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조가 안전지대 서쪽 게이트 앞에 닿은 시각은 새벽 두 시 사십삼 분이었다. 강태민이 먼저 담벼락 그늘에 등을 붙이고 손을 들어 정지 신호를 보냈다. 오도혁이 그 손 신호를 보고도 반박 없이 멈췄다. 그게 이상했다. 태민은 도혁이 멈추는 것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 사람은 여기 처음 온 게 아니다.
게이트는 철제 슬라이딩 구조였다. 높이는 사람 키의 두 배 조금 넘고, 표면에는 녹이 슬어 있었지만 경첩 부분만 새것처럼 반짝였다. 안쪽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발전기 소리가 들렸다. 병원 발전기보다 낮고 안정적이었다. 태민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발전기 용량을 가늠했다. 작은 시설이 아니었다.
"문 두드려요?"
도혁이 옆에서 가볍게 물었다.
태민이 도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먼저 봐. 안에서 움직임 있는지."
도혁이 잠깐 뜸을 들였다. 딱 한 박자. 태민은 그 한 박자를 기억해 두었다. 도혁이 게이트 틈 사이로 눈을 갖다 대는 척 몸을 기울였다. 기울어지는 각도가 자연스러웠다. 처음 온 사람이 보이는 어색함이 없었다.
게이트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 아닌 한 사람의 발소리였다. 걸음이 느리고 무게가 있었다. 태민이 손을 허리 뒤쪽으로 가져갔다. 쇠파이프가 손에 잡혔다. 도혁은 그 동작을 보면서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게이트가 소리 없이 열렸다.
나온 사람은 사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방한복 차림이었는데 목 쪽이 깨끗했다. 밖에서 뛰어다닌 사람의 목이 아니었다. 남자가 두 사람을 천천히 훑었다. 시선이 태민보다 도혁에게 먼저 닿았고, 그 시선이 닿는 순간 도혁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내려앉았다. 긴장이 풀리는 동작이었다.
"박선묵입니다."
남자가 말했다. 목소리가 낮고 온화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태민이 입을 열기 전에 도혁이 먼저 말했다.
"연락이 늦었습니다."
그 한 문장이었다. 태민은 도혁의 얼굴을 봤다. 도혁은 선묵 쪽을 보고 있었다. 사과도 아니고 설명도 아니었다. 연락. 그 단어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이미 선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태민이 도혁의 팔꿈치를 잡았다. 잡는 힘이 셌다. 도혁이 태민을 봤고, 태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이 필요 없었다. 도혁이 작게 헛웃음을 냈다.
"나중에 설명할게요."
선묵이 그 교환을 보면서 말했다.
"들어오시죠. 밖은 새벽이 되면 더 위험해집니다."
태민은 움직이지 않았다.
"수용 인원요."
선묵이 잠깐 멈췄다.
"네?"
"얼마나 받을 수 있습니까. 우리 쪽 총 여섯 명입니다. 이동 불가 환자 둘이 병원에 있고, 후발조 합류 시각은 새벽 세 시 삼십 분 이전입니다."
선묵의 입 가장자리가 움직였다. 웃음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수용 조건이 있습니다. 안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밖에서 먼저 말씀해 주십시오."
선묵이 태민을 보았다. 시선이 길었지만 불편하지 않은 시선이었다. 그게 더 불편했다. 이 사람은 거절에 익숙하다. 태민은 그것을 느꼈다.
"건강 확인입니다."
선묵이 말했다.
"발열 여부, 피부 상태, 호흡 이상. 기준을 통과한 분들만 수용합니다. 이동 불가 환자분들은 —"
선묵이 잠깐 멈췄다. "별도 논의가 필요합니다."
별도 논의. 태민은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알았다. 군대에서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대개 다음 날 소식이 없는 사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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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응급실에서는 하린이 혼자 태블릿을 들고 있었다. 윤호가 최병호 침대 옆에 앉아 있었고, 유리는 처치대 옆에 서서 산소 게이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세온은 복도 창문 앞에 서서 밖을 보고 있었다. 새벽 거리는 아무 소리가 없었다.
하린의 화면에 로그 파일이 열려 있었다. 외부 접속 시각 오전 두 시 열칠 분. 발신 단말기 ID가 화면 하단에 찍혀 있었다. 하린은 그 ID를 보면서 숨을 멈췄다. 군 검문소 관할 기기 코드가 아니었다. 코드 앞 세 자리가 달랐다. 민간 시설 등록 번호였다.
"세온 씨."
하린이 불렀다.
세온이 창문에서 시선을 뗐다.
"이 로그요."
하린이 태블릿 화면을 들었다.
"여기 단말기 ID 앞 세 자리 봐요. MCP로 시작해요."
세온이 다가와 화면을 들여다봤다. 잠깐 말이 없었다.
"군 검문소 기기면 KSC로 시작해야 하는데."
하린이 말을 이었다.
"MCP는 민간 시설 코드예요. 제가 확인했어요."
유리가 처치대에서 고개를 들었다.
"민간 시설이라면."
"안전지대요."
하린이 말했다.
응급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발전기 소리만 벽 너머에서 규칙적으로 들렸다. 윤호가 최병호 침대 옆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세온이 윤호를 봤다. 윤호의 표정은 놀란 것도 아니고 무너진 것도 아니었다. 예상했다는 얼굴이었다.
"알고 있었어요?"
세온이 물었다.
윤호가 대답하지 않았다. 잠깐 있다가 말했다.
"전부는 아닙니다."
"전부가 아닌 게 뭡니까."
"그쪽이 먼저 접속했는지, 우리 기기가 먼저 응답했는지."
윤호가 눈을 내리깔았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몰랐어요."
세온은 더 묻지 않았다. 지금 윤호한테서 더 꺼낼 수 있는 말이 없다는 걸 알았다. 꺼낼 수 있는 말이 남아 있어도 지금 이 자리에서 꺼내는 건 아니었다. 유리가 처치대 가장자리에 손을 짚으며 말했다.
"태민한테 알려야 해요."
"통신이 없잖아요."
하린이 말했다.
"없지."
세온이 말했다.
세온은 창문 쪽으로 다시 돌아섰다. 밖은 여전히 어두웠다. 새벽 세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선발조가 게이트 앞에 도착했을 시각이었다. 도혁이 거기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태민이 그것을 막고 있는지, 세온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다는 것이 지금 가장 무거운 것이었다.
발전기가 한 번 낮게 떨렸다. 비상등 붉은빛이 흔들렸다가 돌아왔다. 새벽 네 시까지 한 시간 조금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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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묵이 게이트 안쪽으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들어오시면서 이야기하시죠."
태민이 움직이지 않았다.
"후발조 합류 보장 먼저요."
선묵이 잠시 태민을 보았다.
"게이트는 새벽 네 시에 닫습니다. 그 전에 오시면 수용 여부를 검토하겠습니다."
"검토가 아니라 보장입니다."
선묵의 표정이 처음으로 미세하게 굳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했다.
"군인이셨나요?"
태민이 대답하지 않았다.
도혁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강 형은 원래 이래요. 넘어가죠."
"넘어가지 않습니다."
태민이 도혁을 보지 않고 말했다. 시선은 선묵에게 고정돼 있었다.
"이동 불가 환자 두 명, 병원에 남아 있는 민간인 한 명. 이 세 사람에 대한 처우를 지금 여기서 말씀해 주시면 들어가겠습니다."
선묵이 잠깐 눈을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이동 불가 환자분들은 내부 의료진이 먼저 상태를 봐야 합니다. 수용 가능 여부는 그 이후에 결정됩니다."
선묵이 태민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위협하는 동작이 아니었다. 오히려 친근하게 보이려는 동작이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밖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 왔다는 걸 압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태민은 그 말을 듣고 있었다. 온화하다. 그리고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다.
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의 고갯짓이 아니었다. 확인의 고갯짓이었다. 알았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도혁이 태민 옆에서 작게 말했다.
"일단 들어가요. 밖에서 버티는 것보단 안에서 협상하는 게 낫잖아요."
태민이 도혁을 봤다. 도혁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 눈이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고, 당신도 이제 알았으니, 지금은 일단 들어가는 게 맞다.
태민은 선묵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 시 삼십 분 전에 후발조가 도착합니다. 그때까지 게이트는 열려 있습니까."
선묵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시 이전이면 됩니다."
태민이 한 발 앞으로 내딛었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었다. 그 발걸음이 어떤 의미인지 태민 자신이 가장 잘 알았다. 이건 항복이 아니다. 정찰이다. 그러나 그 경계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게이트가 뒤에서 닫혔다. 소리가 작았다. 그래서 더 분명했다.