천히 말했다. "그래서 비급을 남긴 거야." 담소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무언가를 확인했다. 형이 지금 사부의 선택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옹호가 자연스럽다는 것. 담소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대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운교객잔에 돌아왔을 때, 묘련은 부엌에 없었다. 처마 밑 의자에 앉아 약초 한 줌을 손질하고 있었다. 담소하가 마당에 들어서자 묘련이 고개를 들었다. 뭔가 물어보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담소하의 얼굴을 보고는 말을 삼켰다. 담소하도 말하지 않았다. 처마 밑에 나란히 앉지도 않았다. 부엌 쪽으로 들어가 물 한 바가지를 마셨다. 물이 차가웠다. 그 차가움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담소하는 한 가지를 생각했다.
사부의 이름을 저 자리에서 부른 자가 검혼장에서도 그 이름을 쓸 것이다.
사흘 뒤, 담소하는 그 자리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