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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9화]

다시 올리는 셔터

작성: 2026.03.13 14:09 조회수: 49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셔터를 올리는 데는 힘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왼쪽 무릎으로 하단 프레임을 살짝 밀어 올리면서 동시에 당기는 것. 강민주는 그 요령을 십오 년 동안 몸에 새겨 왔다. 그런데 오늘 아침, 손잡이를 잡는 순간 팔에서 힘이 빠졌다. 녹이 슬어서가 아니었다. 자기 팔이 먼저 떨렸다. 닫아 둔 지 열흘. 겨우 열흘인데도 이 셔터는 백 년은 된 것처럼 무거웠다.

"엄마, 비켜 봐."

뒤에서 준수가 다가왔다. 점퍼 소매를 걷어 올린 왼손에는 아직 연고 자국이 남아 있었다. 민주가 말없이 한 발 물러서자 준수는 셔터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고 한 번에 끌어올렸다.

끼이이익.

쇳소리가 상가 골목 전체에 길게 울렸다. 건너편 분식집 김 사장이 고개를 내밀었다가 손을 흔들었다.

"어, 민주 씨. 오늘 여나 봐?"

"네. 오늘부터요."

짧게 대답한 민주는 셔터 안쪽을 들여다봤다. 열흘간 닫혀 있던 세탁소 안에는 곰팡내보다 세제 냄새가 먼저 났다. 드라이기 위에 쌓아 둔 비닐 포장지, 접이식 의자에 걸어 둔 단골 할머니의 이불 커버 영수증. 전부 그대로였다. 다만 바닥 한쪽 구석, 누수 자국이 번졌던 타일 위에 두꺼운 방수 시트가 깔려 있었다. 민주가 모서리를 들춰 보자 그 아래 타일 줄눈 사이에 박혀 있던 습기가 말라 하얗게 가루처럼 일어났다.

"이거 누가 깔아놨어?"

준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때 뒤쪽에서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깔았어. 사흘 전에."

박명자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빨간 패딩 조끼에 회색 트레이닝복, 머리에는 분홍 수건을 둘렀다. 명자는 민주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태연한 척 턱을 들었다.

"물이 또 샐까 봐 용배 씨한테 시트 남은 거 얻어다 깔아 놨지. 고마우면 커피 한 잔 줘."

민주는 명자의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 열흘 전, 보험사 상담원이 누군가 같은 계약 번호로 먼저 문의했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의심한 사람이 명자였다. 명자는 아니라고 했고, 대신 최용배라는 이름을 꺼냈다. 그리고 이틀 전, 최용배가 직접 세탁소 앞에 나타났다. 작업복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내며 그가 말했다.

"태식이 형이 살아 있었으면 직접 했을 일입니다."

그 종이가 지금 민주의 앞치마 주머니 안에 들어 있었다. 17년 전 상가 신축 당시의 배관 시공 약도. 누렇게 바랜 A3 용지에 연필로 그려진 배관 라인 위로 빨간 볼펜 동그라미 세 개가 쳐져 있었다. 하나는 세탁소 바닥 아래, 하나는 명자네 건물 지하 수도 밸브 근처, 하나는 건물 사이 공용 하수관 접합부였다. 최용배는 그 동그라미를 차례로 짚으며 말했다.

"여기 세 군데, 시공 당시부터 이음새가 약했어요. 태식이 형도 알았고, 저도 알았습니다. 근데 그때 건축비가 모자라서 그냥 넘어갔어요."

그 말을 듣는 동안 민주의 손끝은 서늘해졌다. 17년. 명자의 남편 박태식이 살아 있을 때부터 알았던 문제였다. 명자가 몰랐다면, 그건 남편이 아내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최용배가 보험사에 먼저 문의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보상을 노린 게 아니라, 자기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민주는 접이식 의자 두 개를 펴 놓았다.

"명자 씨, 앉아요. 커피 타 줄게요."

준수는 눈치를 보다가 안쪽 작업대에서 전기포트에 물을 올렸다. 명자는 의자에 털썩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용배 씨한테 나도 어제 다 들었어. 우리 태식이가 그걸 알면서 안 고쳤다는 거잖아. 돈이 없어서. 그때 건물 올릴 때 대출이 얼마였는지 알아? 그거 갚느라 배관 수리를 미룬 거야. 미루고 미루다가 태식이가 먼저 갔고."

명자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무릎 위에 올린 손가락은 가만히 떨리고 있었다.

"민주 씨, 미안해. 내가 건물주면서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

"명자 씨가 미안할 건 아니에요."

민주는 믹스커피 봉지를 뜯으며 말했다. 손은 조금 떨렸지만 목소리는 단단하게 나왔다.

"이건 누구 한 사람 잘못이라기보다 다 같이 미뤄 온 거예요. 나도 바닥에 물 샐 때마다 수건으로 닦고 말았잖아요."

준수가 커피 두 잔을 가져왔다. 명자 앞에 하나, 민주 앞에 하나. 자기 것은 없었다. 민주가 올려다보자 준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 커피 안 마셔."

"언제부터?"

"카페에서 일하면 커피가 싫어져."

준수는 작업대에 기대 섰다가 잠깐 뜸을 들였다.

"아, 이제 안 하지. 카페."

그 한마디가 세탁소 안 공기를 조용히 바꿔 놓았다. 민주는 종이컵을 감싸 쥔 채 아들을 봤고, 명자는 괜히 헛기침을 한 번 했다. 누수 얘기로만 가득하던 공간에 다른 걱정이 스며드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먼저 입을 연 건 명자였다.

"보험 건은 내가 설계사한테 다시 연락해 볼게. 공용 배관 쪽은 건물주 책임이 있으니까 내 쪽에서 처리할 수 있는 건 해 봐야지. 용배 씨 시공 기록도 있고."

명자는 종이컵을 내려놓고 민주의 눈을 똑바로 봤다.

"근데 시간은 좀 걸릴 거야. 서류 내고 조사 들어가고, 그러는 동안에도 가게는 돌아가야 하잖아."

그 말이 현실적이라서 더 아팠다.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생활은 멈추지 않는다. 월세도, 전기요금도, 밥값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민주는 잠깐 입술을 깨물었다가 고개를 들었다. 여기서 다시 닫으면 정말 끝일 것 같았다.

"명자 씨, 나 오늘 셔터 올렸어요. 내일부터 옷 받을 거예요."

그건 말이라기보다 결심에 가까웠다. 명자는 잠깐 놀란 얼굴을 하더니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맞지. 어, 그러면 나 코트 하나 맡겨도 돼? 지난달부터 드라이 맡기려고 했는데 셔터가 닫혀 있으니까 괜히 눈치 보였어."

"가져와요."

명자가 슬리퍼를 끌며 나가자 세탁소 안에 민주와 준수 둘만 남았다. 드라이기 스테인리스 표면에 아침 햇살이 부딪혀 바닥에 길쭉한 빛줄기를 만들었다. 민주는 앞치마 주머니에서 최용배의 시공 약도를 꺼내 작업대 위에 펼쳤다. 누렇게 바랜 종이 위의 빨간 동그라미 세 개. 열흘간의 혼란이 그 작은 지도 안에 다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엄마."

준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 이번 학기 장학금 신청했어. 성적 되면 등록금 반은 나와."

민주는 시공 약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물었다.

"성적이 되긴 해?"

"……아슬아슬해."

그 대답이 어이없어서 민주는 결국 웃고 말았다. 입꼬리가 먼저 올라가고, 그다음에 눈가가 접혔다. 준수도 따라 웃다가 고개를 돌렸다. 바깥에서는 김 사장네 분식집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고, 떡볶이 냄새가 섞인 삼월 바람이 열린 셔터 사이로 들어왔다. 조금 전까지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아주 잠깐 느슨해졌다.

"준수야."

"왜."

"이 셔터, 혼자 올리는 요령이 있거든. 오른손으로 잡고, 왼쪽 무릎으로 밀면서—"

"알아. 아까 봤어."

"그래도 알려 줄게. 언젠간 네가 올려야 할 수도 있으니까."

준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작업대 위에 놓인 시공 약도를 접어서 엄마의 앞치마 주머니에 다시 넣어 줬다. 그 손이 민주의 손에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다. 화상 자국 위의 연고가 아침빛에 반들거렸다. 민주는 그 손을 보다가 어젯밤 처음으로 아들에게 제대로 물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괜찮냐고.

이제는 그 질문을 한 번으로 끝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는 드라이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웅.

낮은 진동이 세탁소를 채웠다. 열흘 만에 듣는 그 소리가 심장 박동처럼 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장부는 아직 반쯤 뭉개져 있고, 보험 처리는 시작도 못 했고, 월세 얘기도 남아 있었다. 그래도 셔터는 올라갔고 기계는 돌아가고 있었다. 건너편에서 명자가 코트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오는 게 보였다. 빨간 패딩 조끼가 골목 안에서 펄럭였다.

해결된 건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문을 열었다. 그것만으로 오늘은 어제와 달랐다.

그런데 명자가 코트를 내밀며 무심한 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 맞다. 용배 씨가 오늘 오후에 다시 온대. 도면 말고도 할 말이 남았다고 하더라."

민주는 드라이기 소리 너머로 그 말을 받아들였다. 도면 말고도 할 말. 앞치마 주머니 속 종이가 갑자기 더 무겁게 느껴졌다. 빨간 동그라미 세 개 중 최용배가 끝내 말을 흐렸던 건 하나였다. 건물 사이 공용 하수관 접합부. 민주는 열린 셔터 밖 골목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이제 막 문을 열었는데, 아직 다 듣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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